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을 중심으로 당진화력발전소, 신안성변전소, 평택배전사업소, 전력거래소를 둘러보고, 도시가스를 중심으로 인천 가스인수기지, 안성가스사업소, 운연가스관리소를 둘러보면서 전력과 가스의 에너지원이 가정과 공장으로 전달되는 전과정을 경로를 따라 진행된 프로그램이었다. 에너지 관련 환경운동, 그 중에서도 반핵운동을 계속 하다보면, 핵발전소, 화력발전소 등 각종 발전소를 다녀볼 기회는 수없이 많지만, 송전과 배전시설을 살펴보는 것은 기회다 많지 않을뿐더러, 관련 노동자들을 만나볼 기회는 더욱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관련 시설을 둘러보고 현장에서 직접 일하는 노동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뜻 깊은 행사였다.
에너지 현장에서 만나는 불편한 진실
보다 가까이서 보는 에너지 문제는 언제나 우리에게 그 주변에 있는 불편한 진실을 알려준다.
소모하는 전력의 절반 정도밖에 생산하지 못하는 수도권의 현실(그나마 대부분은 인천과 서해안 일대에서 생산된다.), 수도권 전력 공급을 위해 전압을 76만5천V까지 올려 백두대간을 넘고 서해안을 따라 송전탑을 세우고 있는 우리의 현실, 그것으로도 모자라 부산-울산 일대의 전력을 서울까지 연결시키려고 하고 있는 계획들….
중앙집중적 에너지시스템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큰 규모로 인해 온배수, 송전탑으로 인한 환경파괴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측면을 생각하지 않은 채 발전소 건설 등의 문제가 생길 때마다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논리로 에너지 문제를 바라본다면, 인류의 에너지 사용과 환경문제 해결은 양립할 수 없는 문제가 되고 만다. 자신의 지역에서는 불필요한 에너지를 서울과 수도권을 위해 생산, 공급하고 있는 지역간 형평성 문제는 작게는 국가 내에서의 문제이지만, 에너지원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생각하면, 국가간의 문제이기도 하며,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분산적이며, 지역간-세대간 형평성에 맞춘 에너지 정의를 구현하는 일은 단지 발전소나 송전탑 한두의 건설문제를 뛰어 넘는 매우 포괄적인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들 앞에 뚜렷한 해답을 갖고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다만 아직은 우리에게 낯선 에너지 문제를 둘러싼 다양한 불편한 진실을 하나씩 파헤쳐가면서 문제 해결의 원칙만이 있을 뿐이다. 문제는 피한다고 정답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골치 아프고 어렵지만 문제와 맞서는 자세만이 인류에게 주어진 문제를 풀어가는 자세가 아닐까한다.
덧붙임
* 이헌석 님은 청년환경센터 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