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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신입 인권활동가 공동교육을 시작하다

“인권단체 활동가로 제한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신입활동가가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이 반복되는 것 같아요. 새로 활동가가 들어올 때 전임자가 하던 기준으로 일이 오니까 난감해요.”

“폭넓게 교류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어요. 그게 힘이 되지 않을까요?”

 

신입 인권활동가 공동교육을 준비하는 기획단 첫 회의에서 나눈 이야기들이다. 어떤 교육이 필요할까, 신입 인권활동가들은 어떤 교육을 기대할까에 대한 이야기부터, 준비하는 활동가들의 기대까지 풍성하게 나눈 첫 회의였다. 기획단도 설렜던 것 아닐까?

 

품앗이 공동교육

 

어지간한 시민단체들과 비교할 때 인권단체들은 영세하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 보니 신입활동가를 위한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단체는 많지 않다. 운영하더라도 –인권운동사랑방이 그랬듯- 바쁜 일들에 치여 마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어차피 하다 보면 다 알게 된다”는 선배들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누구나 인권활동가가 될 수 있고, 지식이나 경험은 자격 기준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이미 구조화된 단체 안에서 마치 이전부터 있었던 것처럼 움직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배움은 결국 스스로의 몫이라는 말이 선배들의 무책임한 변명이 되지는 않기를 바라며 서로 힘을 보태기로 했다.

 

공동교육은 처음 있는 시도다. 아이디어가 제안될 때 너도나도 호응이 좋았던 터라 기획단에도 많은 활동가들이 모였다. 그만큼 쌓인 아쉬움이 컸나 보다. 신입활동가들은 언제나 있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인권운동의 길에 발을 들여놓았을 텐데 어느 날이면 그만두게 됐다는 말을 듣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서로 얼굴을 익히며 잠깐 나눴던 말이 길게 남기도 한다. 막막하다던 이야기, 이런저런 어려움에 부딪친다는 이야기들. 다시 또 만날 날을 기약했는데 만나지 못하게 된 활동가들도 적지 않다. 교육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어쩌면 시작할 때의 막막함을 같이 나눌 수 있는 동료들을 만나는 것이야말로 든든한 힘이 될 것이다.

 

다른 데서 들을 수 없는

 

이미 활동을 시작한 1~3년차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5주간 매주 목요일 2강씩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10강씩이나 하는 건 많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막상 프로그램을 짜다 보니 쉽지 않았다. 우선 다른 기회에 배우거나 접할 수 있는 강의 주제들을 제외하기로 했다. 공동교육이라 얻을 수 있는 장점들을 더 살리기로 했다. 한국 인권운동의 역사를 살피며 각자의 운동이 어떻게 교차하거나 협력해왔는지 되짚어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의제나 영역별로 어떤 쟁점이 있는지 살피는 것은 잠시 미루고, ‘인권’이 만들어내는 힘이 무엇일지 곱씹어보는 시간도 준비했다.

 

기획단에서나 참여자들에게서나 기대를 받고 있는 프로그램은 ‘인권 있는 인권조직 만들기’ 워크숍이다. 인권운동은 세상을 향해 외치고 싸우는 것이기도 하지만 인권활동가로서 삶의 여정을 만들어가는 길이기도 하다. 인권단체는 ‘그나마’ 낫다는 평가들도 있지만 사회에 만연한 위계로부터 자유롭기 어렵고 조직의 갈등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일하고 쉬고 놀고 공부하고 어울리는 시간은 충분한지, 인권운동의 지속가능성을 개개인의 의지나 희생에 떠넘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살피며 가야 한다.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겠지만 동료들과 함께 답을 찾아갈 힘을 얻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인권활동가가 피하기 어려운 일 중 하나인 글쓰기도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다. 글쓰기만으로도 수 회 교육이 필요하겠지만, 누구나 한 번 이상은 쓰게 되는 성명‧논평 쓰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다만 어떤 형식이건 인권활동가로서 글을 쓸 때 부딪치게 되는 고민들을 나눌 수 있는 시간도 마련했다. 국제 인권 메커니즘의 활용과 정보공개청구와 같은 실용적인 교육도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5주가 훅 지나갈 듯하다.

 

배우고 싶다

 

지난주에 이미 교육이 시작되었다. 조효제 교수의 ‘인권의 지평’ 특강이 첫 프로그램이었는데 참여자들의 호응이 좋았다. 강의 중 인권운동이 나무와 숲을 다 봐야 한다는 말이 여러 차례 있었는데 뒤풀이를 하면서 너도나도 나무와 숲에 대해 얘기를 한다. 류은숙 활동가의 ‘인권운동의 역사1’을 듣고 나서는 모두들 자신이 꽂혔던 말 한 마디를 들고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아무래도 참여자들의 적극성이 교육을 알차게 만들어줄 것 같다.

 

기획단에서 기대했던 바도 마찬가지다. 공동교육에 참여하는 신입 인권활동가들이 서로를 보듬고 일으켜 세워주는 쫀득한 관계를 얻어가길 바란다. 매주 강의를 마치고 30분은 ‘쫀득한 조별 모임’을 갖기로 했다. 각자 들었던 생각이나 떠오른 고민들을 조금 편하게 나눌 수 있는 시간이다. 기획단으로 참여한 나도 조별 모임에 참여했다. 그리고 더욱 설레게 됐다. 나도 많은 배움을 얻게 되리라는 걸 깨달아버린 것이다. 마지막까지 모두 즐거운 시간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