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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국과수 "경찰 요구로 부검결과 발표" 시인

고 전용철 씨 부검결과, 내부 검토회의도 없이 소장지시로 발표

농민 고 전용철 씨 시신에 대한 지난달 2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소장 이원태, 아래 국과수)의 부검결과 발표가 경찰청의 요구로 이뤄졌음이 밝혀졌다. 국과수는 부검 다음날 이뤄진 당시 발표가 내부 연구진의 검토회의도 없이 소장의 일방적인 지시로 실행되었다는 사실도 시인해 정치권력의 필요에따라 국과수가 결과를 왜곡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부검발표, 경찰청에서 요구"

국과수는 부검 다음날인 지난달 25일 저녁 대전 유성구 중부분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례적으로 부검결과를 서둘러 발표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날 국과수는 △시신의 머리 손상은 머리의 움직임이 없이 외부충격이 가해질 때 생기는 '동측충격손상'이 아니라 넘어지면서 생기는 전형적인 '대측충격손상'에 속하고 △시신의 목·팔·가슴·허벅지 등에서 멍이 다수 발견됐지만 대부분 심폐소생술 등 치료과정에서 발생한 상처였으며 △가격에 의한 상처는 찾을 수 없었다고 발표했다.

이런 발표에 따라 당시 언론은 전 씨가 15일 농민대회에서 경찰폭력으로 부상한 것이 아니라 집에서 넘어져 뇌출혈을 일으켰다는 경찰의 주장을 기정사실화했다.

하지만 국과수는 지난달 29일 이영순 의원(민주노동당)에게 보낸 답변서를 통해 당시 기자회견이 "(국과수) 소장의 지시로 이루어졌는데, 이는 경찰청에서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또 부검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하기로 결정한 회의의 참석자 인적사항과 회의록 사본을 요구한 이 의원의 질의에 대해 국과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기로 한 회의는 없었"다고 답해 발표 여부에 대한 내부 연구진의 검토회의도 없이 국과수 소장의 일방적인 지시에 따라 이뤄졌음을 시인했다.

국과수는 "사인 등에 대한 것들이 워낙 전문적이어서 국과수에서 이를 발표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협의되어 국과수 소장이 이를 수락하고 중부분소에 지시하여 발표하게 되었던 것"이라며 "감정인들의 기자회견이라 특별히 준비된 회견문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국과수는 "(기자회견장에서 질문에 대해) 대측충격손상이 이루어질 수 있는 상황은 시위과정을 포함하여 망자의 행적 등 각종 조사를 통하여 확인하여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며, 전 씨가 머리상처가 넘어지면서 생긴 것이라는 당시 발표를 뒤집었다.


국과수 소장 "밖으로 알려지면서 왜곡있었다" 유감 표명

이런 상황은 천영세·심상정·강기갑·현애자 등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30일 오전 국과수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확인됐다. 국과수 이 소장과 서중석 중부분소장, 부검당시 집도의인 이상용 씨가 참석해 한 시간 반동안 진행된 면담에서 "부검소견이 전씨가 넘어졌다는 것을 확증할 근거가 있냐"는 질문에 대해 이 소장은 "넘어져서 사망했다는 표현은 전문용어로 전도되었다는 것을 풀어 표현한 것이며, 넘어지는 과정에서 어떠한 외력이 가해졌는지는 수사를 통해 풀어야할 사항"이라고 대답했다. 아울러 "법의학적 판단에 따르면 가만히 있는 상태에서 넘어진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또 이 소장과 서 분소장은 애초 언론 보도와는 달리 "경찰의 구타가 없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민주노동당은 전했다.

국과수는 또 "과정을 포함해 외력이 가해진 경위를 파악해야 한다는 점을 검찰과 참관한 경찰 측에 분명히 전달했다"며 "일선 경찰서에 부검소견서를 제출한 것 이외에는 별도로 입장을 전달하지 않았다"고 발을 뺐다. 이 소장은 부검 결과가 밖으로 알려지는 과정에서 '일정한 왜곡이 있었다'며 국과수의 수사 발표가 진의와 달리 발표된 데 대한 유감을 표시했다고 민주노동당은 밝혔다.

민주노동당은 "국과수는 전문적인 법의학 소신을 가지고 그 어떠한 권력과 정치로부터 독립적인 역할을 해야"한다며 "부검소신이 정치적으로 악용되거나 왜곡되는 것도 국과수에서 책임지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경찰에 대해 "국과수의 소견을 임의적으로 왜곡해석해서 마치 전용철 농민의 사인이 경찰의 과잉진압과는 별개라는 식의 부도덕한 은폐 왜곡 기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경찰청장 면담을 추진하는 등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