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핵심부’는 부평 대우자동차 노조원에 대한 경찰관의 폭력사태를 서둘러 ‘수습’할 태세이다. 온 국민을 충격 속으로 몰아넣은 그 대형사건이 겨우 열흘만에 ‘수습’된다는 것이다. 경찰청장 경질도 없고 폭력경찰관에 대한 형사입건도 물론 없다. “철저한 반성과 유사사건의 재발방지”라는, 그저 지겹도록 되풀이 돼온 상투어로 어물쩍 넘어가는 형국을 보면서 우리는 “법 보다 정권이 우선”이라는 경악할 망언이 실은 이 시대를 상징하는 명언이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그래서…, 경찰폭력의 ‘재발’은 방지될 것인가? 여러 말이 필요없다. 경찰은 카메라에 찍히는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지만 경찰폭력은 반드시 ‘재발’할 것이다.
우리는 불행하게도 일제시대 혹은 군사독재시대에 권력의 하수인으로서 온갖 악행을 저지른 경찰관들이 보란듯이 언제나 경찰 중추에 남을 수 있었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처벌됨이 없이 법률을 무시할 수 있는 특권은 경찰의 오랜 전통으로 굳어져버린 것이다. 그런 전통 속에 몸담은 경찰관들이 소위 ‘질서유지’를 위해 마음놓고 폭력을 휘두른다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경찰폭력의 방지를 위한 노력은 지극히 평범한 진리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합법이 아닌 공권력의 행사는 곧 범죄이며 반드시 법원에 의해 처벌받아야 한다는 진리이다.
최근 ‘부평만행’과 관련, 경찰대학 출신인 엘리트들이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런데 이 성명서가 전개하는 논리의 비겁함에 우리는 서글픔을 금할 수가 없다. 그들은 부평에서 ‘과도한 물리력 행사’가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현장 경찰관의 고충을 헤아려달라고 한다. ‘경찰흔들기’가 국가와 국민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야말로 ‘결코 처벌되지 않는 경찰’의 구태의연한 의식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는 고답적인 논리에 다름이 아니며 엄정한 법 집행을 자신에게만 적용하지 말라는 이기주의에 다름 아니다. “이번 사건을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것 또한 그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자신이 저지른 ‘과도한 물리력 행사’에 대해 정권의 비호를 믿고 사법처리를 면해보려고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정치세력의 ‘정략’에 이용당하고 있기는 매한가지가 아닌가? 경찰개혁을 진심으로 말한다면, 그리고 정권의 사병이라는 오명을 벗고 진정 경찰의 자존을 세우고 싶다면 경찰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하나밖에 없다. 그것은 모든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불법행위를 당당하게 사법부의 처분에 맡김으로써 “정권 보다 법이 우선”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길인 것이다. 부평에서 폭력을 휘두른 경찰관은 준엄하게 사법처리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