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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경찰, '영장 제시' 요구에 폭력으로 응답

의정부 보안수사대, 불법연행에다 항의 학생까지 폭행

경찰이 한 학생을 불법연행하는 과정에서 이에 항의하던 학생들에게까지 폭력을 휘둘러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1일 밤 10시경 경원대학교 학생(4학년) 이종남 씨는 성남시 소재 경원대 정문 앞 횡단보도 근처에서 의정부 및 수원 보안수사대 소속 사복경찰 10여명에게 사지가 들린 채 불법적으로 연행됐다. 당시 이 씨는 광화문 파병반대 촛불집회에 참가한 후 일행과 함께 귀가하던 중이었다. 당시 사복경찰들은 영장도 제시하지 않은 채 이 씨를 강제 연행했으며, 이 씨를 봉고차에 태운 뒤 뒤늦게 피의사실만 공지만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경찰은 당시 이 씨와 함께 있던 김민아(경원대 1학년), 한지희(강남대 3학년 휴학중) 씨가 영장 제시를 요구하며 불법연행에 항의하자, 도리어 폭행을 가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

당시 상황에 대한 두 여학생의 진술은 보안수사대가 조직폭력배와 다름없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할 정도다.

김민아 씨는 진술서를 통해 "사복경찰로 보이는 12명의 괴한들이 이종남 선배를 끌고 가는 것을 보고… 경찰이면 영장을 보여달라고 항의하자, 이들 중 한 명이 쇠파이프로 뒤에서 목을 짓눌러 넘어뜨리고, 배를 발로 걷어찼다. 괴한에게 신원을 밝힐 것을 요구하자, 나를 어깨에 들쳐 메어 도로로 집어던졌다. 머리를 도로 바닥에 부딪치면서 출혈이 생겼고, 충격으로 어지럼증과 심한 구토 증세를 느꼈다"고 밝혔다. 김 씨의 병원진단서에는 뇌진탕, 안면부 좌상, 배부경상 등 당시 경찰의 폭력 흔적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함께 있던 한지희 씨도 "두 명의 사복경찰에 의해 상의가 찢어져 상체 일부가 드러나는 수치를 당해야 했고, 멱살이 잡힌 채 끌려 다니며 복부를 구타당하는 등의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도 모자라 두 여학생을 '특수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체포해 성남 중부경찰서로 연행, 다음날 아침 7시까지 치료도 받지 못하게 하는 상태에서 조사를 벌였다. 두 사람은 13일 성남 중부경찰서를 상대로 경찰폭력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경기도경찰청 관계자는 "이 씨를 연행 과정에서 몸싸움이 일어나 두 여학생을 밀쳤던 것일 뿐으로 알고 있다"며 폭행사실을 부인했다.

이번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장경욱 변호사에 따르면, 이종남 씨 역시 연행 도중 다리에 찰과상을 입었고, 경찰서로 끌려가는 도중 봉고차 안에서 경찰의 반말과 욕설에 항의하다 따귀를 맞아 입안이 터지는 등 폭행을 당했다. 장 변호사는 "경찰이 이 씨가 묵비권을 행사한다는 이유로 병원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이 씨는 스트라이크 부대 시위 배후 조종, 이적단체(한총련) 가입 및 이적표현물 소지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으며, 14일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구속이 확정된 상태다.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경원대 총학생회는 지난 12일 의정부 보안수사대를 항의방문한 데 이어 13일부터는 서울 서대문 경찰청 앞에서 매일 오전 11시부터 2시간 동안 경찰폭력 규탄 1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의정부 보안수사대는 올해 5월과 7월에도 적법절차를 무시한 채 경원대 학생 3명을 강제 연행한 사례가 있어 비난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