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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꽃 피는 용산을 위해

2013년 1월 20일은 용산참사 4년이 되는 날이다. 삶의 터전을 떠날 수 없었던 철거민들, 절박한 목소리를 들어주길 바라며 망루에 오른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공권력이 투입되고 진압과정에서 1명의 경찰특공대원과 5명의 철거민이 사망했다. 참사의 원인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채 망루가 있던 남일당 건물은 철거되었고, 속도전으로 밀어붙일 것 같던 용산재개발4구역은 공사가 중단된 채 폐허로 남아 용역업체의 주차장 부지로 사용되고 있다.


“용산은 끝나지 않았다.”

4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기억 속에서 용산은 흐릿해졌다. 355일 만에 장례를 치르면서 많은 사람들은 용산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용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망루에 올랐던 철거민들, 그 중 5명은 주검이 되어 내려왔고, 아직도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많은 사람들이 끌어안고 지내며, 여전히 감옥에 갇혀 있는 이들이 있다. 살인적인 진압작전 명령을 누가 내렸는지 책임자 처벌이 되지 않았고, 당시 서울경찰청장이었던 김석기는 일본 오사카 총영사로 부임하더니 작년 4월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으며, 당시 담당검사였던 강수산나는 시드니 총영사관에 부임, 교민들이 추진한 용산다큐 <두 개의 문> 상영회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용산참사는 그동안 잔인하게 진행되었던 한국사회의 재개발 현실로 인한 것이었다. 평생의 삶터로 일궈왔건만 기본적인 정보조차 알지 못한 채 개발사업 추진과정에서 배제되었고, 하루아침에 철거민이 되어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 용역들의 폭력에 시달려야 했다. 용산참사 이후 한국사회의 재개발 현실이 달라져야 한다는 각성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홍대 두리반이라는, 명동 마리라는, 개발이 멈춘 채 폐허로 남아있는 북아현동과 순화동 등등 또 다른 용산들이 있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제2, 제3의 용산참사를 막기 위해

지난 1월 14일 남일당 현장에서 용산참사 4주기 추모주간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용산참사가 끝나지 않은 우리의 문제임을 다시 확인하는 다양한 추모 일정들이 열리고 있다. 용산유가족들, 추모위원으로 함께 하는 많은 사람들이 인수위 앞, 광화문 광장, 시드니 등 곳곳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며 구속철거민 사면과 용산참사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강제퇴거금지법 제정 등을 촉구하고 있다.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입니다.’ 참사 당일 남일당 현장에 붙은 많은 피켓 중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던 이 말이 아파트 광고에조차 쓰이고, 시정광고에 거주권이라는 용어가 사용되며, 도시재개발에서 마을재생이라는 프레임으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새로운 시도들도 있지만, 현실에서 우리의 삶터는 정말로 존중되고 있을까?

개발이익에 눈먼 건설자본에 의해, 이들을 비호할 뿐인 공권력에 의해 여전히 쫓겨나고 내몰리는 사람들이 있는 현실을 바꾸자. 개발 사업이 한 사람의 삶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심각하게 고려하여 계획이 수립되어야 하고, 재정착의 권리는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또한, 속도전처럼 치러지는 개발 사업으로 용역들의 폭력에 시달리다 강제적으로 쫓겨나고 내몰리는 일이 없도록 정부와 지자체는 이를 엄중히 감독해야 한다. 이러한 내용을 주요하게 담고 있는 강제퇴거금지법이 현재 19대 국회에 발의되어 있다. 강제퇴거금지법은 하루속히 제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용산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싸움을 끈질기게 해야 한다. 여섯 명이 죽었는데도 그 누구도 처벌받지 않고 책임지지 않은 경찰 공권력은 더 극악한 방식으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진압했고, 철거민들을 쫓아내기 급급했던 시공사 삼성물산과 대림은 강정에서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며 구럼비 바위를 파괴하고 주민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경찰의 비호를 받으며 철거민들에게 일상적으로 폭력을 자행했던 용역들은 여전히 노동자들의 일터, 철거민들의 삶터를 빼앗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용산참사의 책임을 제대로 따져 묻지 못했기에 지금도 반복되고 있는 수많은 폭력을 이제는 꺾어내야만 한다.

2009년 1월 20일 남일당 망루 위에서의 “여기 사람이 있다”던 그 절박한 외침은 함께 살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이지 않았을까? 함께 살기 위해 싸우는 수많은 현장들에서 용산을 본다.

덧붙임

민선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 (*이 글은 천주교 인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행하는 소식지 '정의평화'에도 공동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