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사랑방에서 활동 시작하면서 했던 다짐이 있었다. 무리하게 활동하다 감당 못하고 그만두는 불상사를 내느니, 할 수 있는 만큼만 조금씩 하면서 꾸준히 활동하겠다는 것이었다. 아마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사회 운동을 한다? 그러다 내 삶의 안정적인 기반(직장)까지 잃어버리게 되는 것 아니야?
자원 활동으로 시작했지만 활동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돋움활동으로 바꾼 지 약 2년. 좋지만은 않았다. 평택 투쟁 당시의 고양감이 가라앉고 경찰에 대한 두려움은 커지고 직장과 연애와 활동에 치여 어느 것도 충실하지 못한 채, 시간만 잡아먹다 이명박 정권을 만났다. 뒤이어 일어난 거대한 촛불의 역동성, 그리고 촛불에 대한 일부의 낮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각성하기 시작한 사람들에 대한 희망은 나를 흥분시켰고, 직장에 대한 흥미는 날이 갈수록 떨어져갔다. 그리고 촛불이 표면적으로는 가라앉자 어느새 다가온 전세계적 경제 위기..
글쎄,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라도 지금이 역사적 전환기라는 건 감지가 되는 것 같다. 어쨌든 지금은 우리 부모님 세대가 경험한 7, 80년대의 안정적인 경제 성장기는 아닌 것이다. 평범하게 취업해서 알뜰하게 저축해서 집사고.. 하는 삶의 형태는 이미 평범하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안정한 기반 위에서 살아가야 하는 시대..
쥐꼬리만한 알량한 기득권은 갖고 있지만, 사실 그마저도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지 불투명한 것이 명백하다면, 꼭 안정적인 삶을 살아보겠다고 아등바등 해야 할까.. 하는 생각도 최근 들기 시작했다. 세상이 요동친다면, 티끌 같은 내가 안정을 추구하며 용쓰느니 차라리 요동치는 흐름에 한번 몸을 맡겨 봐도 좋지 않을까. 적어도 지금으로선 부모님을 부양할 부담만큼은 없기도 하니까.
그래서 일단 회사를 그만두고 사랑방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래봤자 올해 말까지만.. 이라는 단서가 붙은 전력질주지만 뭐 내년에 쉽게 취업이 된다는 보장도 없고, 어찌될 진 나도 모르겠다. 불확실한 미래를 놓고 고민해봤자 답은 안 나올 것 같고 그냥 충동적으로 지르고 보는 게 내 스타일인 것 같다. 아무튼 무기력하게 같은 자리만 맴돌던 활동은 조금씩 전진하기 시작했고 의욕만큼은 100%다. 어쨌든 지금, 좋다.
활동가의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