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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깃발'

깃발 들기의 핵심은 체력이라고 생각했는데… 요령이었다. 체구가 작은 사람도 깃발 들다 보면 나름 요령을 익히게 되더라는 오랜 경험담. 요즘은 물어보지 않고 냅다 깃발 뺏어가는 상황은 없어져서 좋다. 하지만 요령보다 더 중요한 건 쉽게 헐거워지거나 미끄러지지 않는, 가벼운 깃대…!!!

 

민선

소위 깃발은 꽂는 게 남는 거라 생각했다. 등산을 즐기진 않지만 이왕 간다면 정상까지 가서 표지석과 사진 찍는 걸 챙기던 습성 같은 것. 생애주기에서 이런 목표가 계속될 순 없음을 알게 되어서일까. 홀로 꽂는 깃발 말고 여럿이 같이 모이는 깃발이 살아가는 순간들에 더 많았으면 좋겠다.

 

미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많이 불러서 그런지, 깃발을 떠올리면 집회나 행진에서 깃발이 힘차게 펄럭이는 풍경보다 깃발'만' 나부끼는 쓸쓸한 풍경이 더 떠오른다. 애잔하고, 아련하고, 조금은 힘겹고. 노래의 힘은 위대하다.

 

정록

집회에서 깃발은 누군가와 만날 때 유용하다. 때로는 누가 집회에 함께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유심히 보게 되기도 한다. 운동에 중요한 '깃발'을 들고, 그 '깃발'을 보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다는 건 뿌듯하고 소중한 경험이다. 그런 마음으로 열심히 살고는 있는데,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해미

“국민이 먼저”란 이유로 난민 반대가 한창일 때, 집마다 꽂혀있는 태극기들을 보면 심란했다. 국기가 나도 모르는 새 나와 남을 가르는 경계선 같았달까. 그 즈음 아라마이아니Arahmaiani라는 인도네시아 여성 작가의 <깃발 프로젝트Flag Project(2006-)>를 알게 됐다. 소외된 집단들이 자기 지역사회의 문제, 자신들에게 중요한 가치를 개념화한 결과물인 형형색색의 깃발‘들’이 나란히 진열된 모습을 보고, 다른 모양새로도 '함께한다'는 의미를 곱씹게 됐다. 때마침 10월 말 부산에서 기후문제에 관심 있는 청소년/청년들과 깃발 퍼포먼스를 할 예정이라는데, 기대된다.

 

가원

깃발은 저절로 힘이 있다기보단 그 아래 모일 때야 비로소 힘을 갖는 거 같다. 부디 새로 제작한 사랑방 깃발 아래 더 많은 힘이 모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