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한 통화로 3개월 동안
서울대에서 전국연합과 전농의 홈페이지 접속을 3개월간 차단했다가, 5일 이 문제가 공론화되자 곧바로 차단을 해제하였다.
5일 새벽, 서울대 동아리연합회(회장 김진영, 아래 동연)는 전국연합과 전농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접속 차단 사실을 폭로하였다. 동연에 따르면 몇몇 학생들이 1달 전부터 이들 홈페이지가 계속해서 접속이 되지 않자 의문을 갖고 지난주에 동연에서 중앙전산원에 문의한 결과, “전산원에서는 경찰청 사이버테러 조사단(형사 유현경, 김경수)의 요청에 의한 것”이며, “서울대에서 두 사이트에 올린 글 중에서 국가보안법 상에 문제가 있는 내용이 있으니 IP를 차단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캠퍼스망실장에 따르면, 지난 8월 25일경 유현경 씨 등 형사 3명이 중앙전산원을 직접 방문하여 수사협조를 요청하였고, 중앙전산원 2층 실습실에 있던 문제의 컴퓨터를 3주 동안 압수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해당 실습실 관리자가 ‘게시물을 못 올리게 당분간 홈페이지를 차단했으면 좋겠다’는 전화통화를 받았으며, 이에 캠퍼스망실장이 9월 11일 “전산원장에게 보고한 후 전국연합과 전농의 홈페이지 접속을 차단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의 한 관계자는 “접속 차단을 요청한 사실이 없다”며 완강히 부인했으며, 또한 자신들은 국가보안법과 관련한 수사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캠퍼스망실장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당시 전화를 받은 실습실 관리자는 당연히 ‘전화를 건 사람이 수사를 나왔던 형사 3명 중 한 명’이겠거니 생각했다고 한다.
손쉬운 인터넷 통제
특히 캠퍼스망실장은 경찰 측에서 요청사실을 부인하자 결과적으로 “공문을 안 받고 접속을 차단한 것은 실수”라며 잘못을 인정하고, 5일 오후 4시 30분경 해당 홈페이지의 접속 차단을 해제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장여경 정책실장은 “이는 인터넷이 얼마나 손쉽게 통제될 수 있는 매체인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제 접속이 잘 안 되는 것인지, (관리자에 의해) 차단당하는 것인지 구분하기는 대단히 어렵다”며, 최근 진보넷이나 민주노총 등의 사이트에 접속이 안 된다는 호소가 많은 걸 볼 때 ‘이번 사건과 같은 경우가 만연하고 있는 것 같다”고 사건의 심각성을 전달했다.
장 실장은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인터넷 접근권과 통제의 문제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인터넷의 사용에만 관심을 국한시키고 있는 사회단체들에 대해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