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주] 지난 10월 15, 20, 21일에 기륭전자에서는 용역깡패와 구사대, 경찰이 합작하여 조합원들과 연대 투쟁에 나선 시민들을 폭행했다. 많은 사람들이 부상당했고, 연행되었으며, 1명은 구속되었다. 그중 한 명은 실명의 위기에 있다. 기륭회사는 지난 10월 25일 회사를 현재의 가산디지털단지에서 구로디지털단지로 옮겼다. 기륭분회원들과 네티즌 연대단위인 '함께 맞는 비', 그리고 '기륭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기륭 신사옥 앞에서도 계속 투쟁을 이어가기로 했다. 지난 10월 28일 곰탱이씨가 기륭분회원들과 아침 피켓시위를 한 상황을 '함께 맞는 비' 카페에 올렸다. 이를 옮겨 싣는다.
새벽처럼 일어나서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 쿨럭쿨럭 기침 나오기 시작한다. 아침 바람이 정말 차다.
구로디지털단지역에서 내려 6번 출구로 나가다가 주춤했다. 앞에 하늘색 점퍼를 입은 사람이 보인다. 이 하늘색 점퍼는 어렸을때 재밌게 봤던 파충류의 지구침공 외화 "V" 시리즈를 연상시킨다. 왜냐면 점퍼 뒤쪽 가운데 쪽에 20cm정도 세로로 물결무늬가 있기 때문이다. 왠지 나는 그게 파충류의 등껍질로 보이기 때문이다. "저걸로 저 괴물들은 숨을 쉬고 있지 않을까?"
30m정도 내려가다 횡단보도를 앞두고 뒤쪽에서 그 점퍼를 입은 다른 사람 몇명이 어울려 다가온다. 그 직원들도 나를 알아본 것 같다. 힐끗힐끗 쳐다본다. 나는 고개를 돌리고 딴짓을 했다.
"난 파충류들과는 상대 안해."
횡단보도를 건너 SK주유소와 쌍데빌 아파트 사이 골목으로 들어갔다. 멀리 오른쪽으로 붉은색 새 건물이 보인다. 경찰들은 벌써 와 있고, 먼저 온 직원들이 모여있다. 내가 조금 일찍 온것 같다. 아직 (기륭)분회분들은 안 보인다. 좀 전에 앞서 갔던 직원이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다른 직원들과 쑥덕거린다.
뒤돌아 다시 도로로 나오는데 분회차가 오는 게 보인다. 베자스님도 탔다. 차 근처로 돌아가서 출투(출근투쟁)를 준비했다. 20m 간격으로 서서 피켓시위를 한다고 한다. 간격을 두고 섰다.
그런데 좀 웃긴일이(정말 유치했다ㅎㅎ) 발생했다. 전직원이 다 나온것 같은데 빗자루를 하나씩 들고있다. 거리 청소를 하는 줄 알았는데 먼지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ㅎㅎ 피켓시위를 방해할 요량인가 보다. 정말 웃기더라. 괴물들이 빗자루를 들고 있으니까….
나이를 좀 드신 아주머니가 다가왔다.
"지금 뭐하는 거야?"
"아주머니 혹시 기륭전자라고 아세요?"
"아. 음…왜 저렇게 나와 있는거야?"
"이래저래해서 저희가 여기에서 이러고 있어요."
아주머니 한마디로 정리 하셨다.
"같이 먹고 살아야지. 같이 먹고 살아야지."
뒷쪽으로 어떤 아저씨가 한마디 하고 한숨을 쉰후 걸어갔다.
"그 기륭전자가 이쪽으로 이사왔어요? 휴."
앞으로 있을 그 무언가에 미리 탄식을 하시는걸까?
내가 누구와 얘기하는 걸 쳐다보던 좀 높아보이는 사람이 다가온다(이 사람이 김**이사란다. 난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
"기륭 직원도 아니면서 왜 여기 있어요?"
"물론 기륭직원은 아니죠."
"그러니까 왜 있냐고?"
"도와주러 왔어요."
"그럼 나랑 얘기좀 해봅시다.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지."
"전 깡패랑은 얘기 안해요."
"깡패라니 그 사람들은 경호요."
"아니 사람패는게 깡패지 경호라니요."
"그럼 당신들은 해머가지고 때리는 게 정상이요?"
"우리가 해머가지고 사람 때렸어요?"
"해머가지고 회사 기물 때리는 거랑 똑 같은거요."
여기에서 난 폭소가 나올 뻔했다. 정문 몇 번 때린 거랑 사람 때리는 거랑 똑 같다고 얘기하다니-.-.
"더이상 얘기하기 싫어요."
"아니 소신이 있으니까 여기 왔겠지. 그게 뭔지 들어보자고."
"얘기하기 싫다구요."
아무 말도 안 하니까 계속 말을 시킨다. 옆에 있던 다른 분이 자리를 옮겨줬다.
피켓시위가 끝날때까지 청소를 빙자하여 먼지를 일으키는 직원들이 주변을 계속 맴돈다. 신사옥 공사도 덜 끝난 상태에서 들어간 거라 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이러저리 걸레를 들고 앞쪽 아파트 구석으로 왔다갔다 한다.
하지만 그 사람들의 눈빛에 어떤 연민도 보이지 않았다는 게 더 슬프다. 같은 노동자라고 하면서 이 여성노동자들과는 일할 수 없다는 저들의 이기심이 어떤 경계를 넘어 버려 돌아올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켓시위를 마치고 힘차게 구호 하나 외치고 회사로 출근했다. 지하철을 타면서 지하철 노동자들을 생각해 봤으며 병원에 들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병원 비정규 노동자들을 생각해 보고 MP3 플레이어로 음악을 들으면서 이걸 만들고 있는 노동자들을 생각해 본다. 거기에 노동자들의 땀과 눈물 그리고 피가 맺혀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08.10.28)
<자유발언대>를 빌려 드립니다.
자유발언대는 열려 있습니다. 자신의 주장을 맘껏 펼치십시오.
* 원고 마감: 매주 화요일 오후 3시
* 원고 분량: A4 용지 2매 전후
* 이메일: humanrights@sarangbang.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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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 곰탱이 님은 '함께 맞는 비'(전 기륭릴레이 단식단, http://cafe.daum.net/kirungRelay)의 회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