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도착해서 진행된 것은 역시나 자기소개시간. 곳곳에서, 다양한 인권적 화두를 가지고 활동하고 있는 이들이 참 많구나 새삼스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주어진 미션은 바로 활동가들에 대해 알기. 종이에 나누어져 있는 16칸에 이름, 나에게 어울린다고 붙여주는 색깔, MB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아오는... 뻘쭘한 상황. 수줍음으로 주저주저 하면서 다가갔지만 그래도 한 발짝 서로에게 내딛는 기회가 되었지요.(이후 16칸에 적힌 인물들로 빙고 게임을 했는데 사랑방에서는 아르망드씨가 성공해서 큰 선물 ‘빅파이’를 받았답니다.) 그리고 새판을 그리기 위해 모인만큼 새로 시작되는 이명박 정부에서의 정세를 살펴보고 인권운동의 과제를 같이 점검하는 토론회 시간을 가졌습니다. 과제로 제시된 5가지(국가주의 반대, 개발주의 반대와 공공성 강화, 소수자 차별 반대, 국가인권위 대통령 직속기구화 저지, 평화권)를 모둠으로 나누어 함께 우리가 원하는 5년 후의 세상을 그려보고, 실제로 부딪히게 될 문제를 진단하고, 인권운동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이 이어졌어요. 그 과정에서 인권 운동이 갖고 있는 약점과 강점을 냉철하게 짚어보기도 했습니다. 약점은 보완하고 강점은 잘 살려서 앞으로의 인권 과제들을 잘 풀어야겠지요.
둘째 날, 처음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칠리새우(7理sew:7가지 주제를 만나 이치를 깨닫는 과정을 통해 인권운동을 하나로 꿰매자는 의미에서 지어졌다는). 개발, 성이분법적 사고, 유비쿼터스, 북인권 등 서로의 인권운동에서 살펴보지 못했던 주제를 접하면서 고민의 영역을 넓히는, 이름처럼 맛있는 토론 시간을 가졌어요.
그리고 ‘게임은 진화하는 것’을 전제로 진행자와 참가자가 함께 만들어간 스무고개 시간, 평소 사무실에서 웅크리고 있었던 한을 풀 듯 열심히 몸을 움직이며 치열한 점수쟁탈전을 벌였습니다.
저녁에는 인권문화제가 열렸어요. 활동가대회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노래로, 연극으로 펼쳐졌지요. 동성애 사회에서 이성애자로 살아가는 고통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연기한 활동가, 평소 고요한 느낌을 주었는데 진짜라 해도 믿을 만큼 실감나게 용역깡패 역할을 했던 활동가, 인권위 대통령 직속기구화 저지 농성에서의 심정을 노래로 표현하며 맥주를 건네던 활동가. 정말 한 사람 한 사람이 충격이었고, 그 한 사람 한 사람으로 인해 많이 웃었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서로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함께 풀어야 할 고민들에 대해 나눌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더해진 열기로 즐거운 뒤풀이가 새벽까지 이어졌지요.
제6회 인권활동가대회는 이렇게 끝이 났어요. 각자의 마음속에 사람들을 남기고, 함께 풀어야 할 과제들을 남기고, 그리하여 더 깊은 소통과 연대의 기회를 남기면서 말이에요. 그 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하늘을 거뭇거뭇 수놓은 것 같은 새떼를 보았습니다. 저녁놀이 지어 불그스름한 하늘에 검은 새들이 무리지어 나는 풍경을 넋을 잃고 봤어요. 서로가 서로의 길잡이 역할을 해주고, 길동무가 되어주는 그네들처럼 활동가대회에서 만난 사람들이, 그리고 앞으로 인권운동에서 만나게 될 수많은 사람들이 든든한 버팀목으로 서로에게 자리하기를 바라면서 며칠간 숙취로 고생한 배를 어루만지면서 잠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