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양심수 세미나 개최
천주교 주교들이 양심수 석방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다.
27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박석희 주교)가 주최한 '양심수' 세미나는 주교들이 '양심수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가진 최초의 세미나로서, 이는 한국 천주교계 전체가 김대중 정부에게 '양심수 석방'을 촉구하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날 '인간 존엄성과 양심수'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는 박정훈 교수(서울대 법대)와 한인섭 교수(서울대 법대)가 발제자로, 윤기원 변호사와 박동균 신부(가톨릭대 교수)가 토론자로 나섰다.
먼저 양심수 사면문제와 관련, 박 교수는 "특별사면은 양심의 자유를 최대로 실현하기 위한, 평소 부득이하게 발생했던 '국가의 실정법제도와 개인의 양심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로서 가장 큰 의의를 갖는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이러한 특별사면의 결정에 있어 △정치적·사상적 양심결정이 인간의 존엄성, 즉 개인의 인격적 존재가치 내지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 △특별사면이 국가안전보장 및 질서유지에 미치는 영향 △특별사면이 정치적·사상적 갈등해소 내지 국민화합에 미치는 효과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간첩죄로 처벌된 수감자의 경우라도 △간첩행위의 동기에 윤리적 양심의 가책이라는 요소가 개입되었고 △장기간 구금되어 현재 고령, 질병 등으로 더 이상 국가안전보장에 위해가 될 행위를 적극적으로 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특별사면을 함으로써 오히려 우리나라 체제의 포용성과 우월성을 나타낼 수 있다면 특별사면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윤기원 변호사는 "현재 사면논의가 명망가 중심으로 진행되어서는 안된다"며 "조작간첩에 대한 사면부터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조작간첩 사면 최우선 고려 대상
한인섭 교수는 논란을 낳고 있는 양심수 개념과 관련해, "비폭력적 정치적 표현은 좌경이나 공산주의적 견해라 할지라도 보장되어야 하며, 적군파와 같은 테러조직을 만들 경우 등을 제외하고 폭력정권에 저항하기 위한 물리적 충돌은 '양심적 행위'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전향제도와 관련해 한 교수는, "국가가 개인의 양심과 사상 형성에 개입하고, 그것을 변형시키려고 간섭하며, 그러한 조치에 응하지 않는 개인을 형벌로 제제하는 체제는 파시즘"이라며 "전향을 강요하는 것은 스스로 폭력체제임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양심수를 발생시킨 사법부의 '비양심적 재판'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유현석 변호사는 긴급조치 시절 '자유민주주의 만세'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나오다가 잡힌 학생들에게 반공법 위반죄로 유죄가 선고되었으며, 당시 대법원은 "플래카드에는 자유민주주의 만세라고 썼지만, 마음 속에는 유신헌법 폐지라는 뜻이 남겨져 있기 대문에 긴급조치 위반"이라고 판결했다고 유 변호사는 소개했다. 윤기원 변호사는 최근 대학생들에 대한 판결을 지적하며, "법원이 한총련 구속자들에 대해 미리 유무죄를 정해 놓은 뒤 형량만 선택하고 있는데, 이는 제도적 폭력에 다름 아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