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폭행에 부녀자 성폭행까지
철거를 목전에 둔 지역 주민들이 철거용역원들의 협박과 폭력에 몸살을 앓고 있다.
10일 오전 11시 50분경, 서울시 용산구 도원동 재개발지구에서 이 지역 아주머니 2명이 철거용역원들에게 가슴을 쥐어뜯기고, 머리를 얻어맞는 등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 정 아무개(41) 씨는 “7-8명의 용역깡패들이 세입자대책위 사무실로 찾아와, 사무실 앞에 걸려있는 깃발을 내리라면서 시비를 걸어오다가 속옷을 찢고 가슴을 주무르는 등 성폭력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이날 사건으로 김성진(32) 씨 등 적준개발(대표이사 정숙종) 소속 용역원 3명이 용산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으나, 이들은 조사과정에서 “손찌검도 하지 않았다”며 폭행사실을 완강히 부인했다. 담당형사는 “주민들 주장대로 성폭행 사건으로 볼 수는 없다. 쌍방 폭행사건 정도일 뿐”이라고 밝혔다.
또한 도원동 주민들은 지역에 상주하고 있는 용역직원들로 인해 불안에 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 홍성군(41) 씨는 “낮에는 물론, 밤 12시에도 두세명 씩 떼지어 다니며 ‘보복이 두렵지 않느냐’는 등 협박과 욕설을 지껄이고 다닌다. 용역깡패들은 주민들에게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용역직원, 마을 순찰하며 협박
한편, 지난 4월 29일에도 이 지역에서는 철거용역원들의 주민집단폭행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특히 이날 도원동을 방문했던 서울지역철거민연합 회원들이 용역원들에게 집중구타를 당해 이태교 서울지역철거민연합(서철연) 의장이 전치6주의 부상을 입는 등 20여 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이 의장 등 서철연 회원과 주민 11명은 재개발조합 조합장 김원한 씨와 적준용역 대표 정숙종 씨, 기타 성명불상의 용역원들을 지난 5월 서울지검에 고소했으며, 현재 수사가 진행중이다.
“대책 없다. 이사부터 가라”
가옥주와 세입자를 포함해 총 1천1백여 세대가 거주하던 도원동 재개발지구는 현재 주민의 50% 가량이 이주한 상황이며, 남아 있는 세입자 70-80여 세대가 대책위를 구성해 가수용단지 설치 등 이주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재개발조합측은 오는 8월말까지로 이주기한을 통보하고 있으나, 이주대책은 물론, 이주비용조차 마련해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 주민 이경자(44) 씨는 “재개발조합측은 주민들이 이사가고 나서 주민등록등본을 떼어오면 이주비용을 주겠다고 한다. 그것도 3개월 후에 이사비용을 준다니 말이 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오는 7월경 도원동 재개발지구에서는 본격적인 철거가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