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국가인권위 점거 농성에 찾아간 적 있습니다.(당시 저는 좀 오랜 기간 쉬고 있었습니다.) 국가인권위제자리찾기공동행동에서 활동하던 아는 활동가가 농성장을 하루 지켜달라 부탁했고, 집에서 쉬고 있었기 때문에 별생각 없이 그곳에 갔습니다. 그때 만난 사랑방 활동가가 요즘 뭐하냐고 물었고, 여행다니며 논다는 말에 사랑방에서 자원활동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물어왔습니다. 사랑방이란 단체에 관심도 있었고, 자원활동이라도 하지 않으면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모를 거 같아 알았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2011년 사랑방에서 자원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비록 3개월간에 짧은 시간이었지만(상임활동가가 되었거든요.) 사랑방 자원활동 시스템은 꽤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누군가가 시키는 일, 주어진 일, 그렇지 않으면 기술적인 일만을 하게 되었던 제 경험과 달리, 사랑방에서는 처음 기획부터 실행까지 함께 참여하였습니다.
아마 사랑방 자원활동을 거쳐 갔거나, 사랑방 활동을 꾸준히 지켜보신 분들은 독특한 자원활동시스템을 많이 기억할 것 같습니다. 팀을 구성하고, 기획과 실행을 하는 시스템. 상임·돋움활동가와 활동을 나누고 엠티도 같이 가는 시스템. 독특하면서도 또 때론 책임감이 요구되는 자리, 그래서 자원봉사가 아닌 자원활동, 그리고 자원활동가라는 독립적인 활동가를 만드는 인권운동사랑방의 시스템. 그래서 사랑방의 자원활동시스템은 다른 단체에서도 간혹 어떻게 운영하는지 궁금해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12년 20주년 논의를 거치고, 2013년 새로운 사랑방 활동의 방향을 결정하면서 자원활동가 모임을 잠깐 쉬기로 했습니다. 자유권팀, 사회권팀, 반차별팀으로 나누어진 팀체계를 중심활동과 상임활동가회의 체계로 체계를 바꾸면서 자원활동가 모임을 어떻게 해야 할지 사실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우선 2013년 동안 중심활동을 안정화하고, 상임활동가들의 활동을 안정화시키며 자원활동가 모임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색기를 가져보자 했습니다.
인권운동과의 연애♡ 자원활동가 모임
2014년 초 사랑방에서는 자원활동가 모임을 다시 구성해보자는 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새롭게 자원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 기존에 자원활동을 하던 사람들에게 연락을 돌리고, 개별적인 만남과 초동모임을 통해 각자가 생각하는 자원활동의 모습도 이야기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2014년 7월 새롭게 시작하는 자원활동가 모임, 첫 번째 만남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모임을 함께 하는 자원활동가는 매우 다양했습니다. 꽤 오래전부터 활동을 해왔던 사람, 20주년 논의와 사랑방 체계 변경에 휘말려 활동을 하다 잠깐 쉬게 된 사람, 처음 온 사람, 그리고 몇 년간 쉬었다가 다시 돌아온 사람, 다행히 첫 번째 모임 전주에 있었던 사랑방 전체엠티를 통해 서로간의 낯설음은 조금 줄어든 상태였습니다.
오랜만에 시작된 자리인 만큼, 첫 번째 모임에서는 각자가 생각하는 자원활동, 그리고 함께 하고 싶은 건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자원홛동가들이 가지고 있는 활동에 대한 경험에 차이가 있지만,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함께 인권에 대해 알아가기
▷이론적인 인권보다 현장 활동과 함께 이야기 할 수 있는 인권
▷너무 무겁지 않고 즐겁게 활동하며 서로 친밀한 관계 만들기
사랑방 활동가들이 자원활동 모임을 만들며 고민했던 지점과 자원활동가들이 생각하는 부분이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한 자원활동가의 말에 모두들 정말 빵~ 터져 웃기도 했습니다.
“자원활동가는 인권운동과 연애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설레기도 하고, 즐겁고, 그렇게 하는 게 자원활동인 거 같아요. 그래서 자원활동이 재미있었으면 좋겠어요.”
사실 이 말보다 그 다음에 “상임활동가는 인권운동과 결혼한 사람”이라고 했던 말에 정말 모두가 빵 터지고, 상임활동가들은 눈물을 흘릴 뻔 했지만 …… 자원활동에 대해 잘 정리한 말 같았습니다.
처음 하는 자원활동일 수도 있고, 직장이나 사회생활, 학교생활 등 다양한 생활을 하면서 하는 자원활동인 만큼 이곳에 와서 활동할 때는 정신적으로 즐거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 즐거움이 마냥 웃고 떠드는 즐거움을 말하는 건 아니겠지만요. 때론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지만, 가치에 대한 즐거움, 꿈에 대한 즐거움, 사람을 통한 즐거움을 자원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원활동모임, 지금부터 새롭게 출발!!
첫 모임이 끝난 후, 매월 한차례 모여 인권에 대한 공부도 하고, 현장 활동에 대한 계획도 세우기로 했습니다. 아직 모임이름은 만들지 못했지만, 번뜩이는 아이디어들이 다음 모임에서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8월 이후 진행될 자원활동 모임에서는 ▷사랑방에서 한 달 동안 진행된 활동에 대한 이야기 ▷한 달 동안 중요하게 바라본 인권문제에 대한 사랑방의 입장과 고민거리 논의 ▷함께 하고 싶은 활동에 대한 제안과 계획을 이야기 하려 합니다.
인권문제에 대한 사랑방의 입장과 고민거리는 아마도 ‘인권으로 읽는 세상’을 중심으로 ‘인권은 00다.’의 방식이 아닌, ‘사랑방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려 한다.’를 중심으로 이야기하려 합니다. 그 과정에서 20주년 논의를 거치면서 나온 이야기들, 활동을 통해 쌓은 경험이 함께 논의되리라 기대합니다. 또한 자칫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자원활동가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듣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딱딱한 교재보다는 조금 더 재미있고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하려 합니다.
이뿐 아니라, 함께 하고 싶은 활동에 대한 기획도 진행하려 합니다. 사랑방에서 중점적으로 활동하는 안산 반월·시화공단에서 우리가 계획하는 활동을 해본다던가, 안산 월담문화제에서 기획하는 활동도 만들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사랑방이 함께 하고 있는 활동에서 자원활동가들을 주축으로 무언가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자원활동 모임은 6개월 정도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보며, 자원활동가들과 함께 다른 모델을 만들어 보려합니다. 기존의 팀체계에서 했던 자원활동모임이 아닌 다른 모임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지 아직 잘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함께 만들어가다 보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시야에 확 들어오는 날이 있겠죠??
사랑방 자원활동은 언제든지 열려있습니다. 함께 인권운동을 하고 싶으신 분들 언제나 환영합니다♡ 다음모임은 8월 25일 월요일 저녁 7시에 사랑방 사무실에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