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7~3.1에 열린 인권활동가대회에 사랑방에서는 9명이나 참석했습니다. 아마 단일 단체로는 가장 많은 사람이 참여한 게 아닐까 해요. 저는 이번 대회 준비팀에 함께 했어요. 작년 활동가대회에서 제비뽑기에 걸렸었거든요. 그나마 다행인 건 사랑방이 매년 준비팀 1인을 낼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제 차례였다는 거죠^^ 준비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전국에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70명 넘게 모여서 즐거운 자리를 갖는 모습을 보니까 참 뿌듯했습니다.
준비한 사람으로서도 이렇게 영역도 다르고 의제도 다른 곳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무엇이 목말라서 인권활동가대회에 참여하게 되었을까 궁금할 정도였으니까요. 아무래도 ‘인권’이라는 의제가 주는 느낌이 분명 있는 것 같아요. 왠지 구체적이거나 정책적이지는 않지만 운동의 원칙을 지키는 것 같은 느낌도 있고, 인간사의 모든 영역을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개입 가능하니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함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자유분방함은 활동가들의 관계나 활동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테구요. 아무튼 이번 활동가대회에는 처음 참석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어요. 그래서 사실 준비한 내용이 얼마나 잘 풀어졌는지는 의문이지만요.
첫 날 인권교육센터 들에서 준비한 ‘몸 풀기 마음 풀기’로 정말 지칠 때까지 몸을 움직이면서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저녁에 ‘활동몬’ 카드로 활동가로서 자신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다들 처음에는 어렵고 힘들어했지만, 일단 시작하니 어찌나 진지하게 몰입들을 하시던지요. 둘째 날에는 이번 활동가대회에 모인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던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노동’, ‘종북’, ‘혐오’, ‘공권력’이라는 열쇳말을 가지고 모둠 토론도 하고 이걸 다 모아서 전체토론도 이어졌습니다. 활동가대회에 모인 사람들이 그 자리에서 어떤 구체적인 공동행동을 염두에 두고 결정을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토론은(특히 큰 토론) 다소 추상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다만 열쇳말로 던진 4가지가 지난 한 해 우리가 활동을 하면서 마주쳤던 의제들이었고, 올해도 이와 관련한 활동들을 하게 될 거라는 막연하지만 중요한 정세전망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다른 공간에서 각자 기획된 다른 활동들을 하게 되겠지만, 그 속에서 우리의 운동과 활동이 지향해가야 할 바가 무엇일지, 너무 큰 지향이라서 매년 활동가대회에서 이야기하기에는 별 의미 없는 그런 게 아니라, 우리의 운동이 올해의 성과를 디딤돌 삼아 한 발 더 나아가야 할 방향이 어디일지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너무 다른 경험과 역사를 지니고 있었고, 무엇보다 많은 이들이 모여서 방대한 주제로 토론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다들 원래 큰 토론은 매년 그랬다고 토닥여주었지만요 ㅠㅠ 그래도 인권활동가대회가 그냥 대규모 엠티 자리나 이런 게 아니라, 올해 활동을 고민하면서 함께 나누고픈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는 점에서 저로서는 후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내년은 또 어떨까요? 뒷풀이 자리에서 가치관 경매를 해서 내년 준비팀을 뽑았습니다. 2인 1조로 다섯 팀을 뽑았는데, 그 중 사랑방 사람들이 무려 4개 팀에 당첨되었습니다. 내년 활동가대회는 사랑방화될 것 같아요. 그러면 2박 3일동안 회의하고 술만 마시려나요? ^^
활동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