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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을 꿰고 깨고] 불안은 이명박을 잠식할 것인가

도중 하차라도 해야 재앙을 피할 것

<알림>
이번 호부터 [인권을 꿰고 깨고] 꼭지가 솟을터에 신설되어 나갑니다. 이 꼭지는 인권의 눈으로 정세의 주요 흐름을 짚어보려는 시도입니다. 인권문제를 중심으로 정세를 훑어보고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예측하려고 합니다. 필자는 인권운동사랑방 박래군 활동가입니다.


부자 정부는 실패할까?

이명박 정권이 정식으로 출범했다. 보수정치진영에서는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겠다고 꽤나 별렀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별 거 없다는 게 요즘의 평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각종 정책을 쏟아내더니, 아직도 정책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는지 뭔가 확정된 정책방향을 제시하지도 못하고 있다. 영어 몰입교육에 대한 해프닝으로 사교육시장만 한껏 달궈놓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장관 후보 인선도 문제투성이다. 국민의 1%도 안되는 부자들만 선정했고, 단 한 명도 부정과 비리 의혹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고소영(고대출신, 소망교회, 영남지역), 강부자(강남지역 부자들)’ 내각에 이어서 ‘강금실(강남의 금싸라기땅 실제소유자)’ 내각이라는 비아냥조의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그런 과정에서 이미 3명의 장관 후보들이 낙마했고, 나머지 장관들에 대한 의혹도 계속 불거져 나오고 있다. 이러니 심지어 한나라당에서조차 볼멘소리가 타져 나온다고 한다. 지역구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유권자들에게 인사하면 ‘부자들이 왜 인사하냐’며 싸늘하게 되받는다며, 이러다가 수도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기도 어려운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

그렇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은 속 시원하게 이런 하소연도 못한다. 아직 공천심사가 진행 중에 있기 때문이다. 공천심사는 이명박 사람, 한편으로는 이재오 사람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급기야는 이재오 당대표설까지 나와 내부에서 반발 기류가 흐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연유에서인지 한 신문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 하고 있냐는 질문에 49% 정도만 그렇다고 답하고 있다. 이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84.8%, 노무현 전 대통령이 71.4%의 지지를 받았던 것과 상당한 격차가 있다.

언론인들처럼, 그래도 이명박 정부가 실패하면 안 된다고 점잖게 훈수 두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명박 정권이 빨리 무너지기를 바란다. 계급적으로도 소수의 부자만을 위한 대통령이고, 정부다. 이 정부가 도중하차라도 해야 그나마 국토고 국민들의 생활이고 인권이고 더 망가지는 것이 중단되지 않겠는가. 이명박 정권이 추진하는 정책들은 반인권정책들로 그득그득하지 않은가. 재앙을 빨리 끝내야한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

그런데도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찍겠다는 사람들이 48%나 된다. 이것은 통합민주당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대통합신당이 민주당과 통합하여 통합민주당이 되었지만, 국민들에게 여전히 공당으로서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 시절에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당의 실책을 고스란히 챙겨서 대선 승리까지 획득했지만, 통합민주당은 그런 효과를 전혀 내지 못한다. 그것은 통합민주당이 색깔을 정확히 정하지 못한 ‘잡탕정당’으로 비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통합민주당의 대표주자들이 자신들의 지역구를 포기하고, 서울에서 한나라당 대표주자와 맞붙겠다고 선언하고 있고, 창조한국당의 문국현은 이재오를 상대로 싸우겠다고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또 통합민주당은 호남지역 의원들 30%는 물갈이를 하겠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총선 판 자체는 예상 밖으로 전개될 수 있을지 몰라도, 한나라당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거대 여당 견제론으로 표를 조금 더 얻기야 하겠지만, 통합민주당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부터 국민들에게 밝혀야 한다.

한편, 분당 홍역을 치룬 진보정당들은 어떤가? 여론조사에서 민주노동당은 3% 이상의 지지가 예상되며, 진보신당은 2% 정도다. 1% 정도의 차이가 난다. 결국 총선에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대결이 불가피하게 전개될 것인데, 요즘은 비례대표를 누구로 올리느냐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당원도 아닌 나에게 의견을 물어 보지도 않고 개인의 이름을 거론하기까지 한 민주노동당은 전략공천 비례대표를 선정하여 발표했다. 3월 16일 창당 일정을 잡아놓은 진보신당도 5명의 공동대표를 뽑아놓고, 비례대표를 가늠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진보정당들은 총선에서 의석수를 건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두 당 모두 합해서 지역구 1,2석, 비례대표 3석 정도이니 민주노동당이 2004년 총선에서 10석을 차지한 것에는 훨씬 못 미칠 것이라는 예상이 쉽게 된다. 민주노동당이든 진보신당이든 사이좋게 의석수를 많이 확보해 한나라당의 과반수 의석 장악을 저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경찰은 공안정국 준비 중

다른 얘기로 넘어가 보자. 지난 3일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경찰청이 불법시위자들은 훈방 조치 없이 구류를 살리는 방침을 강구중이라고 한다. 아마도 이미 방침이 결정되어 있는 것 같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폴리스라인을 침범하면 즉시 연행할 것이고 테이져건이라는 전기충격총도 발사할 것이며 도심에서는 집회·시위를 일제 불허하겠다고 경찰청이 보고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 집회·시위를 전면적으로 불허하겠다는 방침을 정하고 이에 따라 대응 매뉴얼도 개정하고, 이미 경찰들의 진압훈련을 시작했다고 한다.

며칠 전에는 제주도에서 한미FTA를 반대하는 시위대가 테러를 한다는 가정 하에 테러진압훈련을 실시했다. 경찰은 등록금 인상 반대 기자회견을 벌이던 대학생들을 전원 연행하기도 했다. 또 전북완주경찰서는 지난달 28일 전북도청 앞에서 시위를 벌인 임실군 주민 3명을 폴리스라인을 침범했다는 이유로 입건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찰의 방침이 벌써 적용되기 시작했다.

여전히 싸울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등지고 '인권시계'는 얼마나 거꾸로 돌아갈 것인가.

▲ 여전히 싸울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등지고 '인권시계'는 얼마나 거꾸로 돌아갈 것인가.


이런 방침은 지난달 22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중 집회 금지 통고 제도 관련 규정이 헌법 상 보장된 집회 시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국회의장과 법무부장관에게 폐지 및 개정을 권고한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다. 더구나 경찰청장에게는 관련 규정이 개정되기 전이라도 인권침해가 없도록 그동안의 관행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는데 지금의 경찰청 방침은 이와 정반대다. 현행 집시법이 사실상 허가제로 집회·시위 신고절차를 두는 것부터가 위헌적인 요소가 있다고 국가인권위가 지적하는데, 경찰은 이를 개선하려하지 않고 오히려 각종 법적인 규정을 들어 집회·시위 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위축시키는 ‘인권시계 돌리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국가보안법 관련 구속자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1월에는 류선민 한총련 15기 의장 구속, 전북 임실의 관촌중학교 교사였던 김형근 씨에 대한 구속 사건이 있었고, 2월에는 송현아 남북공동실천연대 집행위원의 구속, 최보경 전교조 교사(간디중학교) 가택 및 학교 압수수색이 있었다. 그리고 2월 27일에는 10년 동안 수배 중이던 윤기진 범청학련 남측본부 의장이 연행, 구속되었다.

경찰은 아마도 이명박 정권 등장으로 자신들의‘ 잃어버린 위상’을 되찾기 위해서 정권과 코드 맞추기를 서두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더욱이 이번에 경찰청장이 된 어청수는 부산 아펙 시위를 원천봉쇄하고, 평택미군기지 투쟁을 ‘효과적으로’ 진압한 공으로 경찰청장으로 승진한 인물이다.

지금은 개별적인 공안탄압이 진행되지만, 곧 전면적인 공안탄압 국면이 올 것이라는 예상은 비현실적인 게 아니다. 총선 이후 행정권력에 이어 입법권력까지 장악하면 태도는 더욱 급변할 것이니 말이다.

‘불안 조성 정부’=재앙공화국

물가가 급등하고 있다. 벌써 물가가 4% 올랐다고 하니 연말까지는 얼마나 더 오를지 모른다. 말로는 물가를 잡겠다지만 정부가 하는 짓을 보면 물가를 부채질하고 있다. ‘부자’들의 정부는 기업들의 규제 풀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상반기 중으로 출총제를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기업들이 이익을 많이 내면 경제가 살까? 그러면 국민들이 살기 좋아질까? 그것을 믿을 정도로 순진한 사람들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부동산과 펀드로 돈을 끌어 모은 투기꾼들로 구성된 정부가 물가를 잡겠다는 것 자체가 믿음이 가지 않는다.

미국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경제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세계경제를 위협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가 언제 다시 고개를 들지 모르는 불안한 국면이다.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곡물가가 계속 치솟고 있는 게 세계경제의 흐름이다. 한국 경제는 6% 성장도 어렵다는 진단들이 전문가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이런 요소들이 경제를 더 불안하게 하고, 물가를 더 불안하게 한다.

숭례문 화재에 이어 17년 전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낙동강 페놀 방류사태까지 발생했다. 그런데도 운하는 반드시 만들겠다고 한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키리졸브’로 이름을 바꾼 한미합동훈련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이라는 전제 위에서 한반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러니 국민들은 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성공신화에 대한 환상이 당장 걷히지는 않겠지만, 소수의 부자들만 ‘성공’할 것이라는 점은 하루하루 지날수록 또렷해질 것이다. 정책의 주체도 대상도 되지 못하고 더욱 살기 힘들어지기만 할 대다수의 사람들이 하루빨리 이명박 정권을 압박하는 여론층으로 등장하면 좋겠다. 안팎으로 재앙만 만들어낼 이명박 정부가 다수 국민들에게 등 떠밀려 하차하는 날이 빨리 오도록 인권운동도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는 정치 분야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다음부터는 본격적으로 인권 정세의 흐름을 타고 넘어가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