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행․기소자의 대다수는 업무방해죄
강정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강정에서 현재 형법상의 업무방해로 기소되어 재판받고 있는 사람은 43명이며, 민법상의 업무방해와 손해배상청구로 인한 재판이 별도 진행 중인 사람도 13명이다. 또한, 구속영장 청구된 사건이 대부분 업무방해라는 사실도 이를 잘 보여준다. 구속영장이 신청된 31명 중 25명이 업무방해죄이다. 2012년 국정감사에서 경찰은 주민들을 업무방해로 연행하는 경우는 해군기지 공사를 하고 있는 건설사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고 답변했다. 회사가 업무방해, 즉 공사를 직접 방해해서 요청한 것이 아니라 경찰이 보기에 강정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의 ‘어떤 행동’이 업무를 방해한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연행하고 기소했다는 뜻이다. 형법 제314조(업무방해)에는 “제313조(신용훼손)의 방법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강정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의 ‘어떤 행동’에도 위력으로 볼 만한 것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대규모 집회가 거의 없는 강정에서 일상적으로 부딪치고 연행되는 경우는 기지사업단 정문과 옆문에서 열리는 미사나 예배, 1인 시위, 백배가 진행될 때이다. 사람이 많아 봐야 50명도 안 될뿐더러 위력을 행사할 어떠한 도구도 없다. 미사나 예배도 길어야 1시간이다. 그리고 공사장 안에서 공사는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다만 미사나 예배를 드릴 때만큼이라도 공사차량인 레미콘 출입을 자제할 것을 요구하는데, 이를 강행하면서 충돌이 발생되고 연행이 이루어진다. 차량 출입을 막는 상황도 ‘위력’을 행사한다고 보기 어렵다.
사소하게 ‘위력’이라는 법률적 해석과 적용의 문제점을 떠나 근본적으로는 해군기지건설 반대에 대한 표현 행위를 업무방해죄로 적용하는 것이 옳은가의 문제를 짚어봐야 한다. 아무리 국책사업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고, 정부정책 방향과 다른 의견을 피력하고 행동할 자유가 있다. 권력의 오․남용을 막아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개입하는 비폭력저항행동은 헌법 전문과 세계인권선언에 있는 저항권이자 인권옹호활동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위법성을 띠더라도 말이다.
강정에 머물며 구럼비 발파에 맞서 직접행동을 했던 엔지젤터는 영국에서 인도네시아로 수출할 예정이던 전투기 장비를 훼손하여 기소됐으나 당시 법원은 더 큰 해악을 막기 위한 행동이라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지금 강정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이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이유는 강정만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위한 것으로 ‘군사적 긴장과 대결’이라는 더 큰 해악을 막기 위한 것이다.
업무방해죄에 대해 다시 묻다
그런데도 이러한 목소리조차 막기 위해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것은 사실상 주민들과 활동가들을 묶어두기 위한 것이다. 업무방해죄는 집시법 위반보다 형량이 높다. 더구나 올해 대법원 판례에 의해 미신고 집회라 할지라도 해산명령을 하며 강제진압을 하기 어렵게 되자 업무방해죄 적용은 더 많아지고 있다. 김모 씨의 경우 레미콘 차량을 막는 현장 촬영만 하고 있었음에도 업무방해 준현행범으로 체포되기도 했다. 2011년 10월 6일 문규현 신부는 구럼비 시험발파에 항의하기 위해 기지사업단장 면담을 요청하다가 업무방해죄로 체포되었다.
현행 형법 314조와 같은 포괄적인 업무방해죄 처벌 규정은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있다고 한다. 이호중 교수(서강대 법학전문대학)가 업무방해죄로 기소된 사건 중 2010년 1심 법원 판결을 분석한 결과 허위사실에 의한 업무방해가 8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가 33건,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가 710건, 컴퓨터로 인한 업무방해가 3건으로 대부분이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였다.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는 파업을 제외하면 대부분 영업점에 들어가 소란을 피운 것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경우 다른 법으로도 처벌할 수 있기에 굳이 업무방해죄를 존치시켜, 표현의 자유를 옥죄이는 남용과 악용의 여지를 둘 필요는 없다. 현재 정부나 기업에 대해 비판조차 못 하도록 하는 주요 법조항인 업무방해죄는 폐지되어야 한다.
집회시위의 자유만이 아니라 예술표현행위조차 막아
강정에서 표현의 자유는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정에서 열고자 하는 모든 집회시위에 대해 금지와 통제가 난무한다. 국정감사에 제출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집회금지 통고는 2011년 25건, 2012년 8월 31일 까지 5건이 있었다. 2011년 12월 26일 신고된 집회 참가자들을 업무방해라며 27명을 연행하였고, 2011년 10월 29일 해군기지 반대 전국집중행동에 쓰일 종이탈을 신고하지 않은 집회시위용품이라며 빼앗기도 했다. 어처구니가 없다.
국제사회에서 평화적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집회시위에서 일어나는 소음, 소란 등을 이유로 금지하거나 집회를 중단시키고 체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원래 집회시위는 소란한 것이고, 민주주의는 다양한 의사소통 과정에서 성숙해가는 것이다. 평화적이라는 것을 ‘조용함’으로 협소하게 해석되지 않는다. 유럽안보협력기구 ‘민주제도와 인권 사무소’의 집회의 자유 위원단과 ‘법을 통한 민주주의를 위한 유럽위원회’가 채택한 <평화적 집회의 자유에 관한 지침> 제2판에 의하면 ‘평화적’이라는 용어는 성가시거나(annoy) 화나게 하는(give offense) 행위를 포함하며, 심지어 제3자의 활동을 일시적으로 방해·훼방·차단(hinders, impedes or obstructs)하는 행위까지도 포함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강정에서는 집회시위나 종교행사로 인해 공사차량 출입이 몇 시간 늦어진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의사표현 행위를 막고 있다.
심지어 예술작업행위도 막고 있다. 2011년 9월 25일 기지공사장 정문 인근 추모비 터 앞에 표지판을 이용한 미술품을 설치했는데 경찰은 ‘옥외광고물의 금지 및 제한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며 철거하라고 했다. 하지만 해당 법률에 적용되는 조항이 없었다. 결국, 동사무소 측은 글귀에 ‘파괴’라는 단어가 있어서 예술품이 아니라며 철거하라고 했다. 사실상 내용 검열에 의한 표현의 자유 침해이다. 다음날 스스로도 멋쩍었는지 ‘이곳은 해군 땅이니 철수하라’고 했다.
표현의 자유를 삼켜 버리는 국책사업
국책사업인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한다는 이유만으로 강정주민들의 목소리는 억눌리고 있다. 각종 법조항으로 강정주민들과 평활활동가들을 연행하고 처벌하는 것은 사실상 ‘해군기지 반대’와 ‘한반도 평화’를 더 이상 주장하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이다. 한마디로 위축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규제가 광범위할수록, 자의적이고 모호한 규제가 횡행할수록 위축효과는 더욱 커진다. 그 결과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결정이 왜곡되고 ‘특정 의견’만 반영되어 민주주의는 왜곡될 수밖에 없다. 즉 해군기지 반대의 목소리를 집어삼켜서 기지 건설을 강행하려고 강정에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국민은 국책사업에 대해서는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인가? 국민의 의견을 무시한 국책사업을 국책사업이라 할 수 있는가? 해군기지를 더 건설해서 한국해군이 대양해군으로 성장하여 평화를 이루겠다는 국방부의 발상은 지금 시기에 맞는 것인가? 동북아 정세 속에서, 미국과 중국의 세력경쟁에서 균형을 깨는 해군기지 건설이 과연 평화를 가져올 것인가? 물어야 하고 답해야 할 것들이 많은 것이 제주해군기지 건설이다. 따라서 ‘더 많은 이야기가 소란스럽게 나와야’ 하는 한국사회 주요 의제이다. 침묵할 것을 강요하고 부당한 국책사업에 대한 정당한 저항을 처벌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평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사회구성원의 합의과정 없이 일방적인 국방부의 의견에 따라 해군기지를 건설해서는 안 된다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부터,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부터가 평화의 시작이라는 사실을 정부는 깨달아야 한다.
덧붙임
명숙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이자 강정인권침해조사단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