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의 손에는 노트북이 보입니다. 웹자보를 만들고 성명을 쓰는 필수품. 잠은 잘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열정적이랍니다. 그러나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는 사람이기도 한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오진호 활동가가 인권운동사랑방의 후원인이 됐네요. 그가 궁금해 인터뷰를 했습니다. 여러 모로 고맙습니다.
----------------------------------------------------------------------------------------------------------------
◇ 인권운동사랑방을 알게 된 계기는 언제인가요?
2004년에 알았어요. 다니던 대학교에서 시설노동자들과 청소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 때 인권운동사랑방이 함께 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알게 된 것은 2013년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할 때 직접 만나게 됐지요.
◇ 비정규직 노동자운동과 인권이 어떻게 연결되나 생각하셨겠네요?
그때는 뭐랄까, 비정규노동자들과 손잡아주는 단체구나 하는 정도였어요. 그 후에 사랑방 활동가들과 이야기 나누면서 인권의 문제로 비정규직 문제를 바라보는 게 소중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 항간에는 희망버스 기획자라는 말이 많던데요?
그건 전혀 아니라고 생각해요. 희망버스라고 하는 운동형식은 절박한 처지에 놓인 노동자들이나 주민들의 호소나 바람을 함께 실현시키고픈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이고 기획하고 확산시키는 운동이에요. 어쩌다보니 제가 참여한 희망버스가 많았던 것뿐이고. 저 같은 경우는 비정규직 문제를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다보니 희망버스도 많이 하게 된 거 같아요. 희망버스는 몇 명이 기획하는 걸로 가능하지 않으니까요.
◇ 요즘 비정규직 운동을 하면서 고민되는 건 뭔가요?
비정규 문제가 사회에 많이 알려진 건 사실이에요. 많은 정치나 시민들도 비정규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하는데 심각한 상황을 변화시키는 힘은 당사자 조직인데 그게 빠르게 되는 건 아니잖아. 물론 조직이라는 게 노조라는 형식만을 말하는 건 아니고 다양한 모임으로 가능하다고 봐요. 사실 집회에 참여하는 시민들 대다수가 비정규 노동자인 경우가 많잖아요. 다양한 방식으로 조직되고 실천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고 봐요. 그런 계기를 만드는 게 운동의 몫이 아닐까요.
◇그러면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는 것도 그때문인가요?
꿀잠은 비정규노동자들을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의 쉼터가 있으면 좋겠다는 소박하지만 간절한 바람으로 만드는 거예요. 아직 만들어지지는 않았지만 꿀잠이 어떤 집이 될지는 함께 한 여러 사람들의 토론으로 정해지겠지요. 다만 개인적 바람은 그 공간을 통해서 비정규노동자들이 모이고 토론하고 목소리 내며 서로를 조직할 수 있었으면 해요.
◇ 최근 박근혜 퇴진국면에서 비정규운동은 어떻게 나갈지 고민이 많을 거 같은데요?
지금은 당장 박근혜 퇴진만 말하고 있지만 이제부터는 퇴진 이후 한국사회가 어떤 사회가 되어야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사람들 사이에서 터져 나왔으면 해요. 그렇게 생각이 오고가는 과정에서 비정규직을 만드는 법제도나, 노조활동, 괴롭힘 문제들이 목소리로 나올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해요. 현재로서 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분노에 차서 퇴진을 외치며 거리에 나오는데 그걸 이후 사회에 대한 고민과 실천, 요구로 모아갔으면 해요. 소위 말하는 대통령이 최순실이라는 개인에게 당해서 분노했다기보다는 그전에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삶이 팍팍해진 걸 온몸으로 겪었기 때문이라고 봐요. 그런 사회가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비정규 법제도이고요. 그러니 퇴진운동이 비정규 법제도를 비롯한 헬조선을 만드는 구조를 바꾸는 운동으로 나아갔으면 해요. 그러려면 그런 토론의 계기나 장이 많아져야겠지요.
◇ 사랑방 활동가들에게 바라는 것은?
개인적으로 사랑방 상임활동가들 모두를 좋아해요. 이 분들이 지속가능한 운동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사랑방 활동가만이 아니라 많은 인권활동가들은 쟁점이 되는 사안이나 주요 의제에 몸을 혹사하고 마음을 투사시키면서 일을 많이 하잖아요. 그러니 조금 건강도 챙기고 마음도 챙기고 했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