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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여중생사건 무죄, 한미 불평등관계 결정판

각계 분노 저항, “소파 전면 개정 필요”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에 관한 재판에서 관제병이 무죄평결을 받는 어이없는 결과가 나오자, 사회단체들의 반발과 저항이 거세다.

20일 미8군 군사법원은 페르난드 니노 관제병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미2사단장이 선정한 배심원단은 “니노 병장이 관제병으로서의 의무를 다했고 시간이 짧아 사고가 불가피했다”는 변호인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반면, 마주오던 브래들리 장갑차의 관제병,운전병,지휘관 모두가 사고차량의 관제병과 운전병에게 수신호로 위험을 알린 점, 통신장비에 이상이 없었고 관제병 니노가 두 여중생을 봤고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는 점 등 관제병의 유죄를 입증할 수 있는 증언들이 있었지만, 배심원단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21일 시작된 운전병 마크 워커 병장에 대한 재판이 23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나, 그 또한 무죄 평결이 내려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경우, 여중생 사망사건은 법적 책임을 지는 사람 없이 끝나게 된다.

이에 21일 재판이 열리는 동두천 캠프케이시 앞에서는 「미군 장갑차 여중생 고 신효순, 심미선 양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공동대표 홍근수) 주관 아래 하루종일 미군재판을 규탄하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또 사회단체들의 비판 성명도 쏟아졌다.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는 성명을 내 “두 여중생 사건에 대한 미군 재판은 여중생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은폐 축소하고 나아가 미군 범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었다”며 “이번 미군 재판은 미군의 형사재판권 이양 포기 요구가 얼마나 정당한 것인가를 웅변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녹색연합,참여연대,평화네트워크,환경운동연합 등 9개 사회단체들도 공동성명을 내 “우리 사법부가 마땅히 행사해야 할 재판권이 미군 측에 넘겨진 상황에서 엄중한 책임 추궁이 어려울 것으로 예견되긴 했지만 아예 ‘무죄’라는 평결이 내려진 것에 대해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불평등한 한미 관계가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과 동시에 한미주둔군지위협정(아래 소파협정)을 재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이정희 변호사는 “대한민국 영역 내의 모든 사건과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범죄는 대한민국이 사법주권을 가진다는 원칙에 어긋나지 않도록 소파협정이 재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녹색연합 등 9개 사회단체도 공동성명에서 “불평등한 형사재판관할권 문제가 이번 사건을 통해 극적으로 입증됐다”며 “우리 정부는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소파 전면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소파 개정의 필요성은 그동안 미국 군무원의 한강 독극물 투입사건의 재판과정, 연이은 주한미군부대의 기름 유출 오염사건 등을 통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고 덧붙였다.

불평등한 소파개정 국민행동 오두희 공동 집행위원장은 “정치권들이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 때문에 겉치레식 이야기를 하는 것에 그치지 않도록 소파 개정 투쟁을 다시 본격화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한나라당, 민주당 등은 모두 입장을 내 재판 결과를 비판하고 소파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