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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파국 초래할 한미자유무역협정

3일 한미 정부는 '한미자유무역협정' 협상 출범을 공식 선언해, 사실상 '한미자유무역협정' 협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부는 '한미자유무역협정'으로 양국에 커다란 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정부가 장밋빛 환상을 유포하고 있다는 게 인권사회단체들의 반응이다. '한미자유무역협정'으로 한미 양국간에 자유무역이 증가하면, 국민 모두가 잘 살거라는 가정 하에 정부는 13조9000억원의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10만444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비스 산업도 경쟁력이 강화되고, 농산물의 수입이 국내 농산물의 감소를 초래하기 보다는 중국 등 다른 나라로부터 수입되는 물량을 대체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게다가 '한미자유무역협정'에 '국익'으로 포장된 경제논리를 앞세워, 수출을 많이 해 국가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명분까지 보태고 있다.

그러나 이번 '한미자유무역협정'은 무역을 원활화하기 위해 관세를 내리는 정도가 아니라 초국적 자본의 이동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규제를 철폐하고 투자자들에게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존재한다. WTO에서 다루는 것처럼 자본이 이윤 활동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 비상품을 상품으로 규정하고, 민중의 권리를 파괴하는 것을 기본틀로 한다. WTO 협상의 진척이 더딘 상황에서 미국이 체결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은 DDA에서 요구하고 있는 수준보다 더 높은 수준의 자유화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미국과 자유무역을 체결해 온 나라의 경험은 '한미자유무역협정'이 국내에 가져다줄 엄청난 재앙을 경고하고 있다. 자유무역의 결과 자국 농업기반이 붕괴하고, 노동시장의 전반적인 불안정성으로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하락되며, 복지·건강·교육·에너지 등 사회기초 서비스의 후퇴를 경험해왔다. 이는 결국 빈곤의 악순환을 공고히 하는 것은 물론 불평등을 심화, 구조화시켰다. 1992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출범할 당시, 멕시코 정부는 투자와 무역의 증가가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임금상승으로 이어져, 미국과 같은 생활수준을 노동자들이 누릴 수 있다는 환상을 부추겼다. 그러나 경작지의 60%를 차지하는 옥수수의 경우 초국적농업기업이 재배한 값싼 옥수수가 밀려오면서 옥수수 가격은 70% 하락했고, 이로 인해 농민들은 농촌을 떠나 도시로 쫓겨 갔다. 도시로 유입된 노동자들의 존재와 낮은 경제성장율이 더해지면서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은 20%까지 하락했다. 또한 1989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캐나다의 경우도 비슷하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구호는 결국 불안정한 비정규직 일자리의 증가였다. 1991년 전체노동자의 5.0%가 비정규직이었는데 1996년에는 11.6%나 비정규직이 증가했다. 케나다 정부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후 사회복지 예산을 삭감시켰고, 1989년 케나다 실업자의 87%가 고용보험을 적용받았으나 2000년 35%의 실업자만이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았다.

다른 나라의 경험을 비추어 보건대, 정부가 선전하는 것과 같은 효과는 존재하지 않는다. 설사 존재한다고 해도, 그 성과는 일부 경제 권력과 시장의 힘으로 귀속될 것이다. 초국적 자본의 이윤 극대화를 노리는 자유무역은 결국 전반적인 인권의 후퇴를 가져올 것임이 눈에 보듯 뻔하다. 따라서 한국정부가 미국과 '한미자유무역협정' 협상 출범을 선언한 것은 인권을 증진시키기 위한 국가의 의무를 저버린 행위이다. 유엔 사회권규약 비준국인 한국정부는 다른 나라와의 무역 협정·협력 시 국제인권법에 부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타산지석을 통해 자유무역과 인권이 양립할 수 없음은 확인됐다. 한국정부는 당장 '한미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중단하라. 정부는 거시적 경제지표에 가려진 가난한 사람의 삶에 주목하고 이들의 생존권 확보에 주력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