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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의 인권이야기] 동성애자들의 인권이 나아졌을까?

동성애는 트랜드일 뿐 이웃하기는 싫어요.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자 혹은 성소수자 인권운동이 시작된 지 10여년이 훨 넘었다. 아니 10여년에 몇 년을 더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 동안 홍석천 씨나 하리수씨도 등장했고, ‘성적지향’을 삭제한 채 제정하려했던 차별금지법 관련 논란도 있었다. 때론 동성애가 ‘트랜드’라며 동성애 관련 영화나 드라마가 주목받기도 했다. 모 이제는 동성애자가 보이지 않는 미국드라마는 생각할 수도 없지만 말이다. 또 액세서리마냥 여성에게 남성동성애자 친구 한명쯤 있어야지 하는 정도로 이해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성소수자 인권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무엇이 어떻게 변했는지 묻는 질문을 솔솔 받았다. 그러나 그런 질문을 들을 때마다 말문이 막히곤 했다. 몬지 모르게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뭐라 답해야 할지 막막해졌다. 전반적인 성소수자의 정보가 늘어나서 많은 이들이 자기와 어울리는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개발하고 그 안에서 생활하고 있기도 하니 나아진 것도 같고, 여전히 아웃팅 범죄와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상담해 오는걸 보면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는 것도 같다. 그래도 여전히 가슴 한 켠은 먹먹해진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차별 받는 집단 1위, 동성애

지난달 한겨레신문 기사에서 인용한 어떤 조사를 보다가 먹먹함을 느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전국 20살 이상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한국에서 가장 차별받는 집단으로 동성애자-미혼모-외국인 노동자 순이라고 한다. 거기에 이웃으로 지내고 싶지 않은 가족을 묻는 질문에서도 동성애와 외도문제 가정 순으로 나왔다. 이 기사는 제52차 여성정책 포럼에서 진행한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지원방안을 생각해보는 제52차 여성정책 포럼에서 나온 미혼 부․모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와 의식을 알아보기 위해 발표한 보고서 내용을 인용한 기사였다. 또 다른 항목인 다양한 성경험이나 결혼경험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거부감에서도 동성애 전력은 또 일등을 차지한다.

이 보고서를 보다가 갑자기 헛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래, 동성애자들이 한국에서 가장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당연하다고 치자. 하지만 이웃하기 싫은 1위로 동성애를 올려놓은 항목에서는 정말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그들은 과연 동성애를 하는 동성애자들과 살아보기는 했을까? 아니 그들은 살아오면서 동성애자를 만나보기는 했을까?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그들은 동성애를 1위로 올려놓을 수 있었을까? 한국에서 자기 이웃을 선택하는 이들은 매우 적은 수일 것이다. 대부분은 자기의 이웃이 그저 나의 삶에 껴들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또한 나의 이웃이 동성애자인지는 눈에 보이는 것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운데, 과연 동성애를 하는 동성애자들이 그들에게 어떤 짓을 했기에 그들은 그들의 이웃이 동성애자가 아니길 저렇게 바라는 걸까? 그들이 편견과 오해와 무지에서 출발했음을 짐작할 수 있지만, 그 편견과 오해와 무지가 10여년이 훌쩍 넘어섰음에도 버젓한 상황이 참 난감하기만 하다. 더군다나 이 조사에서 놀라운 것은 연령대, 성별 구분 없이 골고루 지지를(?)받으며 동성애가 일등을 차지하였다는 점이다. 짐짓 조사대상이 연령이나 성별의 특별한 쏠림이 있었다면 ‘에코 저 나이니깐 저렇지’ 라고 짐짓 눙칠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차라리 다행인건가? 한국사회에서 편견과 오해로 인한 성소수자들의 차별적인 삶이 그대로 드러났으니 말이다.

사진은 2003년 스위스에서만든 <모리츠 Moritz> 라는 TV극영화로  엄마의 갑작스런 병으로 이웃 게이커플에서 지내게 된 모리츠라는 소년의 성장기 영화의 한 장면.<br />
 (사진 출처: http://www.fontanafilm.ch/SPIELFILME/moritz.html)<br />

▲ 사진은 2003년 스위스에서만든 <모리츠 Moritz> 라는 TV극영화로 엄마의 갑작스런 병으로 이웃 게이커플에서 지내게 된 모리츠라는 소년의 성장기 영화의 한 장면.
(사진 출처: http://www.fontanafilm.ch/SPIELFILME/moritz.html)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란 말이야

동성애자들은 매우 밝고 활발하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내가 속한 친구사이에 만나 동성애자들 대부분은 그렇다.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아픔을, 즐거움으로 표현하는 이들이 바로 동성애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당신 앞에서 웃고 있다고 정말 그들이 살아가는 내내 즐거운 일만 가득하다고 생각하지 마시라. 다만 동성애자들이 당신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 싫을 뿐이다. 감추기/드러내지 않기, 그것이 바로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동성애자들의 삶을 보여주는 단어일지도 모른다. 바로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란 말이다.

PS : 역시 동성애자가 최고로 차별받고 있었군. 이를 확인하는 순간 난 기뻐야 할지 아니면 슬퍼야 할지 아주 초큼 헷갈렸다.
덧붙임

박기호 님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