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선언 후속조치로 반드시 개폐되어야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계기로 국가보안법의 개폐 가능성이 무르익었다.
무엇보다도 이번 남북합의사항의 실천적 이행을 위해 국보법 개폐는 필요한 조치가 아니겠냐는 반응이 앞선다.
송두환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는 "국보법 개폐 등의 '후속적 조치'가 따르지 않을 때 이번 남북공동선언도 종전의 여러 합의서나 성명처럼 공염불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라지브 나라얀(국제앰네스티 한국담당관) 씨는 "남북정상공동선언의 전문을 볼 때 그 목표의 성취 가능성은 국보법 및 보안관찰법의 개폐와 함께 할 때만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완전폐지'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확신에 차있다.
"국보법은 이미 사문화됐다. 지금이야말로 국보법에 최후의 일격을 날릴 때이다"(박석운, 국가보안법 폐지 범국민연대회의 집행위원장)
"국보법의 어떤 잔재도 남기지 말아야지 또다시 주물럭거린다면 이번 정상회담의 합의에 대한 실천적 의지가 부족한 것이다"(김영제, 민주노총 통일국장)
"한총련 대의원들은 계속 잡아가면서도 김 대통령 자신이 (국보법 상) 많은 죄를 짓지 않았는가? 국보법은 꼭 철폐돼야 한다"(박성진, 한총련 대의원)
신중론자도 '대폭개정' 주장이다.
"남북관계가 신뢰 속에서 추진되기 위해서 적어도 대폭개정이 있어야 한다."(이부영, 전교조 위원장)
"긴 세월의 국보법 개폐 싸움에 지치거나 관망했던 사람들이 나서서 확실한 매듭을 지어야 할 때다"(고애순, 광주인권센타 사무국장)
어찌됐건 이런 일련의 반응이 정치권을 압박하는 한 요소인 것은 분명하다. 정상회담을 지켜본 민주당 관계자는 "15대 국회 때 개정을 추진했으나 막혔다. 아직 공식회의를 통해 확인․통보된 바는 없지만 당연히 '재추진'이다. 민간 쪽에서 공론화 과정이 있으면 좋은 여건이 조성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 과정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국가보안법이 교류협력에 도움이 된다고 보느냐"고 묻자 김대중 대통령은 "국회에 개정안이 제출되어 논의 중"이라고 대답했다. 얼떨결에 나온 거짓말이었을까? 국가보안법 개정안은 국회에 상정된 바 없다. 이제 정부는 시민․사회단체만이 아니라 '화해와 협력'을 위해 북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여당의 방침은 그간 주변조건에 따라 변화를 거듭해왔다. 98년 유엔인권이사회가 김근태, 박태훈 씨 사건을 심의하고 사실상 국보법 7조를 폐지할 것을 권고하자 이듬해3월 정부는 '7조를 폐지하는 등 국보법을 개정하겠다'고 유엔에 정식 통보했다. 이어 김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불고지죄(10조)와 찬양고무죄(7조)는 폐지하는게 타당하다'고 말하고 연내 정기국회안에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논의는 반국가단체 규정에서 '정부를 참칭하거나'를 삭제함으로써 북한을 반국가단체 개념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2조를 개정하고 주로 악용돼온 7조를 대폭 개정하되 3항(이적단체)은 존치 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그러나 이 안마저도 공동집권 여당인 자민련의 반대로 상정에 실패한 채 15대 국회는 마감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