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2일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아무도 우리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 - 소위 ‘내란음모’ 사건 피해자 인권침해 보고회가 열렸습니다. 여러 인권활동가들이 약 20여 분의 이 사건 구속자 가족들, 압수수색당한 분들, 5월 모임 참석자 등을 상대로 인터뷰한 내용을 인권침해보고서 형식으로 정리했고, 이를 발표하는 자리였습니다. 또 세 분의 당사자 분들이 오셔서 자신들의 경험을 직접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약 한 달 반 동안 다른 활동가들과 함께 직접 사건 당사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문제점을 정리하며, 개인적으로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형사소송법상 ‘압수수색’이라는 절차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접하고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으며, 우리가 언론 등으로 접하는 어떤 ‘상’과 현실이 어긋나는 괴리들을 실감하게 된 것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큰 소득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인에 대한 편견을 늘 경계해야 한다는 건 참 진부한 말이고, 또한 직접 경험한 것만을 절대화하는 것 역시 경계의 대상입니다만, 전세계에서 빨갱이 사냥이 가장 비극적으로 벌어졌던 이 남한이라는 사회에서 ‘종북주의자’라는 등의 딱지가 붙는 건 어떤 일인지, 이성적으로 알게 되었다기보다는 감각하게 된 것에 가깝다 할까요. 그래서 인터뷰 하면서 감지할 수 있었던, 언어나 개념으론 포착하기 어려운 어떤 것들이, 나름 잘 정리되었긴 하지만 조사 보고서에서 큰 폭으로 줄어들고, 그것이 짧은 시간의 보고회에서 다시금 큰 폭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 한계가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이 사람들이 정말로 내란음모를 꾸몄는지 아닌지를 굳이 이 글에서 논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런 건 객관적인 사실로 뒷받침되는 변호인단의 변호 내용과, 인권침해보고서를 직접 읽어보시는 편이 나을 테니까요. 그보다는, 그이들에게 집중된 우리의 시선을, ‘북’이라는 존재를 대면하고 있는 남한이라는 사회와, 무엇보다도 그 속에 살고 있는 우리 자신에게 향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저 스스로는, 내 자신의 인식과 심리는 결국 내가 나고 자란 땅, 국가보안법이 헌법 제 0 조로 기능하고 있는 이 물질적 세계가 규정한 한계로부터 한 치도 자유롭지 않구나, 소위 ‘사상의 자유’를 주장한다고 해서 그것으로부터 저절로 자유로워지지 않는구나 하는 걸 절감하고 있습니다. 인식적으로건 심리적으로건 실천적으로건, 그것에 의식적으로 도전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 한 말입니다. 이 말을 쓰는 지금 이 순간조차 그렇습니다.
활동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