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을 시작하는 1/4분기 총회가 지난 3월 15일에 있었습니다. 이번 총회를 준비하며 모두가 가진 부담이 컸어요. 20주년을 계기로 ‘대중의 힘을 변혁적으로 조직하는 인권운동’을 사랑방 활동 방향으로 잡았고, 그것을 구체적인 고민과 활동으로 풀어내길 기대하며 중심활동이라 이름 붙이며 안산지역 반월․시화 공단노동자를 조직하는 활동을 함께 하기로 했지만, 작년 한 해를 돌아보니 아쉽고 부족한 것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변화의 과정 속에 있는 사랑방을 보다 선명하게 함께 이해하면서 출발선을 맞추는 게 이번 총회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총회라는 게 가벼울 수 없는 자리긴 해도, 이번에는 더더욱 묵직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저마다 지금의 사랑방을 이야기하는 게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일종의 변태기 같은 시간을 지금 우리가 겪고 있다고. 사랑방이 만들어진 1993년부터 지금까지 20년이란 시간 동안 한국 사회, 사회운동이 겪은 많은 변화를 20주년 워크숍에서 참 많이 이야기해왔던 것 같아요. 그런 시대와 호흡을 함께 하면서 사랑방의 자리도 달라져왔고요. 인권이란 말이 낯설게 여겨지던 때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인권운동의 자리를 만들려고 했고, 인권의제를 확장해가면서 다른 운동과 만나려고 했고... 그렇게 쌓아온 것도 많지만, 사랑방 안팎으로 달라진 조건들은 “앞으로 인권운동사랑방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품게 했습니다.
그 질문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은 우리가 어떤 미래를 꿈꾸고 만들 것인지를 함께 나누는 시간이기도 했어요. 정해진 자리에서 주어진 몫만큼만 발언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과 변화를 촉발하는 운동의 언어로 인권을 힘 있게 세우고 싶다는 바람, ‘대중의 힘을 변혁적으로 조직하는 인권운동’을 우리의 푯대로 삼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모여서 싸우기 위한 조직화가 아니라 그 힘으로 체제를 변혁하기 위한 조직화. 그것을 다시 환기하면서 반월․시화 공단노동자를 조직하는 활동에서 우리가 벼려야 할 의미를 다시 짚어보았습니다. 지금 노동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보편적 삶의 조건에서 우리의 고민과 활동이 출발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곳이 재화의 생산과 분배, 착취를 둘러싼 싸움의 현장이라는 것. 그래서 올해 중심활동은 다음의 목표로 펼쳐보려고 해요. 작년 10월 출발한 ‘월담’이 올해 펼치려하는 여러 활동에 함께 힘을 실으면서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지난 겨울 4개 공단 임금요구안 조사결과로 확인한 저임금 현실의 문제를 인권의 의제로 만들면서 함께 싸울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2013년을 평가하며 주요하게 이야기된 것 중 하나가 중심활동 외에 사랑방이 함께 하고 있는 여러 활동들의 의미에 대한 것이에요. ‘대중의 힘을 변혁적으로 조직하는 인권운동’을 우리의 방향을 함께 싸울 사람들을 모으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것과 함께 우리의 싸움이 어디를 겨냥해야 하는지 아는 것도 꼭 필요한 것이잖아요. 지금 하고 있는 여러 활동의 의미를 재정리해가면서 우리가 세운 푯대를 더 풍부하게 채워가는 것을 향후 과제로 함께 이야기했습니다.
2013년을 돌아보며 2014년 우리가 서있는 출발선에 대한 이해를 맞추는 시간이었던 총회, 기나긴 논의로 심신이 지쳤지만, 그 출발선에서 우리가 어떻게 함께 한 걸음을 내딛을지 서로에게 좀 더 분명해진 시간이 된 것 같아 뿌듯하기도 했어요. 그 뿌듯함을 기억하면서 힘 있게 2014년 뚜벅뚜벅 나아가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