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3사 순회 집회 '성실한 교섭' 촉구
50여일 동안의 장기 파업을 하고 있는 서울의 특급 호텔 세 곳(스위스 그랜드, 힐튼, 롯데)의 노동 조합이 각 사업장을 차례로 돌며 연대집회를 가졌다.
27일 세 호텔을 순회하며 열린 호텔 3사 노조 주최 '장기 파업 사태 해결 촉구를 위한 노동 조합 결의 대회'에서 1천2백여 명의 참가자들은 △노사간 자율 교섭 보장 △구속 동지 석방 △성실 교섭 이행 등을 촉구했다.
호텔 3사 노사는 지난 18일 경부터 일제히 교섭에 들어갔으나 지금까지 타결을 이룬 사업장은 없다.
스위스 그랜드 호텔의 경우, 이성종 노조 위원장을 체포하기 위해 경찰이 호텔에 상주하고 있어서 이 위원장이 교섭장인 호텔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명동성당에 피신해 있는 상태다.
스위스 그랜드 호텔 노조 유창목 회계감사실장은 "노조가 유니온 샵,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 등 여러 가지를 양보한 수정안을 내놓았는데도 사측은 여전히 불성실한 교섭 자세로 임한다"며 "회사가 교섭을 통한 사업장 정상화보다는 외부 눈치보기, 노조 길들이기에 급급하다"고 비난했다. 또 유 실장은 "회사가 노동자들의 생명인 임금을 두 달째 안 주고 생존 자체를 위협하지만 우리 권리를 찾는 싸움의 의지는 그로 인해 오히려 높아졌다"고 말했다.
세 사업장은 지난 6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봉사료 잉여금 완전 지급 △적정 노동 인력 확보 등의 요구를 내걸고 파업에 들어갔으나, 6월 29일 롯데의 폭력 진압 사태 후 노조 간부 5명이 구속되고 40여명의 노조원들이 해고되는 등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롯데 호텔 노조 이남경 사무국장은 "사측이 직원 신규 채용 광고를 할 뿐더러 파업기간 중 손실에 대한 손해 배상을 청구하고 교섭 위원 3인을 해고하는 등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며 "과연 사측이 이 상황을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를 지켜본 김종성 씨(21, 대학생)는 "특급 호텔의 파업을 생존권의 문제가 아닌 '집단이기주의'나 관광 산업의 침체로만 바라보는 정부의 접근 방식으로는 사태 해결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