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벌판을 부자 위한 명품도시로
동춘구역(소암마을)은 한국전쟁 이후 북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이 정착하면서 일군 마을이다. 900여세대가 살고 있는데, 90%가 무허가주택 주민. 토지 대부분은 국방부 소유의 국공유지이다. 바로 맞은편 송도의 풍경이 몇 년 사이에 변했는데, 이를 마주하며 살아가는 주민들의 심정이 궁금했다.
“아주 열불이 나 죽겠어.”
동춘철대위에 속한 주민의 첫 마디.
“언론에서는 송도 신도시를 띄워주고 난리인데 말야, 원래 거기가 그야말로 황금벌판인 갯벌이었다고. 근데 그걸 막아서 만든 게 베드타운이니... 보면 열받지. 여기 사람들 대부분이 몇십 년 산 사람들이야. 근데 말이야 옛날에도 집이 좋지 않고 다들 어렵게 살았지만, 근심걱정이 이만치는 않았어. 갯벌을 터전삼아 조개 캐서 먹고 살았으니 뭐 물때에 따라서 일어나고 나가고 일하고 들어오고... 그렇게 자연 흐름에 맞춰서 살았던 거지.”
현재 매립이 완료된 송도 갯벌은 197만평,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용지 확보가 필요하다며 남아있는 갯벌(송도 11공구) 310만평에 대한 매립 승인을 국토해양부에 요청한 상태이다. 필요한 행정 절차를 밟고 난 뒤 매립이 승인되면 내년 상반기에 착공할 계획인데, 이럴 경우 송도 지역의 갯벌은 모두 사라지게 되는 것.
“명품도시, 국제도시니 하면서 뭐 만드는 것 그래 좋다 이거야. 근데 그거 만들어서 뭐할꺼냐고. 보상이라고 던져주면 되는 건가? 여기 주민들 자연적인 흐름에 따라서 갯벌과 함께 살고 생활하면서 자녀들 학교 보내고 살림 해결했단 말이야. 근데 보상을 명분으로 살아야 할 모든 권리를 빼앗긴 거지. 생태계는 다 깨지고 말야.”
갯벌을 빼앗기고, 이젠 집마저
지금 동춘철대위 주민들의 신경은 곤두서있다. 송도 신도시 건설과 맞물리면서 2005년 동춘구역도 도시개발사업구역으로 지정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주민들의 형편이 고려되지 않은 사업방식이 채택된 것이다.
“초기에 동의 받아갈 때는 공영 개발이 추진될 것이라고 했어요. 공공이 개발하면 민간에서 하는 거보다는 나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 동네에서 오래 살았기에 떠날 생각도 없고, 무너져 가는 지금의 집보다는 나아질 것 같아서 주민들이 동의한 거죠.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처음 얘기했던 공영 개발은 쏙 들어가고, 민간에서 추진하기로 했다는 거예요.”
도시개발사업의 경우, 조합원의 자격이 토지소유주들에게만 주어진다(도시개발법 14조). 여기에 동춘구역은 환지방식이 적용되어 개발 이후에 주택 입주가 아닌 토지를 돌려받는 방식으로 개발이 진행되는 것.
“개발조합이 토지소유주 450명으로 만들어졌는데, 그 중 여기에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은 99명밖에 되지 않아요. 그런데 토지주들에게만 유리한 환지방식으로 진행한다는 거예요. 그러면 아무리 오래 살았다고 해도 무허가 가옥주나 세입자는 쪽박 쓰고 나갈 수밖에 없어요.”
동춘구역 개발 계획에 따르면 가옥주에게는 임대아파트 입주권이, 세입자에게는 주거이전비가 주어진다. 이같은 보상 계획이 개발 이후 실질적인 이주 대책이 되지 못한다며 주민들은 적절한 대책 마련을 위해 주민, 조합, 공무원이 참여하는 보상협의회를 구성할 것을 구에 요구하고 있다.
“동춘구역은 아직 사업시행 인가가 나지 않았어요. 여기서 계속 살 수 있다면야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 알아요. 그렇다고 해도 당장 개발 이후의 이주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는데 어쩌겠어요. 지금 조합에서는 보상가를 매기기 위해서 지장물 조사하겠다고 공문 붙여놓고 난리인데, 이것을 주민들이 온몸으로 막고 있는 상황이에요. 근데 용역 동원해서 언제 어떻게 들어올지 모르니 다들 불안감과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어요.”
있는 놈들 위한 개발 말고
그러나 구에서는 정작 이러한 주민들의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송도신도시에 대한 관할권 경쟁에 여념이 없다. 이미 1~4공구가 연수구 관할로 정해진 상태에서 5~11공구에 대한 관할권이 남동구, 중구, 연수구로 나누어졌고, 이같은 구역 조정에 대한 반발이 거센 것.
“경제자유구역이란 게 그 지역 주민들에게 좋은 것처럼 얘기하더니 그것도 있는 놈들한테나 해당되는 거지, 우리 같은 사람들의 살 권리는 전혀 안중에도 없다고. 그렇다고 평생을 산 터전에서 그냥 쫓겨날 수는 없잖아. 그러니까 싸워야지.”
최근 정치·경제계에서는 경제자유구역법을 특별법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절차를 더 간소화하여 20년 이상 걸리는 경제자유구역 추진 계획이 10년 내외로 단축될 수 있고, 투자가 단기간 집중적으로 이루어져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것. 그러나 그 효과를 수치로만 드러낼 뿐, 경제자유구역 개발과 맞물려 발생될 수밖에 없는 지역 주민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어떠한 고려도 없다.
“사람이 사람처럼 살려면 먹고 일하고 움직여야 되고 그래야 살아가는 재미가 있지. 그런데 그렇게 아파트만 척척 세워놓으면 뭐하냐고. 거기에 원래 살던 주민들은 전혀 들어가지도 못해. 없는 사람들의 황금벌판 뺏어다가 있는 놈들 누리고 살게 하는 그따위 개발, 그런 것은 안해야 한다는 거야.”
현재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총 6구역. 2003년 지정된 인천, 부산-진해, 광양만은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며, 올해 4월 황해(경기-충남 평택), 전북(군산-새만금), 대구-경북이 추가로 지정되었다. 지역발전을 위한다는 명목 하에 지자체에서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러한 개발이 과연 지역민들의 삶과 얼마나 밀착해있는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덧붙임
* 민선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