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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하이텍 노동자 재갈물린 법원

영정·비닐텐트 철거, 공단 비판 표현 금지 가처분 결정

법원이 노조탄압으로 인한 집단 정신질환 산재인정을 요구하며 투쟁해온 하이텍알씨디코리아(아래 하이텍) 노조의 입에 재갈을 물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7일 서울남부지법 제51민사부(재판장 김만오)는 근로복지공단(이사장 방용석, 아래 공단)이 민주노총 금속연맹 전재환 위원장, 하이텍 노조 김혜진 지회장 등 8명을 상대로 낸 '영정사진및비닐텐트철거등가처분' 신청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의 정문 앞 보현의 집 울타리에 설치된…(공단 이사장)의 영정사진과…정문 옆 인도에 설치된 비닐텐트 2동을 철거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집회·시위와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할 것이지만…타인의 명예 또는 신용이나 권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되는 내재적 한계를 가진다"며 "시위에 이르게 된 동기 등에 있어 참작할 면이 없지는 아니하나…(공단과 이사장의) 명예 내지 신용을 훼손하고…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로서…사회적 상당성을 결여한 것임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재판부는 △공단 의사에 반해 건물에 진입하는 행위 △건물에 계란, 페인트, 오물을 투척하는 행위 △페인트, 스프레이 등으로 칠을 해 놓거나 구호를 적어놓는 행위 등을 금지했다. 또 공단에 대해 "노동자탄압·비리의 선봉장", "노동자를 탄압하는 기관", "산재노동자를 다 죽인다", "방용석을 때려잡자", "복지공단을 박살내자"는 내용의 △확성기 방송 △구호제창 △유인물 기재·배포 △피켓·벽보·현수막 게시 등을 금지했다. 이를 어길 경우 위반행위 1회당 20만원씩을 공단에 지급하도록 했다.

가처분 신청에 대해 공단 정구헌 총무국장은 "지난 6월 2일부터 시작된 노동계의 집회가 너무 과격하고 지나쳐서 묵과할 수 없었다"며 "노동계의 위법사항에는 법과 원칙대로 대응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22일 결정서를 송달받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이민정 활동가는 "'산재노동자를 다 죽인다'는 등 공단에 대한 비판은 하이텍노동자들에 대한 공단의 태도를 잘 설명하는 문구인데 이런 표현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헌법이 정한 표현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가로막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그들이 '비닐텐트'라고 부르는 단식농성 장소는 가처분 결정이 있던 17일 공단이 경찰과 합작해 하나도 남김없이 철거해버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박석진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사측의 노조탄압 상황과 노동3권 박탈의 절박함을 모르는 법원이 자본과 권력에 편든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법원의 반노동자적 경향성이 다시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문 앞 농성자들이 공단을 점거하거나 출입자를 제지한 것도 아닌데 도대체 공단의 업무를 방해한 것이 무엇인지 의문"이라며 "자본의 착취에 맞서 노동자들을 산재로부터 보호하는 것이야말로 공단의 업무인데, 불승인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산재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업무방해로 규정하고 가처분 신청을 한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22일 대학생 2명은 공단 건물 뒤편 서울교에서 '하이텍노동자 전원산재승인'을 요구하며 1시간 20여분 동안 고공시위를 벌이다 영등포경찰서로 연행된 후 23일 풀려났다. 농성 77일째, 무기한 단식농성 8일째를 맞는 24일 3시 공단 앞에서는 '산재노동자 살인진압 근로복지공단 규탄을 위한 금속안전보건활동가 결의대회'가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