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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주한미군, 주민의 생명 관심 밖

미군기지 주변 사고 빈발, 안전대책 시급


최근 주한미군 장갑차에 의해 여중생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주한미군이 민간인의 생명과 안전을 경시한다는 비판과 더불어 철저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13일 아침 10시 45분 경 경기도 양주군 56번 지방도로에서 미군 장갑차가 갓길 위를 걸어가던 신모 양 등 두 여중생을 치어 숨지게 했다. 사고를 낸 차량의 운전자인 마크 병장이 소속된 미2사단공병대(캠프하우즈)는 지난 해 발생한 고 전동록 씨 고압선 감전사고에 대해 책임이 있는 부대이기도 하다.

경찰 수사 결과, 이번 사고는 너비 3m67cm의 장갑차가 3m40cm 너비의 편도 1차선의 좁은 도로를 운행하면서 갓길 위를 걸어가던 신 양 등을 미처 발견하지 못해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주한미군범죄근절 운동본부(아래 운동본부)는 14일 성명을 내 "이번 사고는 보행자가 피할 공간조차 없는 좁은 길을 미군 탱크와 장갑차들이 지나다니면서 어떠한 안전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던 데서 일어난 필연적 사고"라고 비판했다. 또 운동본부 고유경 간사는 "사람도 함께 다니는 길이란 점에 대한 주의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보통 군사훈련은 사전에 철저한 지형조사 등을 거치고 탱크 등의 군용 차량은 차폭이 일반 차량보다 넓은 만큼 일반도로를 운행할 때는 특별한 안전 규정을 마련해 철저히 지키도록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의 지적이다. 또한 도로교통법 제13조 ③항은 "차의 너비가 … 차로의 너비보다 넓어 교통의 안전이나 원활한 소통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그 도로를 통행해서는 안된다"며 "다만 출발지를 관할하는 경찰서장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만 통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의정부․동두천․파주 등 미군기지가 위치한 지역에서는 이번 뿐 아니라 과거에도 미군 군용차량에 의한 교통사고가 빈발해 과연 미군 측이 민간인들의 안전을 위한 적절한 조치들을 취했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일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매년 미군에 의한 교통사고는 400건이 넘는다. 운동본부가 확인한 사건만 해도, 올해 3월 미군 탱크가 길가에 세워둔 농기계를 부수고 지나간 일이 있으며 앞서 지난 해 11월엔 경기도 포천군 87번 국도에서 견인 중이던 미2사단 소속 C-55탱크가 중앙선을 넘어 맞은편에 오던 트럭과 승용차 등 3대를 타고 넘어 9명이 중․경상을 입은 바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미군당국은 이례적으로 사건 당일 미8군사령관 명의의 성명을 통해 조의를 표했으며 14일 오후 1시께 맥도널드 미 2사단 참모장 등이 병원 영안실을 방문하여 문상했다. 또한 13일 한국 정부는 한미합동조사반을 구성해 공정한 조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14일 오후 대책회의를 연 후 "유족들에게 조속히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방안과 더불어 군용차량들이 많이 이용하는 지방도로의 확장을 지방자치단체에 요청하는 것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운동본부 고 간사는 "미군 기지 주변에서 빈발하는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철저한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고 간사는 "미군당국의 공식사과와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여론을 무마하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사고의 책임자를 한국법정에서 처벌할 수 있도록 미군 당국에 1차 적 재판권 포기를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아래서는 미군의 공무 수행 중에 벌어진 사고에 대해서는 한국정부가 이의 신청을 하지 않는 한 미군이 1차적 재판권을 행사하게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