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폭력교육을 참여한다고 하고, 한 시간이나 늦어버렸다. 원래도 어려웠는데 강연이 끝나고 나서도 아직도 모르겠다. 모르겠다고 말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일단 수업을 거의 끝부분부터 들어서 따라가기 힘들었다. 또한 결론을 내릴 수 없고,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잘못된 것일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여성운동, 페미니즘, 젠더 관련 이야기를 보면 어렵다는 이야기가 먼저 나온다. 내가 잘못 말해서 ‘여성들’을 욕 먹일까 봐서 무섭고, 기존의 의제랑 다른 내 의견이 드러날까 봐 걱정돼서다. 그리고 최근에 하나가 더 추가됐는데, 나는 싸우기 싫을 때 그냥 모르는 척 말을 하지 않을 때도 있다.
처음에 반성폭력이라고 했을 때, 기사에 도배되는 사건들을 먼저 떠올렸다. 그래서 나는 거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했는데, 교육은 현재의 ‘페미니즘’과 운동에 관해서 이야기해보는 시간이었다. 정말 들으면 들을수록 공부가 부족한 나를 탓하며 듣게 됐다. 그러다가 ‘지금 한국 사회에서 존재하는 ‘여성’이라는 범주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여성이라는 범주 안에서 피해자 경쟁을 하고 있는데, 패러다임을 계속해서 변화시켜야 하며 정부의 차원에서 비롯된 ‘보호 여성’이라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게 무슨 말이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다가 기존 정책 중에 안심귀가 서비스 (최근 이용자가 적어서 중지될 수도 있다고 한다)가 생각났다. 호신술 같은 걸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친구들과 이야기하곤 했다. 사실상 위급상황에는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면 좋을지 제대로 된 정보조차도 얻지 못할 때가 많았다.
여성의 이야기가 ‘보호되어야 하는 존재’ 혹은 ‘피해자’라는 이미지로 한정될까 봐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는 것은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제대로 이야기하게 된 것이 지금부터가 아닐까? 여성 관련 이야기가 이렇게 많이 만들어지고 논의된 적이 있었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과거에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내 기준에서는 현재만큼 공론화가 되어 논의된 건 최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주변 지인들하고 이야기하거나, 친구들과 이야기 하는 요즘을 보면 말이다.
추신.
이 글을 쓰기 전에 너무 어렵게만 느껴져서, 친구를 앞에 두고 이것저것 이야기를 했다. 친구는 자꾸 답이나 결론을 내리려고 해서 어려운 거라고 했다. 옳다 그르다를 따지는 문제가 아닌데 자꾸만 결론을 내고 싶어 한다. 이번 강연을 통해서 결론을 내지 않는 법을 배웠다.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