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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가정 보호'보다 '피해자 인권'이 우선

가정폭력방지법 개정안, 피해자 실질적 보호 강화

가정폭력방지법 개정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28일 한국여성단체연합 인권위원회는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어 기존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서울여성의전화 정춘숙 부회장은 "한국 사회에서 '그저 있을 수 있는 문제'였던 가정 폭력이 국가가 관심을 가져야 할 인권침해로 인식되면서 98년 가정폭력방지법이 제정되었다"며 입법배경을 설명하고 "하지만 현재 가정폭력을 근절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고자 했던 입법취지를 만족시키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개정안은 '가정폭력범죄로 파괴된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고 건강한 가족을 가꾸며'라는 문구를 '목적'에서 삭제했다. 이찬진 변호사는 "이는 매우 추상적인 법 정신이기 때문에 가해자가 형사범임에도 불구하고 비(非)형사사건으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은 또한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라는 가정 폭력의 정의에 '성적' 문구를 추가하여 아내 강간, 강제추행 등도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또한 피해자의 정의를 '폭력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자'에서 '…피해를 입은 자와 법률상·사실상 부양 받는 아동'으로 확대했다. 또한 △가해자, 현행범으로 체포 가능 △ 각 처분단계에서 피해자 보호 △보호처분 위반자에 대한 강력한 제재 조치 명문화 등도 개정 내용에 포함된다.

한국외대 이호중 법대 교수는 "현행 가정폭력방지법은 '가정보호'라는 입법취지에 치중한 나머지 가정폭력피해자의 안전 및 보호에 효과적이며 적극적인 대응책을 강구하지 못해 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행 '보호처분제도'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가정폭력범죄가 '형사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보호처분제도를 두어 이원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이는 "적극적인 형사처벌 위주의 개입정책이 가정파탄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과 역으로 가정폭력사건에 대해 국가 개입을 주저하게 만들어 왔다"고 분석했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문제점에 대응하여 적극적으로 피해자의 인권 및 안전을 위한 방안들을 마련하고자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찬진 변호사는 "가정폭력방지법의 개정은 여성계의 문제의식 뿐 아니라 노인학대, 아동학대와 같이 폭증하는 가정폭력을 해결하기 위한 입법 내용이 대폭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청회에서는 여성부, 경찰, 검찰 등 관련 기관들도 참여했다. 이들은 전반적인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했으나 개정안의 세부적인 항목에서는 각 기관이 책임지기를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