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회 인권영화제의 개막식이 열리던 6월 5일. 서울 파이낸셜 빌딩 앞 관광안내소 옆에 난데없는 현수막이 나붙었다. 내용을 읽어보니 불법 폭력시위 비호 ‘청계광장 인권영화제’ 반대 캠페인이라면서 <북한인권 외면하는 ‘인권영화제’ OUT>, <전․의경 인권 무시하는 ‘인권영화제’ STOP>이라 되어있다. 이 또한 표현의 자유니까 현수막을 써붙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내용을 곱씹어보면 텅 비어 있다. 아, 정말 보수집단의 논리는 이렇게 모두 천편일률적이고 비약이 심할까하는 생각이 밀려든다. 마치 마법의 주문같다.^^
인권영화제가 불법 폭력시위 비호한다고?
캠페인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인권영화제는 불법 폭력시위를 비호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얼마나 편견에 휩싸여 있는가. 불법=폭력이라는 마법 같은 연결고리를 만들어 모든 시위를 반대하고 있다. 인권영화제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포함한 모든 표현의 자유를 옹호한다. 그 내용을 마법 같은 주문으로 왜곡하지 말라.
더구나 인권영화제가 광장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은 현행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때문이다. 법에 의하면 인권영화처럼 등급분류심의를 면제 받으려면 사전 심의제도 같은 면제추천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사전심의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기에 인권영화제는 이를 거부했기 때문에 상영관을 구할 수 없어 거리로 나왔다.
실제로 준비과정에서 인권영화제가 처음 청계광장 사용신청을 내고 승인을 받았던 것은 이미 지난 1월과 2월 사이였다. 그런데 영화제 개최 이틀을 앞두고 갑작스레 승인이 취소되고 다시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서울시설관리공단이 내놓은 근거도 ‘불법집회로 변질우려’였다. 모든 표현을 불온시하고 불법시하는 태도는 현수막을 만든 단체나 공단이 내놓은 이유와 너무나 닮아 있다. 결국 말도 안 되는 이유라고 여론의 비판을 받자 청계광장 사용 재승인으로 결말이 났지만 말이다.
북한 인권과 전․의경 인권
자칭 보수 우파라는 이들이 끊임없이 진보 단체들에 대해 비난하고 매도하는 내용들이다. 왜 토씨하나 다르지 않은지……. 솔직히 이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당신들이나 잘 하세요!!”라고 일갈하고 싶은 심정이다.
인권영화제에서 북한 인권을 다룰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이번 영화제를 기획한 이들의 몫이다. 더구나 인권영화제를 준비하는 인권운동사랑방에서 북한 인권을 고민하고 활동해온 역사는 사랑방이 결성되던 때로 거슬러 올라 갈만큼 짧지 않은 시간이다. 최근에는 유엔인권이사회에서 하는 북한 인권 정기검토 때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외면한다고 하는 것은 악의적인 왜곡이다. 보수집단이 ‘인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방식으로 북한인권을 바라본다면 우리는 그와 다르게 보고 고민하고 있을 뿐이다. 더구나 북한인권이 심각한 상황이니 한국 인권 문제를 외면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세력이야 말로 문제 있는 집단이 아닐까. 과연 이들은 인권의 보편성은 알고나 있는 걸까?
현행 전․의경 제도에 대한 문제점 역시 사랑방을 비롯한 많은 단체들이 여러 해 동안 지적해왔다. 전․의경들의 인권침해는 단순히 흥분한 시위대들에게 끌려가 폭행을 당하는 일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노예에 가까운 무임금 노동과 전․의경 내부 지휘관들에 의한 물리적 ․정신적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전․의경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야말로 전의경의 인권을 옹호하는 기본적 태도이다. 전․의경 폐지를 꾸준히 이야기해온 인권활동가들을 두고 외면했다고 하닌 섭섭할 따름이다.
더구나 전․의경제도는 법률상의 애초 목적은 온데간데없고 대부분 정권의 안위를 보호하려는데 이용되어 왔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연 현행 전․의경제도가 헌법과 각종 인권기준에 부합하는가와 이들을 오로지 진압의 도구로만 이용한 사람들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이 순서이다.
전의경제도 폐지를 이야기하지 않고 전․의경 인권을 얘기하는 어불성설을 하는 당신들, 거짓말은 이제 그~만!
덧붙임
홍이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