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9일 인권운동장이 주최한 파티가 열렸답니다. 상반기 고생했으니 하루라도 다 같이 모여서 잘 놀고, 남은 하반기도 힘내서 잘 마무리 해보자는 취지의 파티였는데요. 일종의 상반기 결산 파티랄까? 작년 7월에도 인권운동장에서 같은 취지의 파티를 열었는데 반응이 뜨거웠거든요. 올해도 어김없이 많은 분이 참석해서 편하게 이야기도 하고 각자의 영역에서 갖는 활동 고민도 나누는 시간을 보냈답니다.
하하하.
이렇게만 이야기되면 무척 기쁘기만 했겠죠? 사실 저는 작년에도 올해도 이 인권운동장 상반기 결산 파티를 준비하는 팀을 함께 했거든요. 그런데, 올해는 유독 즐거운 파티를 위한 준비인데 왜 이렇게 피곤할까? 이런 생각이 좀 들더라고요. 물론 파티가 별로였다거나 준비하는 사람들과 불화가 있던 것도 아닙니다. 다만 날씨가 문제였지요.
사랑방의 상임활동가 중에 정말 땀을 샤워하듯이 많이 흘리는 활동가가 있거든요. 여름이고 겨울이고 가리지 않고 땀으로 샤워를 하는 그이 덕에 제 땀은 상대적으로 가려지는 경향성이 있거든요. 그런데 사실 저도 한 땀, 한 땀 정말 많이 흘리는 사람이거든요. 올여름처럼 무지막지한 폭염 속에서 준비 모임을 하러 가고, 파티 당일 세팅을 하고, 또 마무리하며 치우는데 왜 이렇게 땀이 나고 기운이 빠지던지... 정말 파티고 뭐고 집에 가고 싶더라고요.
그럼에도 이번 파티를 끝까지 준비할 수 있게, 저를 도망가지 못하게 했던 나름의 이유가 있었답니다. 그것은 바로 노래인데요. 그냥 노래가 아니라 이번 파티 컨셉이 맞춰 개사한 노래가 있거든요. 가사를 짧게 소개해 드릴게요.
(1절) 나른한 햇살이 찾아들면 멍하니 텔방을 바라만보다가 지난 회의에서 맡은 일이 생각나 어디에서 시작 해야 하는지 방금 본 짤방에 혼자 웃다 무거운 뉴스에 또 마음 다칠까 애써 태연한 척해도 들킬 수밖에 없는 내맘 내맘 왜이래 (2절) 앰프는 충전이 안돼있고 시작할 시간에 발언자 안 오고 네게 전화걸까 말까 고민하는 나 그럴 시간이면 전화하는데 어젯밤 술자리 고백하고 차라리 대타를 구해야 하는데 애써 무심한척해도 들킬 수밖에 없는 내 맘 내 맘 왜이래 (후렴) 인권이 뭔데 뭔데 운동이 뭐 이래 이래 매일 눈물에 콧물에 가슴만 쓰리던 짓인데 인권이 뭔데 뭔데 또 가슴이 뛰네 뛰네 너를 만나고 나서는 내 맘이 설레고 있는데 dream a dream of you a dream I'm missing you |
이 노래는 유승우와 서현진이 부른 사랑이뭔데라는 노래를 미류 활동가가 개사한 가사거든요. 파티 컨셉이 ‘또 오해영’이라는 TV 드라마에서 차용한 <또 뭐해영 PARTY>여서 드라마OST를 바꿔서 불렀답니다. 포인트는 후렴 부분에 ‘인권이 뭔데 눈물에 콧물에 가슴만 쓰리던 짓인데’라는 가사입니다. 물론 제 땀 흘리는 고통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저에겐 땀 이야기로만 들리더라고요. 하지만 후렴 뒷부분에 ‘또 가슴이 뛰네, 너를 만나고 나서는 내 맘이 설레고 있는데~’라는 가사가 뭐랄까 이번 파티를 잘 준비해서 마쳐야만 한다는 암시를 주는 가사 같았달까요.
이 노래를 파티 준비팀이 모두 함께 부를 땐 서로 킥킥거리고 웃었지만 정말 활동을 하며 드는 고민이 유쾌하게 담겨있어서 진심을 담아 부를 수밖에 없었어요.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무사히 준비를 잘 마쳤답니다. 게다가 제 개인적으로는 이번 준비가 다른 단체 활동가들과도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요. 늘 오고가며 인사만 하던 여러 인권단체 활동가들과 준비팀을 함께하며 고민도 나누고, 이야기도 하면서 다음엔 인사만이 아니라 안부 정도는 물으며 반가워할 수 있는 관계가 된 것 같아요. 늘 뻘쭘해서 가까워지지 못했는데 ‘정말, 인권이 뭔지’ 이렇게 관계를 넓혀나가는 것이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달까요. 내년 여름에도 상반기 결산 파티를 하게 될지, 준비팀은 또 어떤 사람들이 모일지 알 수 없지만, 혹시나 또 하게 된다면, 이번 파티 준비를 계기로 알던 활동가와는 더 가깝게, 모르던 활동가와도 친해지는 계기로 삼으며 더위를 극복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