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관수 (자원활동가)
시간이란 게 참 빠르다고는 하지만, 제게 있어 지난 2년이란 세월은 그 어느 때보다 무척이나 빠르게 흘러갔던 것 같습니다.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이따금 제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기도 합니다. ‘나는 내게 주워진 시간을 충실히 살았는가?’, ‘지나간 시간들에 있어 아쉬움이나 후회는 많지 않았나?’ 저의 지난 2년을 이런 질문에 비추어 답해본다면 그 대답은... 한두마디로 답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어쩌면 수많은 변명과 자기합리화로 가득한 대답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그것은 그동안 사랑방에서의 추억과 인연들이 있었기에 지난 시간들이 보람되었고 의미있었다는 것입니다.
이 자원활동가의 편지를 쓰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지금도 눈을 감으면 사랑방활동을 하면서 보냈던 지난 시간들이 그리고 사랑방 식구들의 모습이 눈앞에 선합니다. 특히 설렘과 기대를 안고 사랑방에 처음 문을 두드렸던 그때가 또렷이 떠오릅니다. 처음 사랑방을 찾아갔을 때 반갑게 웃는 얼굴로 맞이 해주며 지금까지도 저를 항상 꼼꼼히(?) 잘 챙겨주는 민선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사회권팀에 들어가 처음 활동(인권오름 기획기사)하는데 어리둥절해하고 어색해하던 저를, 같은 조가 되어 끝까지 함께해 주었던 명숙과 홍차 그리고 깡통. 사회권팀 활동뿐 아니라 영화제나 여름MT, 술자리들을 함께 하고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레 친해졌던 효철, 종인 여러 사랑방활동을 하면서도 알게 되었지만 중림동 개발대응과 관련해 관심을 갖으려 했을 때 도움을 주었던 미류, 제가 활동하는 중간에 사회권팀에 들어오셔서 만나게 된, 푸근한 삼촌 같았던 68과 친동생 같아서 항상 챙겨주고 싶었던 은솔. 그리고 오랜만에 사랑방에 복귀했을 때 처음 만나게 된 성찬과 지선,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난 18차 나비소모임 때부터 함께 사랑방활동을 하게 된 지은. 사랑방식구들이라면 어느 누구든 함께할 때마다 저에겐 즐거운 시간이었고 그것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습니다. 이런 좋은 인연, 좋은 기억들을 갖게 해준 사랑방이 제겐 너무도 고맙고 따뜻한 곳으로 느껴집니다. 그래서 많이 소중하구요.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해보게 합니다. ‘나에겐 사랑방이 이렇게 따뜻하고 즐거운 곳이었는데 과연 나는 사랑방 식구들에게 어떤 사람이었을까?’ 하나, 둘 떠올려보면 활동하면서 스스로 부족한 것도 많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것들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사회권팀 정기회의에 더 자주 참여하지 못 했던 게 아쉽고 여러 가지 활동들을 하는데 더 열심히 더 적극적으로 뛰어다니지 못했던 것들이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한동안 사랑방 활동을 쉬다가 오랜만에 복귀했는데 또 다시 사랑방식구들과 헤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제 막 새로 만나게 된 분들과 더 친해지지 못하고 떠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저는 지금 군 입대를 앞두고 서울을 떠나 고향에 와 있습니다. 그동안 사랑방과 함께 했던 2년이란 시간만큼을 여러분과 또다시 헤어져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도 서운하지만 많은 분들이 걱정해주시고 빌어주시는 만큼 건강히 잘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2년, 짧지는 않지만 그렇게 길지도 않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곳에서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우며 한층 더 성장해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2년 후 돌아가는 그날, 새로운 사랑방에서 그리고 ‘자원활동가의 편지’로도 여러분과 다시 즐겁게 인사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밝은 모습으로 다시 만나 뵐 수 있기를. 모두들 건강하세요.
사랑방 자원활동가 서관수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