지난 3월 3일, 한국군 최초로 커밍아웃한 트랜스젠더 군인이자 국방부의 부당한 강제 전역 조치에 맞서 싸운 변희수 하사의 부고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소속 부대 동료와 상관들의 지지와 응원 속에 성확정 수술 절차를 밟았음에도 불구하고 국방부로부터 강제 전역 처분을 받은 지 1년여 지난 때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추모와 애도의 뜻을 전했습니다. 단 하루 동안 열렸던 장례식에는 온오프라인으로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녀갔고, 3월 6일과 3월 27일에 각각 진행된 추모 행동에는 연인원 700여명이 참여했습니다. 트랜스젠더-퀴어를 상징하는 물품을 입거나 들거나 붙이거나 두르고 지하철 2호선을 탔으며, 시청광장에 모여 함께 추모곡을 듣거나 우산을 들고 애도하는 서로를 확인했습니다.
2020년 초 결성된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의 복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에 사랑방도 참여단체로 함께 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복직 투쟁이 인사소청 행정재판으로 넘어가며 공대위는 별다른 활동을 해오지 못했습니다. 인생에 만약이란 없고 후회는 언제나 뒤늦다지만, 그럼에도 사법절차가 시작된 이후에는 별달리 움직이지 않았던 작년 공대위의 활동이 부끄럽고 후회되는 마음이 가시지를 않습니다.
지난 3월 15일에는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작년에 결성했던 공대위에 더 많은 단위들이 결합하며 명칭을 바꾸고 재출범하는 자리였습니다. 기존에 진행되던 – 정확히는 제대로 진행되지도 않았던 – 복직 소송을 이어가며, 국방부의 진심어린 사과와 변화를 촉구하는 활동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그것이 곧 변희수 하사의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기에, 그저 자신의 모습대로 자신이 사랑하는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려던 사람을 내친 국방부의 책임을 제대로 물어야 한다는 다짐을 나눴습니다.
공대위가 발표한 추모 성명의 제목은 ‘변희수의 내일을, 우리의 오늘을 함께 살아갑시다’ 였습니다. “민간인의 죽음에 군의 입장은 없다”고 말한 국방부가 변화할 때까지, 여전히 성소수자의 존재를 외면하고 그들의 생존을 위한 요구에 귀 막는 군이 인권친화적 군으로 탈바꿈할 때까지, 우리가 오늘 만들어갈 변화가 너무나 많습니다. 이는 법정 안에서 진행되는 행정소송에만 내맡길 수 없는 과제이며, 사랑방을 포함한 공대위의 활동이 만들어가야 할 변화이기도 합니다. 변희수 하사의 죽음 때문에 싸우는 게 아니라, 변희수 하사의 죽음과 함께 싸워나가려 합니다. 그리하여 공대위 재출범 기자회견의 제목처럼 ‘변희수의 이름으로 승리할 것’입니다. 그 길에서 사랑방의 몫을 고민하겠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