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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의 인권이야기] '알바의 인권을 지켜라'

작년 말, 알바노조의 두 번째 단체협약이 있었습니다. 6개월 전 한 음식점에서 일했던 조합원이 당시 주휴수당·야근수당을 받지 못해 노조에 도움을 요청했고 노조는 문제해결을 위해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했던 것입니다. 사장님은 이미 일을 그만둔 알바의 문제이고, 노조에 대한 거부감도 있고, 노동법도 잘 모른다는 이유로 알바의 요구를 억누르려고만 하다 노동청 진정, 피켓시위, 알바노조의 활동 등을 알게 된 후 생각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사장님은 교섭에서 노조의 요구를 모두 수용해 즉각 체불임금을 지급함은 물론 여타 알바노동자들의 권리를 포함한 단체협약서에 서명했습니다.

알바노조가 사용자들과 단체협약에 이르는 과정이 압축적이었던 것은 요구 수준이 노동법을 기준으로 이에 미달되고 있는 사항들인 이유도 있습니다. 사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노동법에 의해 보장되고 있었으나 사용자도 노동자도 몰랐던 권리들을 끄집어내 확인하고 있는 수준인 것이지요.

그런데 현재의 노동법이 모두 지켜진다고 해서, 모든 사업장이 최저임금을 준수하고, 서면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법정수당을 지급한다고 해서 알바들의 현실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봤자 알바들은 시급 4,860원을 받으며 일하게 될 것이고, 낮은 시급을 벌충하려면 투잡·쓰리잡을 뛰며 장시간노동을 해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근로조건이 서면으로 명시된다는 것은 지금의 고된 근로조건이 허공에 떠다니는 말이 아닌 문서에 기록된다는 의미에 지나지 않습니다. 법정수당은 주휴수당을 빼고 대부분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므로 편의점 등 소규모 매장에서 일하는 대다수의 알바들과는 사실상 상관없는 권리이기도 합니다. 적용받는 곳에서 일한다 해도 야간근로·초과근로·휴일근로를 해야, 즉 장시간노동에 시달려야 의미 있는 수준의 수당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서글프지만 이것이 알바들의 현실입니다. 따라서 알바노조의 요구는‘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에 머물 수 없습니다. 인권의 눈높이에서 알바들의 현실을 바라보고 개선점들을 찾아내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의 근로기준법을 포함한 전체 노동법은 알바노동이 보편화되고 있는 지금의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알바들은 취업과 실업을 무한히 반복하고 있으므로 취업상태에서의 권리 못지않게 실업상태에서의 권리도 중요한 문제로 다뤄져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의 고용보험제도는 일정기간이상 근속해야하고 비자발적 퇴사자에게만 수급자격이 주어집니다. 결국 알바들이 고용보험의 적용을 받기란 쉽지 않은 상태인 것입니다. 또한 알바들은 대부분 서비스업종에서 일하고 있어 해당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권리들이 존재합니다. 이를 테면 과도한 서비스요구나 소위 진상손님들로 인한 감정노동의 문제, 온종일 서서 일해야 하는 알바들을 위한 의자설치, 휴게 공간 설치 문제 등은 노동법상에 존재하지 않거나 조항이 있어도 실제화 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사진설명] 알바노조에서 대기업과 건물주의 횡포를 함께 풀어가기 위해'최저임금 1만원, 영세상인과 함께 고민하기' 집담회를 진행하고 있다.[출처:아르바이트 노조]

▲ [사진설명] 알바노조에서 대기업과 건물주의 횡포를 함께 풀어가기 위해'최저임금 1만원, 영세상인과 함께 고민하기' 집담회를 진행하고 있다.[출처:아르바이트 노조]


한편 편의점을 필두로 24시간 서비스 매장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알바들의 심야노동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으나 이에 대한 규제나 알바들의 건강문제에 대해서도 현행 노동법에서는 전혀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더불어 현재 상당수의 알바들은 대기업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일하고 있으며, 가맹점 중 85% 가량이 노동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가맹점의 경영은 절대적으로 본사 정책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알바들에 대한 노동법 준수율을 높이려면 본사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나 현행 노동법에서는 이를 강제할 근거가 없는 상태입니다. 알바들에게는 사실상 적용되지 않는 유급휴일문제, 알바노동의 창구기능을 담당하는 알바중개사이트의 문제 등도 새롭게 논의되어야 할 사안들인 것입니다.

결국 알바들의 눈높이에 맞는, 즉 알바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현행 노동법들의 대대적인 제·개정이 필요합니다. 알바의 인권은 지금의 법·제도를 뛰어넘는 시도에서 지켜질 수 있을 것입니다.
덧붙임

구교현 님은 알바노조 위원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