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법, 국민기본권 침해
1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80여명의 사회단체 회원이 참석한 가운데 「집시법 개악의 문제점과 올바른 대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자로 나온 이상영 교수(민교협)는 "집시법은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법으로 62년 제정 이후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등 공안관계법의 대체 작용을 해왔다"며 "이에 집시법위반자는 범법자라기보다는 반정부 활동으로 인해 정권에게 탄압 받는 사람으로 인식돼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교수는 "집회 및 시위의 자유에 대한 권리는 개인과 집단간의 의사소통을 보장하며 직접민주주의 실현의 한 방도로써 민주주의 체제의 마지막 보루라 할 수 있는 국민들의 중요한 권리"라고 말했다.
인권운동사랑방의 박래군 사무국장은 구 집시법 적용의 사례를 통해 "개악된 내용의 집시법이 아니더라도 경찰은 이미 자의적 해석과 권력남용을 통해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해왔다"며 "이러한 현실은 새 정권출범이후 개선되기는커녕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개정 집시법, 위헌 소지
민변소속의 김도형 변호사는 개정 집시법의 문제점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① 집회시위 금지장소의 범위 확대
주거지 또는 주거 유사지에 대해 집회를 제한하고 있다. 이에 거주자로부터 시설보호요청을 받기만 하면 경찰은 주거지역이나 이와 유사한 장소에서 열리는 집회나 시위를 합법적으로 금지할 수 있다. 따라서 집회 주최자가 누구인가에 따라 집회가 허용되기도 하고 금지되기도 하는 경찰당국의 자의적이고 편파적인 법 적용을 부추기게된다.
② 집회유지선의 설정과 형사처벌
질서유지선의 설정요건이 매우 막연하고 추상적이며, 관할 경찰서장이 이를 관장하게 돼 설정권한이 남용될 소지가 크다. 이에 비해, 남용에 대한 적절한 구제방법은 마련돼있지 않다. 또한 단지 질서유지선을 침범하기만 해도 최고 6개월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어 형벌권의 적정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③ 해산명령의 범위 확대
앞으로는 당해 집회 시위가 폭력시위 등 기존의 해산명령사유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단지 신고한 내용과 다르게 집회 및 시위가 진행되었다는 이유로 관할 경찰서장이 해산을 요구할 수 있다. 또한 해산 요구에 불응하면 공권력을 투입해 합법적으로 집회 시위를 진압할 수 있게된다. 이는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집회 허가제 금지에 저촉된다.
④ 이의신청제도개정의 문제점
정부는 개정 집시법이 이의신청기간을 금지통보 후 72시간에서 10일로 연장하고, 금지통보이후 이의신청을 거치지 않고 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개정해 국민의 권리를 보다 넓게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집회 및 시위는 일정한 시기에 반드시 개최돼야하는데 일단 금지통보를 받아 무산됐다면 사후배상은 별 의미가 없다. 따라서 이의신청기간의 확대는 정부의 주장과 달리 공염불에 불과하다.
또한 집회 및 시위 관련 소송의 경우 소 제기일부터 3달 이내에 선고하게 되어 있는데, 이번 개정에서는 동규정이 삭제돼 신속한 구제가 보장되지 못할 것으로 보여진다.
⑤ 개정 집시법의 위헌성
이번에 개정된 집시법을 개악으로 평가하는 이유는 집회․시위의 장소에 대한 광범위한 제한 가능성, 경찰의 일반적인 질서유지선 설정권 부여와 질서유지선 침범에 대한 형사처벌, 집회․시위에 대한 해산명령권의 행사 범위의 확대라는 3가지로 요약된다.
따라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전제한금지의 원칙'과 법률 명확성의 원칙에 따른 '막연하기 때문에 무효'라는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이번 개정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집회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위헌적 요소가 있다. 김 변호사는 "집시법 어기기 운동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