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인권교육실 활동보고에 짬짬이 올라왔던 인권교육센터(가칭) 준비 소식 기억하시죠. 바로 그 얘기를 조금 자세하게 3회에 걸쳐 나누려고 해요. 자 그럼 첫 번째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요.
작고 가볍게
사랑방은 조직의 비대화와 백화점식 운동을 지양하며 작은 단체를 꿈꾸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조직이 점점 커지고, 그에 따라 활동 영역을 자꾸 키워 나가다보면, 결국 운동보다는 인력이나 재정 등 많은 자원을 조직을 유지하는 데 쓰게 되고, 전문영역에 집중하지 못한 채 활동가 및 조직의 역량이 분산될 수밖에 없음을 경계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든 운동을 사랑방 내로 귀속시키기보다는 새로운 운동을 키워내고, 지원하는 산파 역할로서의 조직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첫 실험으로 인권교육실 독립을 추진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그 첫 주자가 왜 인권교육실이냐고요? (사랑방 식구들은 인권교육실 활동가들이 완전 자뻑-자화자찬-이라고 질투 섞인 비난(?)을 하기도 하지만 실제) 인권교육실은 전문 운동역으로 자리를 잡은 지 오래며, 활동가 수나 구성원에 있어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활동을 하면서 내공을 쌓아왔죠. 그래서!!! 다른 활동보다 독립을 준비하는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가 아니라 진짜라니까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
인권교육센터 설립은 사랑방 차원에서 인권교육실 독립이지만, 인권운동 진영에서 보면 인권교육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단체가 새롭게 만들어지는 거랍니다. 그럼 지금 인권교육센터를 만들어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냐고요?
10여년 전만 해도 인권교육이라는 말 자체가 생소하고 불순하게 비춰졌는데, 최근에는 학교나 공무원 등 제도권 내에서도 인권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제도화를 위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인권교육을 주 업무로 하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의 등장으로 국가 주도의 인권교육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국가 주도 인권교육의 확대가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인권교육의 개념과 의미, 원칙 등이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기간 내 성과를 내려는 인권위의 보여주기식 사업 때문에 오히려 인권교육에 대한 오해와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답니다. 또 제도 내 인권교육을 실시하면서 인권교육의 의미와 잠재력을 축소시키려는 시도-예를 들어 인권교육을 타인에 대한 권리를 지킬 의무 정도로만 생각하면서 착하고 예절 바른 사람 만들기 교육으로 바라보는 등-도 증가하고 있어 인권교육에 대한 방향과 원칙이 혼탁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간 인권교육 진영에서도 인력의 부족, 활동의 과부하 및 우선순위에서 자꾸 밀리면서 인권교육에 대한 고민을 심화시키거나 체계적으로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답니다. 인권교육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분야도 다양해지지만, 이러한 사람들을 인권교육 활동가로 재생산하고 묶어낼 수 있는 공간이 없는 상태이기도 해요. 그러면서 인권교육을 개척해온 인권교육 활동가들이 재교육과 재충전의 기회를 얻기 힘들어 점차 소진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인권교육 활동가들이 재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좀처럼 없어 자신들의 재교육조차 스스로 기획해야하는 하거든요.
이런 배경 속에서 인권교육센터는 새로운 시작을 꿈꾸고 있습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사회적 약자들의 편에서 그들과 함께 다양한 실험과 도전을 해볼 계획입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고, 함께 하는 이들이 잘 보이지 않을 때도 있지만, 차근차근 끝까지 갈 수 있도록 많은 격려 부탁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