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길을 돌아본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래도 참 중요했어요. 뭔가 바삐 움직이는데 우리 안에 같이 쌓아가는 것은 없는 것 같고, 참 많은 것이 달라지기도 하고 어떤 것은 또 여전하기도 한 현실에서 세상을 바꾸고 싶어 모였던 우리는 어떻게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지 막막하고... 기념하는 게 낯선 사랑방, 그럼에도 20년이라는 숫자가 주는 무게 때문이었을까요? 20년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로 함께 살아가고 활동하지만, 저마다 지니고 있던 고민들을 나누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20년이 되는 2013년을 앞두고 2012년 사랑방이 지나온 길을 같이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활동을 한 시기가 저마다 다른 지금의 성원들이 그 시간을 통해 공통의 인식을 갖게 된, 그리고 가지려고 한 작은 의미가 있었어요. 그래서 자연스레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 만들어가야 할 길을 함께 찾아보자는 것으로 말이에요.
부족한 것이 당연하지만, 우리가 쌓아왔던 경험들을 되짚어보면서, 그리고 세상을 바꾸는 인권운동에 대한 포부를 다시금 확인하면서 대중의 힘을 변혁적으로 조직하는 운동을 해보자고 방향을 잡았습니다. 약간 묵직한 느낌도 드는 이 말이 어찌 보면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는 누구라도 할 수 있는, 혹은 해야 하는 말이기도 한 것 같아요. 아직은 뜬 구름 같기도 한 이 이야기에 구체적인 의미들을 채워가려면 열심히 고민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나누고 시도해보는 수밖에요.
공식마냥 명료할 수도 없고, 뭔가 뻥뻥 뚫려있는 게 참 많은 우리가 세운 방향을 벼려야 하지만, 20년을 계기 삼아 그동안 사랑방을 안팎으로 응원해주시며 함께 해주신 분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그래서 자료집도 만들고, ‘회동’이란 이름으로 행사도 했는데, 후원인 여러분들에게 사랑방 활동가들이 나누었던 이야기들, 그리고 지금 여기에서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이 잘 전달이 되었을까 궁금합니다.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들 사이에도, 사랑방 안팎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과도, 세상을 바꾸자는 꿈을 함께 꾸며 활동하는 다른 단체/활동가들과도 앞으로 계속 마주하면서 풍부하고 탄탄하게 의미들을 만들어가는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20년을 지나보내고 이젠 21년, 한 해 한 해 더해질수록 어떤 힘들을 우리가 함께 경험하게 되길 바래보면서, 공상이 아니라 현실로서의 그날을 꿈꿉니다. 이런 바람과 꿈을 우리들의 이야기로 말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또한 의미였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덧붙이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