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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총무의 인권이야기] 동네목수, 지속가능성의 희망을 찾는 중

살다 보면 사람의 관계라는 게 자신이 고민하는 것에서는 중요하지 않아도 그저 남들이 보는 시선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으로 인정받는 게 중요할 때가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기의 삶을 타인의 시선과 무관하게 제대로 찾았는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2011년 7월 마을기업 ‘동네목수’가 창립되고 지금까지 1년 넘게 집수리 일을 하면서 장수마을 골목길을 오르내리다 보면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제대로 행복한지, 아니면 몸 빵만 하는지, 그 안에서 나를 위해 고심했는지 말이다. 실은 그랬다. ‘동네목수’ 일을 하면서 사람이기에 때론 내가 하는 집수리가 늘 좋았던 것은 아니었음을 고백한다.

‘동네목수’ 총무로 일하면서 마을을 돌아다니게 된 초반, “마을에 필리핀 사람이 돌아다닌다.”는 이상한 소문(?)의 당사자가 되었다는 말을 전해 들었을 때만 해도 그리 별다른 느낌은 없었다. 워낙 내 외양이 독특한지라 누구에게도 오해 살만한 것이고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 믿었다. ‘동네목수’가 집수리가 절실한 분들을 위해 좋은 일 한다고 생각하시는 동네 어르신들이 보기 안쓰러워하시며 건네시는 “수고한다”는 한 마디가 힘이 되기도 했다.

[사진: 두번째 빈집리모델링에서의 지붕 교체 작업, 이 곳은 현재 작은카페로 사용되고 있다]

▲ [사진: 두번째 빈집리모델링에서의 지붕 교체 작업, 이 곳은 현재 작은카페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녹치 않았다. 장수마을에서 집수리 의뢰를 받아 공사를 하면 할수록 밑 까이는 게 마을기업 ‘동네목수’의 현실이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은 ‘동네목수’가 미숙한 일이 많아 늦은 속도로 집수리 공정이 진행되다 보니 생각 이상으로 품이 많이 들어갔다. 또 다른 문제는 장수마을에 사는 주민 중 집수리가 필요한 대다수는 고령의 어르신들로 그분들 집수리의 상당 비용은 외지에 사는 자식들 주머니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집수리 비용 지불 의사 자체가 무척 취약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윤이나 부가세를 거의 포함하지 않고 실가로 공사를 하다 보니 수익을 내기가 무척 힘들다. 오히려 예상 못한 비용이 더 들어간다. 워낙 노후된 주택이 많은지라 예상했던 것보다 비용이 추가로 더 들어가는 것이다. 그렇다고 집수리 마을기업 체면에 언제까지 좌충우돌로 집수리를 한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도 없고 말이다.

이렇게 열악한 상황이지만 ‘동네목수’는 몇 가지 원칙을 정했다. ‘동네목수’에 작업의뢰가 들어오면 그 일을 원하고 할 수 있는 동네 주민들에게 기회를 드린다는 것이었고, 혹시나 여의치 않을 경우에도 시중 인력소개소가 아닌 동네 주민들이 연계된 분들과 같이 일한다는 것이었다. 그러한 방식이 당장의 수익구조를 만들지는 못하지만, 집수리를 통해 취약계층의 거주여건을 개선하고 그 과정에서 주민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했던 마을기업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봤다. 그리고 ‘동네목수’를 통해 일을 함께한 주민을 동네목수 주주로 모집하자는 것이었다. 앞으로 주민들이 마을기업의 주인으로, ‘동네목수’의 운영을 같이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런 원칙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 그 자체로 절반의 성공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 노력이 결실을 맺어 장수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주체가 돼 ‘동네목수’를 운영할 수 있는 것으로 같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이러한 원칙과 방향이 언젠가 장수마을 안에서 지역공동체나 협동조합의 이상을 구현하는 토대가 될지는 아직은 기대 난망이다. 모든 마을기업이 공통적으로 고민하는 지속가능성의 기반을 ‘동네목수’ 또한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이다. 농담 삼아 하는 말이지만 마을기업이 생존하고 지속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하나는 로또에 당첨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제도나 법이 마을기업이 하고자 하는 일을 적극 지지하고 지원하는 방식이고, 마지막 가장 중요하면서도 로또 당첨만큼이나 어려운 것이 마을 주민들 스스로가 마을기업을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고 적극 달려드는 것이다. 세 번째가 마을기업의 정체성을 지키는데 제일 중요하고 마을기업의 존재 목적을 지속적으로 실현하는 것일 게다.

지난 1년여 시간 동안 ‘동네목수’가 장수마을에서 집수리를 통해 보여준 변화의 흐름은 그 자체로 앞으로도 마을기업 ‘동네목수’가 있어야 할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불안한 것은 나의 막막한 고민 때문이다. ‘동네목수’가 마을기업으로 동네 주민들에게 울림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동네목수’ 안에서 내가 바라는 신뢰와 확신이 장수마을 주민들에게 주체성을 갖게 하는 길일지 확신이 안서는 것이다.

[사진: 장수마을 곳곳에 작지만 소중한 변화들을 만든 '동네목수']

▲ [사진: 장수마을 곳곳에 작지만 소중한 변화들을 만든 '동네목수']


대안개발연구모임을 함께 하는 활동가가 내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동네에서 그동안 같이 일하시면서 특히 마음이 쓰이는 분이 있으세요?” 어떤 답을 말하기가 어려웠다. 내가 좋아할 근거를 정하기 위하여 장수마을 안에서 존재하는 사람에 대해 감성적인, 특정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지, 아니면 이성적으로 바라봐야 하는지를 판단 내리기는 그리 쉽지 않다. 다만 확신하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내 실천 이상으로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 질문을 받으며 그걸 내 입장에서 표현하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지금 다시 ‘동네목수’가 장수마을 주민들에게 계속 ‘동네목수’의 존재 이유를 묻고 있으면서도 우리 내부에서 ‘동네목수’의 존립근거를 계속 찾고 있는 간극을 어떻게 좁힐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덧붙임

배정학 님은(주)동네목수 총무이자 장수마을 주민입니다. 장수마을 소식이 더 궁금하신 분들은 카페에 들러주세요. (cafe.daum.net/samsun4, 장수마을 안에 동네목수의 작은 카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