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시설보호 요청…영화제측, "행사 고수"
제2회 인권영화제 개최와 관련, 홍익대측이 29일 서준식 인권영화제 집행위원장을 고소하고, 경찰에 시설물보호를 요청했다. 학교 관계자는 "학교에서 불허방침을 밝혔는데도 행사를 강행하고 있기 때문에 고소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날 오후부터 경찰은 전철역에서 홍익대 정문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검문을 벌여, 타학교 학생들의 출입을 봉쇄했다.
그러나, 영화제 주최측은 이러한 압력에도 불구하고 영화제를 계속 진행하고 있으며, 오는 4일까지 24편의 작품 모두를 상영할 예정이다.
한편, 27일 개막일부터 벌어진 학교측의 상영관 폐쇄와 단전조치에 따라 영화제 일정은 조금씩 변경되고 있다. 27, 28일 이틀간 학생회관 1층 휴게실과 야외계단에 스크린을 설치했던 주최측은 29일엔 제2공학관(O동)과 미술관 앞 야외객석(일명 롱다리 계단)에서 영화를 상영했다. 야외객석의 경우, 일몰시간 이후 상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당초 상영시간인 오후 5시에서 한 시간 정도씩 늦춰져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29일까지 인권영화제를 관람한 사람은 연인원 3천명 정도로서 지난해보다는 다소 적은 규모이다. 이는 상영장소가 협소하고, 경찰이 출입을 봉쇄한 데 따른 것이다.
<영화제 단신>
◎…개막당일, 영화제 개최를 막으려는 학교당국의 노력은 거의 필사적. 와우관 등 3개 상영관의 출입문을 자물쇠로 꽁꽁 걸어 잠근 학교당국은 그래도 안심이 안되었던지 수십명의 직원들을 동원해 행사장 주변을 감시했고, 오후 3시30분경 영화제 주최측이 행사장소를 학생회관으로 변경하자 이번엔 건물의 전원마저 내리는 등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모습. 또 오전부터 홍익대 주변에서는 장사진을 친 전경들의 '무력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학교측의 상영관 폐쇄와 전원 차단에도 불구하고 영화제 주최측은 성공리에 영화제의 막을 올렸는데, 이는 사전에 발전기와 스크린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 또 실내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관계로 야외에서 영화를 상영했지만, 이것이 가을밤의 정취와 어울려 관객들에겐 더욱 근사한 추억을 선사하기도.
◎…29일 현재까지 최고의 인기작으로 떠오른 작품은 <천황의 군대는 진군한다>. 일제의 만행을 고발하는 문제작이면서도 상영 내내 관객들의 박수와 폭소가 계속 이어졌다. 그밖에 <루치아>, <명성 6일의 기록> <호남호녀> 등도 감독의 명성에 걸맞게 호평을 받은 작품들.
◎…영화제 최대의 화제작이었던 <쇼아>가 상영장의 악조건으로 인해 많은 관객을 만나지 못한 것은 영화제 초반까지 가장 아쉬운 대목. 한편, <쇼아>를 관람한 관객들은 앵콜상영 또는 대여를 요구해 오기도.
◎…영화제 주최측은 지난번 무산된 큐어영화제의 초대작 가운데 <미노루와 나>를 특별상영함으로써 '검열반대 및 표현의 자유 쟁취'를 위한 연대의지를 과시했다. 또한 큐어영화제 참석차 입국했던 나까다 도이치 감독은 인권영화제를 통해 관객과 대화의 시간을 갖게 되자 무척 흐뭇한 모습.
◎…지난 4월 서울다큐멘터리 영상제에서 상영취소 파문을 겪었던 <레드헌트>는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홍보'가 되었기 때문인지, 이번 영화제 상영장 가운데 최고의 '인구밀도'를 자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