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당 대책위에서 활동하며 공사 시도를 막으랴, 강은 흘러야 하기에 생명을 지키기 위한 미사를 신부님들과 함께 하랴, 4대강 삽질의 문제를 알리고 팔당 지역을 지키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알리랴, 농민으로서 가꾸는 작물들을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돌보랴 몸이 몇 개여도 부족한 하루하루를 살고 계신 팔당 주민들. 양평군수와 면담을 갖고 바로 서울로 오신 팔당 주민 서규섭, 최요왕 님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서규석(이하 서) : 농사꾼의 일과는 아침부터 밤까지 농사짓는 건데 4대강 사업한다고 업체들이 공사하려 수시로 마을에 들어와서 늘 긴장하고 살아요. 군대처럼 당번 정해서 순찰 돌고 그러다가 업체에서 들어오려는 것 발견하면 비상연락망으로 연락해서 수시로 모이고 싸우고. 그러다보니 농사가 잘 안되기도 하고. 그리고 지자체에서 자꾸 우리들을 매도하면서 여론을 조성하려고 해 그럴 때마다 도청 앞에 가서 항의하고. 그러고 지냅니다.
최요왕(이하 최) : 새벽 5시에 일어나 6시면 밭에 나가요. 오이 따고 밭에 물주고 닭장 가서 사료 주고 알 걷고. 그러는 와중에 문자가 와요. ‘송촌리에 떴다.’ 알 다 걷었으면 바로 출동하면 되는데 한참 알을 걷다가 문자오면 그냥 갈수가 없으니까 미안한 마음으로 부지런히 걷고 가죠. 그럼 상황이 끝나있을 때도 있고 늦게 출동했다 핀잔 듣기도 하고. 오후에는 두물머리에서 미사를 봐요. 미사 참여를 돌아가면서 하는데 두물머리엔 천주교 신자가 저 밖에 없어가서 전 매일 참석해야 해요. 암튼 그런 다음에 술 한 잔 하고요.(웃음) 오후에 다시 일 시작해 어두워서 안 보일 때까지 하다가 집에 들어가요.
서 : 우리 동네를 소개하면 남한강과 북한강, 두 물이 만나는 머리밭이라는 의미로 두물머리, 한자로는 양수리라고 하는데요, 이 지역이 상수원 보호구역이라 규제가 많았어요. 그래서 규제라고 하면 사람들이 치를 떨어요. 70년대에 팔당댐을 만들면서 땅을 강제수용해서 많이 떠나고 남은 사람들이 희망을 찾기 힘들었는데, 유기농업을 시작한 후 도시와 직거래를 하고 발전하면서 우리 농촌의 미래 중 하나가 되었죠. 상수원 보호구역에 유기농업을 정착시킨 것이 우리의 대표적인 자랑이 되었어요. 그래서 세계유기농대회도 열게 된 거구요.
3년에 1번 열리는 세계유기농대회가 2011년에 팔당에서 개최된다. 유기농민을 쫓아내고 유기농지를 없애는 4대강 사업이건만, 4대강 사업과 세계유기농대회는 무관하며 준비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이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입장이다. 민간행사였던 유기농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먼저 지원하겠다고 나선 경기도지사와 남양주시장에 유기농대회는 그저 치적을 쌓기 위한 것이었을 뿐 그 과정에 농민과 농업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평생을 일군 피와 살 같은 농지를, 나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울고 웃어주던 이웃을 4대강 삽질에 잃을 수 없기에 열심히 맞섰다. 그래서 다른 4대강 사업 지역들은 다 공사를 시작했지만 팔당은 아직까지 막아내고 있다. 정부는 팔당 주민들을 매도해 여론을 호도하면서 4대강 사업의 필요성을 억지스럽다 못해 미련하게 짜낸다.
서 : 4대강 사업이 진행되는 곳 모두 각 지역만의 애환이 있을 텐데요, 팔당은 수질이 가장 쟁점이에요. 정부는 4대강 사업을 통해 수질이 개선될 수 있다고 말하고, 농민들은 유기농업을 하면서 수질개선을 이미 하고 있었고 4대강 사업은 오히려 수질을 악화하고 자연을 파괴하는 거라고 주장하죠. 두물머리는 남한강사업 제 1공구로 포함되어 있는데, 경기도가 국토해양부 위탁을 받아서 진행하는 거라 경기도에 책임이 있죠. 그렇다보니 경기도에서 자꾸 압박을 넣어요. 퇴비더미가 물로 흘러가 수질을 오염시킨다며 퇴비를 쌓아놓은 사진으로 언론플레이도 하고……. 결국 그 사진은 다른 곳의 사진으로 조작한 것임이 밝혀졌죠. 그렇지만 저쪽의 공격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는데 비해 우리의 반박은 잘 보도가 되지 않아 수세에 몰리게 되는 것 같아요.
강을 벗 삼아 일하고 살아왔던 주민들에게 강이 파헤쳐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남양주에서 그리 멀지 않은 여주에도 4대강 사업이 한창이다.
최 : 겨울에 여주보 만든다고 준공식을 한다해서 항의하는 집회에 갔었어요. 그 이후에 공사가 시작되고 오가다가 봤는데 겨울 여주에 갔을 때 봤던 엄청나게 많은 자갈들이 다 파헤쳐져 있더라고요. 그렇게 파헤쳐져 있는 걸 보니 가슴이 무지하게 아프더라고요. 4대강 사업하면서 먼저 한 게 주변 하천부지를 싹 수용하고 점용허가 내줬던 것을 취소해버린 거예요. 그리고는 농지였던 곳들을 포크레인으로 파서 가운데 큰 무덤을 만들어놨어요. 농사를 못 짓게 하려는 거죠. 농사지으려고 하면 면직원들이 와서 벌금 먹겠냐고 협박해요. 그런 장소가 양수리에도 몇 군데 있는데, 농지로 쓰던 곳을 그렇게 막 뒤집는 거 그런 거 보면 농사꾼 입장에서 슬프기로 하고 아프기도 해요. 그럼 안 되는 거잖아요. 4대강 사업이 얼마나 황폐한 것인지 공사 전후 사진을 비교해보면 누구나 알 텐데, 그런 것은 언론에 나오지도 않죠.
이미 보상절차까지 끝나고 다른 지역은 4대강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그러나 팔당은 보상액을 책정하기 위한 감정평가를 못하도록 막아내 왔다. 작년 12월, 올해 2월에 이어 지난 5월에도 감정평가를 강행하려고 했다. 농민들 수의 몇 십 배에 달하는 수백의 경찰이 동원되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이를 막으려던 농민들이 연행되기도 하고, 함께 막아내고자 연대 왔던 이들이 탄 트랙터를 경찰차로 가로 막아 팔당 주민들을 고립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힘겨운 순간들을 견디면서 아직까지 팔당에선 4대강 사업을 못하도록 막아내고 있다.
서 : 보상이라는 게 농사를 갑자기 못하게 돼서 당장 먹고 사는 것에 지장이 생기니까 이를 일정부분 보태준다고 농민의 평균 농사수익을 계산해서 2년 치를 주는 거예요. 보상을 받고 싶은 사람은 없죠. 거기가 평생 살고 일했던 터전인데 보상 몇 푼이 문제겠어요? 문제는 바로 삶의 터전이 파괴 되는 것이고 그런 게 참 아프죠. 근데 현 농업 현실이 그런 걸 막아낼 수 있는 조직적인 힘이 없다고 봐요. 팔당은 특이하게 유기농업을 해보려는 젊은 농민들이 많이 있어요. 축구팀이 꾸려져서 1주일에 한번 함께 공을 차는 농촌, 취미 활동을 같이 뭉쳐서 하는 농촌을 보기 힘든 게 현실이잖아요. 농촌이 거의 경로당이 되다시피 했는데 팔당은 젊은 사람들이 모여 농업 공부도 하고 도시 소비자들과 교류하고 자극받아서 어떻게 더 발전시켜볼까 고민하고 시도해요. 그렇게 유기농업으로 매개된 관계들을 보상으로 바꿀 수 없잖아요. 거기에다 농지를 없애고 강을 파헤치고 환경을 파괴해서 만든다는 게 고작 자전거도로와 공원이라니 받아들일 수 없는 거죠. 그래서 보상 자체를 거부하고 있고 그러다보니 다른 강 유역은 보상을 더 많이 받기 위해 싸우는 경우도 있다는데 팔당은 4대강 사업 자체를 중지하라고 요구하면서 1년을 넘게 싸워 오고 있습니다.
개발로 우리 지역이 더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은 너무 강해서 개발로 인해 삶의 터전을 뺏기는 이웃들을 외면하게 한다. 그래서 개발 사업이 추진되는 지역에는 늘 주민들 간에 여러 갈등이 있다. 팔당도 1년 동안 싸워오면서 주민들 간에 서로를 등 돌리게 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있다고 한다.
최 : 얼마 전 양수리 지역 부동산 사무실을 중심으로 찌라시(선전물)가 하나 돌았어요. ‘두물머리를 돌려주세요’라고 크게 적혀 있었는데, 그 내용은 ‘두물머리에 한 번 가보세요. 거름반 흙반.’ 이런 식으로 4대강 사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개발이 되면 양수리 전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겠냐, 그동안은 너희들 입장 생각해서 목소리를 안냈는데 그러다보니 양수리 지역 전체가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것처럼 보여서 이제 우리도 목소리를 내야겠다 이렇게 얘기하더라구요. 경찰이 들어오고 강제측량 강행하려 하고 이런 것은 안 무서운데 지역 내 갈등이 생기는 것은 많이 두려워요. 고민이 많이 됩니다. 개발 사업이 있으면 항상 지역사회를 두 편으로 갈라놓아요. 그런 거 보면 가증스러워요.
그러나 팔당에는 팔당 농민들과 함께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생명을 지키기 위한 기도와 미사를 매일매일 드리기 위해 모이는 사람들이 있다. 조계사 앞뜰에 연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서울한강선원에서 매일 참회정진기도를 드리는 사람들이 있다. 함께 팔당에서 텃밭을 가꾸고 농사일을 하면서 농사의 고됨 나아가 수확의 기쁨을 배우는 사람들이 있다. 올 여름 생태적인 이상향의 실천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자 팔당에서 에코토피아를 열어보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유기농업을 지켜내고자 4대강 삽질 중단을 요구하며 1년이 넘는 시간을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싸운 팔당 대책위 주민들이 있다. 그렇다보니 지칠 법도 한데 4대강 사업 반대 문화제에서 가장 신나게 어울리면서 다시 싸움을 준비하는 팔당 대책위 주민들의 얼굴에서는 강한 힘이 느껴진다. 이런 사람들이 모였고, 더 많이 모일 것이기에 이 정부의 거짓 녹색에 강력한 태클을 날릴 수 있을 것 같다. 서울 홍대 앞 한 켠 두리반 작은 공터에서 개발동맹을 뒤흔들 가능성을 본 시간이었다.
4대강 삽질에 반대하며 팔당 주민들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로 함께 하고 싶으신 분은 아래 홈페이지를 참고해주세요.
8당은 에코토피아 http://8dang.jinbo.net/
농지보존 친환경농업 사수를 위한 팔당 공동대책위원회 http://cafe.daum.net/6-2nong
8당은 에코토피아 http://8dang.jinbo.net/
농지보존 친환경농업 사수를 위한 팔당 공동대책위원회 http://cafe.daum.net/6-2nong
덧붙임
민선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