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성폭력범죄자들의 유전자 정보 은행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혀, 이에 따른 인권침해가 우려된다.
21일 여성부가 주관한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대검찰청 과학수사과 관계자는 “성범죄는 재범의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유전자정보 은행을 설립해 성폭력범의 유전자형을 보관관리하면 수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유전자 정보은행을 시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94년에 유전정보은행의 설립에 관한 법률안을 마련해놓았고 98년에는 경찰과 서로 경쟁적으로 유전자은행을 만들려다가 실패했다. 또 지난해부터 보건복지부, 한국복지재단을 끌어들여 미아찾기라는 명분으로 유전자 정보의 데이터베이스화를 적극 추진해왔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배태섭 간사는 “정보유출이나 그로 인한 악용을 방지할 수 있는 기본적 법률이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유전자은행을 만드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장여경 정책국장은 “시스템을 검증하지도 않고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면서까지 도입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먼저 국민의 프라이버시에 이것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부터 검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유전자정보 은행이 성폭력을 방지하는데 얼마나 효과적일지도 미지수다. 실제 이번 토론회에 참가한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열림터’의 장윤경 원장도 “현재 성폭력 범죄의 예방․범죄자 검거․재범 방지 등의 문제에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피해자가 신고해도 인권침해와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보호하고 성범죄 신고율을 높이는 것”이라며 검찰 쪽 주장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참여연대 시민권리팀 한재각 씨는 “성폭행 범죄자가 재범률이 높다는 것이 확대해석돼 특정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생물학적으로 성폭행을 저지를 수 있다는 유전자 결정론으로 논리가 비약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축적된 유전자정보를 이용해 성폭행 범죄자들의 유전정보를 분석하고 이후 일반적인 범죄자들에게까지 유전자은행이 확대될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배 간사도 “유전자은행의 시작은 미아나 범죄자지만 지문날인처럼 전국민을 예비범죄자로 간주, 유전정보를 모으는 것으로 비약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장 국장은 “유전자 정보를 활용하기 전에 프라이버시보호법이 먼저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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