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수신 : 각 언론사 사회부 담당 기자, 전·의경 부모님, 사회운동단체, 경찰 조직 등
발신 : 인권단체 경찰대응팀(다산인권센터, 원불교인권위원회, 인권운동사랑방,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평화인권연대)
분량 : 총 3매
제목 : 전·의경 부모님들께 드리는 호소문
1. 연대의 인사 드립니다.
2. 11월 15일 농민대회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에 의해 두 분 농민의 사망에 책임을 지고 대통령이 사과하고 경찰청장이 사직한 후 ‘폭력 시위’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뜨겁습니다. 1월 7일에는 전·의경 부모님들이 중심이 되어 ‘폭력 시위 추방’을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한다고 합니다.
3. 인권단체들은 전·의경 인권침해 현실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습니다. 한 해에도 여러 명의 전·의경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행위로 내몰리고 있고 많은 전·의경들이 내부의 인권침해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전·의경 내부의 구타와 욕설은 공공연한 사실로 알려지고 있고, 내무반 환경 또한 열악하기 그지없습니다.
4. 이런 전·의경 인권침해 현실은 자신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집회·시위 진압에 동원되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5. 인권단체 경찰대응팀은 ‘폭력 시위’가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 전·의경 인권침해 개선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의경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 △전경제도 폐지 △경찰기동대 해체 △집회·시위 진압에 의경 동원 금지 △의경 부대 내 인권침해 상황 개선이 핵심적인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폭력 시위’의 원인이 절박한 생존권적 요구를 하는 시위대에 있는 것이 아니라 힘없는 사람들을 생존의 절벽으로 밀어붙이는 정치권의 잘못된 정치,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언론의 문제라고 봅니다.
6. 이러한 과제는 전·의경 당사자, 부모님들의 요구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인권단체들은 전·의경 당사자 및 부모님들과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고민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우리의 목소리가 잘못된 방향을 향해서는 안됩니다. 7일 집회를 준비하고 있는 전·의경 부모님들과 서로의 오해를 풀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전·의경 부모님들께 드리는 호소문>
오늘 우리 인권단체들은 참으로 답답하고 비통한 심정으로 호소문을 띄웁니다.
전·의경 부모님들이 전·의경 출신 전역자들과 함께 전·의경들의 인권 보호를 주장하면서 이 추운 겨울 칼바람이 부는 거리에서 외치는 목소리에 저희 인권단체 또한 같은 아픔과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더군다나 ‘이 땅에서 농사지으며 인간답게 살아가게 해 달라’며 기본적인 생존권을 주장하며 추운 거리에서 목소리를 높여야만 하는 노동자 농민들의 아픔을 알기에, 원하지 않더라도 노동자 농민들의 생존권 요구 시위를 상부의 명령에 따라 막아야만 하는 전·의경들의 고통에 더욱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전경으로만 차출되지 않았더라면, 의경이 시위진압에 나서야 하는 줄 알았더라면, 전·의경이 국가가 정한 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하기라도 했더라면, 죄 없는 젊은이들로 구성된 전·의경과 생존권에 대한 절박한 마음으로 참가한 시위 참가자들이 시위 현장에서 서로 주먹과 몽둥이, 온갖 욕설을 주고받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난해 11월 15일 농민대회에서 사람을 죽인 ‘살인집단’으로 지목될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군대에 징집된 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전경이 되고, 또 ‘경찰’에 대한 꿈만 가지고 군대를 대신해 지원하여 의경이 되었지만 현실은 원칙과 기대와는 너무나도 다릅니다. 전·의경은 집회·시위 진압을 위해 명령에 따라 강제로 동원되고 경찰 지휘관에 의해서 불법적인 폭력을 자행하도록 폭력을 교육받는 현실, 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위를 진압하면서 부상을 당하는 모습에 가슴이 미어지도록 아픕니다. 전·의경들은 바로 우리의 가족, 친구, 동료가 아닙니까. 절박한 생존권을 요구하는 죄 없는 시위대와 죄라면 ‘군대’ 간 죄밖에 없는 전·의경들이 자신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서로 맞서 싸워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도 서글픕니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의 근본 원인이 힘없는 사람들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은 채 잘못된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정치권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정치를 잘 하면 집회·시위에 나설 일이 없을 것입니다. 거리로 내몰리고 있는 노동자 농민은 정치권이 올바른 정치를 해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주장하는 절박한 목소리입니다. 하지만 정치권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전·의경을 동원해 절박한 민초들의 목소리를 막기에만 급급합니다. 생존권을 위협받는 시위 참가자들도 또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그들을 막아서야 하는 전·의경들도 모두 잘못된 정치의 희생자들입니다.
힘없는 희생자들끼리 힘을 합쳐야 합니다. 서민들의 목소리를 잘 듣고 정치를 잘 하면 사람들이 거리로 나설 일도 없을 것이고 전·의경들이 집회·시위를 막아서야 하는 부당한 상황도 없어질 것입니다. 집회·시위는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모든 국민들의 기본적 권리입니다. 집회·시위의 자유를 경찰이 막아서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집회·시위를 막기 위해 죄 없는 전·의경들이 동원되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전·의경 부모님들, 그리고 전·의경 전역자 여러분, 힘없는 우리는 모두 같은 입장에 서있습니다. 한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집회·시위 현장에서 내무반에서 인권침해에 무방비로 노출되어있는 전·의경들의 인권을 하루속히 보장해야 합니다. 전·의경들이 집회·시위 진압에 동원되어서는 안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대부분 전·의경들로 구성된 경찰기동대가 없어져야 합니다. 또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군대에서 차출되는 전경 제도 역시 하루빨리 없어져야 합니다. 의경들의 인권 개선을 위해 내무반에서 구타와 욕설이 없어져야 하고 내무반 환경이 많이 개선되어야 합니다. 더 이상 의경 부대에서 자살하는 젊은이가 발생하지 않아야 합니다.
간혹 서로간의 오해에 의해 힘없는 피해자들끼리 싸우게 되는 안타까운 경우가 있습니다. 힘없는 사람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함께 힘을 합쳐야 합니다. 우리 서로를 비난하고 책임을 묻기 보다는 진정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요구해야 합니다. 정치에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들, 경찰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함께 요구합시다. 우리 인권단체들은 전·의경 부모님들과 전·의경 전역자들이 원하는 전·의경의 인권보호를 함께 고민하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전·의경 인권보호의 한목소리를 함께 낼 수 있기를 진정으로 바랍니다.
2006년 1월 6일
인권단체 경찰대응팀(다산인권센터, 원불교인권위원회, 인권운동사랑방,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평화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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