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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오름 > 인권위, 파장? 파장!

[인권위, 파장? 파장!] 인권의식 없는 인권위원들이 인권위를 봉숭아 학당으로

유엔고문방지협약의 내용도 모르면서 하는 망언들

[편집인 주] 인권활동가들의 노력으로 2001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만들어지고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렸다. 그러나 현재의 국가인권위원회는 한국사회의 인권 증진을 위한 기구로서 역할을 하기는커녕 권력의 눈치마저 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독립성 훼손으로 후퇴된 인권위가 이제는 막장 인권위원장과 인권위원으로 파장분위기로 가고 있다. 인권위가 최소한의 기능만 하면서 정부의 알리바이기구가 된다면 10년의 성과는 모래처럼 흩어질 수 있다. 상시적으로 인권위의 활동, 회의, 운영, 결정례 등을 감시하고 분석하는 일은 인권위를 만든 일만큼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인권위 활동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글을 연재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인권 없는 인권위에 ‘인권의 파장’을 불러올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 일에 미숙한 사람이 설치다가 일을 그르치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인권위원이 된 사람을 보면 이러한 속담이 떠오른다. 아니 사실 선무당도 아니고, 돌팔이라는 게 더 잘 어울릴 수 있을 것이다. 인권 관련 전문지식도, 경험도, 감수성도 없는 사람이 인권위원이 되다 보니 생기는 문제이다. 그런데 더 문제는 그들이 인권위원이 된 후에라도 인권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사회의 인권증진을 위해 노력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9월 10일 열린 17차 전원위원회(이하 전원위)를 방청 갔을 때, 나는 무자격 인권위원들의 발언을 듣고 도대체 지금 회의가 인권위 전원위인지, 아니면 법무부나 정부 부처 회의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날 안건은 ‘UN 고문방지위원회 제 3․4․5차 국가보고서(안)에 대한 의견 표명의 건’이었다. 독립적 국가기구임에도, 정부에 대해 비판적이면 어떡하냐로 절치부심인 인권위원들이 많았다. 뿐만 아니라 정부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평가를 하는 부담감만 있지, 한국에 사는 시민들이 국제인권기준상의 고문을 받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보였다.

[사진: 17차 전원위에서 장애인권활동가들의 인권을 침해한 현병철의 사퇴와 사과를 요구하는 전장연 활동가]

▲ [사진: 17차 전원위에서 장애인권활동가들의 인권을 침해한 현병철의 사퇴와 사과를 요구하는 전장연 활동가]


인권위는 국가기구이자 준국제기구로서 한국사회의 인권수준 향상에 기여하고, 국제적인 인권향상에도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물론 그 준거점은 국제인권기준이고, 국제인권기준은 각종 국제인권규약과 각 인권규약위원회에서 한국정부에 내린 권고가 바탕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권위는 국제인권기구에 한국정부의 해당 인권상황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할 자격이 있다. 내년에 한국정부는 고문방지협약에 비준한 당사국으로서 협약에 나온 고문방지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자국민에 대한 고문행위는 없었는지를 보고해야 한다. 다른 국제인권규약심의와 비슷하게 한국정부가 보고서를 제출할 때는 국가인권기구나 민간단체들과 협의하여 보고서를 제출한다. 정부보고서가 얼마나 신뢰할만한가 뿐 아니라 한 사회의 인권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행위주체들 간의 협의, 시민사회와의 소통을 강조하는 것이 국제인권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법무부에서 유엔 고문방지위원회에 3․4․5차 통합 국가보고서안(이하 고문방지국가보고서)에 대한 인권위의 의견조회를 했고 그것이 안건이 되었다. 따라서 고문방지국가보고서에 대한 인권위의 의견을 표명하려면 조사관뿐 아니라 인권위원들도 한국의 고문 실태를 알아야 하고, 국제인권기준에 따른 고문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국가인권기구와 국제인권규약위원회의 역할을 알아야 한다.

봉숭아 학당이 따로 없는 엉뚱한 발언

그런데 고문방지위원회의 권고가 어떤 의미인지 몰라서 하는 질문들이 인권위원의 입에서 거침없이 나왔다. 지난 5월 법무부 인권과는 고문방지국가보고서에 대한 시민사회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시민단체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그 당시 나왔던 질문보다 논의가 한참 모자랄 뿐 아니라 법무부 직원들보다 인권기구의 권고에 대해 모르는 미천한 인권상식에 나는 기가 찼다.

국제인권기구의 권고는 규약 당사국의 인권침해를 방지하고 인권증진을 위해 필요한 조치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권고는 정부가 낸 보고서, 인권기구가 낸 보고서, 시민사회에서 낸 보고서를 토대로 규약인권위원회가 심의하여 낸 권고이다. 심의는 보고서 제출만이 아니라 심의기간 동안 정부 담당자에게 하는 질문과 정부의 답변, 민간단체의 의견을 듣고 인권위원들이 논의하여 권고를 낸다. 물론 국제규약위원회의 위원들은 현재 한국 인권위의 경우처럼 무자격자가 아니다. 더구나 유엔인권기구는 정부 간 연합체인 유엔의 산하기구라 급진적인 권고가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실관계 파악을 기본으로 한 권고로 그야말로 국제인권 상식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유엔 고문방지위원회 2차 한국 심의 결과, 위원회가 한국정부에 내린 최종권고에 대해 인권위가 동의하는지를 확인하는 희극적 상황이 벌어졌다. 국제인권기구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으려고 하는 쪽은 보통 정부다. 윤남근 비상임위원(대법원장 지명)은 고문방지위원회의 권고에 대해 “우리가 동의하지 않으면 그 질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쓰면 맞는 거 같다. 우리 형법에서 모든 것이 커버 가능하다고 답변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어이없는 발언을 했다. 이미 1996년 1차 심의와 2006년 2차 심의 때 한국정부에 유엔고문방지협약에 준하는 고문에 대한 정의 규정과 처벌 규정을 둘 것을 권고했고, 이에 대해 인권위와 인권단체들은 이를 실현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데, 형법으로 가능하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에 근거한 것인가. 형법이 개정되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이는 유엔인권기구가 한국정부와 인권위, 민간단체들이 낸 보고서와 심의과정을 통해 내린 권고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냥 자신이 법조인으로서 생각하는 상식만을 근거로 할 뿐 인권기준에 따른 상식이나 판단이 아니다.

유엔고문방지협약의 고문의 정의는 알까

2차 심의에서 유엔고문방지위원회가 권고한 내용은 다음이다. “5. 위원회는 형법 125조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으나 고문에 해당되는 그 밖의 행위들은 형법의 다른 규정에서 다루어지고 더 낮은 형벌을 받는 반면, 폭력 및 잔혹한 행위와 관련한 형법 125조는 오직 조사 및 재판과정에서 특정 개인에게만 적용 가능하다는 점을 우려한다. 당사국은 모든 고문행위가 협약 4조 2항과 일치하도록 유죄화 및 처벌됨을 보장하기 위해 자국의 형법을 재검토하고 필요시 개정하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1995년 1월 9일 고문방지협약에 가입하여 1996년, 2006년 두 번 심의 받았다. 헌법 12조 2항에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라고 선언되어 있고 형법에 고문행위에 대한 처벌을 포함하는 내용이 일부 있지만, 국제기준에는 매우 미흡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군사독재를 장기간 거친 나라로 허위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물고문, 전기고문, 성고문이 있어왔으므로 고문에 대한 긴장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실은 오히려 군사독재의 야만적 경험 때문에 고문을 ‘물고문'이나 '전기고문’ 같은 극한적인 것으로 협소하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대다수 일반시민들이 그러한 인식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인권위원이라면 유엔고문방지협약에서 말하는 고문의 정의가 무엇이고, 그에 따른 고문행위가 한국에서는 어떠한 형태로 드러나는지 알아야 한다. 아니 모르면 알기 위해 노력하고 공부해야 한다. 그러한 책임감도 보이지 않으면서 왜 인권위원을 하는 걸까?

더구나 2002년 인권위는 유엔 고문방지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에 고문의 정의를 형법에 담기 어려우므로 다른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했다. 고문은 주로 형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므로 형법에서 이를 다루기가 쉽지 않고 형법만이 아니라 국가보안법 등 여러 법률에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문죄에 대한 개념을 명확하게 하고 고문의 예방과 처벌을 위한 전반적인 국가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고문방지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고 그 안에서 고문에 관한 법적인 정의가 명백하게 제시되어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낸 것이다. 특히 형법 125조(폭행, 가혹행위)는 형법 124조(불법체포, 불법감금)에 있는 미수범 처벌조항조차 없다. 또한, 폭행, 가혹행위 범죄의 주체는 재판, 검찰, 경찰, 기타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보조하는 자에 한정되어, 교도소의 교도관은 해당되지 않는다. 또한, 고문을 당한 사람도 형사피의자 또는 기타 사람으로 제한되어 기결수는 해당되지 않아 고문방지협약의 규정에 못 미친다. 2002년 인권위가 낸 의견도 모르고, 형법이 포괄하지 못하는 고문의 내용과 주체, 객체도 모르면서 형법에서 커버가능하다는 인권후퇴적 발언을 인권위원이 하다니...

물론 윤남근 위원은 인권위에서 한진중공업 김진숙 씨 고공 농성에 대한 긴급구제 안건을 심의할 때도 “회사시설을 점거한 위법한 행위를 하면서 물, 밧데리를 요구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막말을 했던 사람이다. 이번 전원위원회에서도 어김없이 반짝이는 망언을 했다.

국제인권기준상 고문으로 볼 수 있는 군대 입창제도에 대해 인권위 조사관이 작성한 안인 ‘현 입창제도는 사법적인 절차 보장 없이 지휘관이 명령만으로 구금되는 등 자의적 구금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홍진표 인권위원이 이의를 제기해 논의가 되었다. 영창제도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군법무관 심사절차의 실효성에 대해 의견이 오가던 중, 윤남근 위원은 “사실 군대 영내라고 하는 것 자체가 밖으로 못 나가니까 이미 자유가 침해된 상태지요. 어떤 군인들은 영창가기를 좋아해요. 왜냐하면, 밖에 나가면 훈련이 무지 힘들거든요”라고 했다. 60만 군인의 삶과 인권을 모독하는 발언이다. 군인의 사법권 박탈에 대한 논의를 자신의 단편적 경험에 따라 군인들의 호불호로 왜곡했다.

회의록 공개로 무자격 인권위원의 망언을 드러내야

2008년 한국정부는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물대포를 쏘고 연행하고 48시간 자의적 구금을 했다. 국제기준에 따르면 고문에 해당하기 때문에, 여러 인권단체들이 유엔 고문특별보고관에게 긴급호소를 보냈고, 이에 대해서 유엔 고문방지위원회가 이번 심의를 앞두고 한국정부에 질의하기도 했다. 지금 강정에는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평화적 활동 과정에서 해군과 경찰로부터 고문에 가까운 폭력을 수차례 당한 송강호 박사가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구속되어있다. 이에 대해서 한마디도 하지 않는 인권위의 퇴행은 무자격 인권위원들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다. 아니 더 근본적으로는 2010년 장애인권활동가들에게 전기를 차단하고 난방을 중단하고 엘리베이터 작동을 중단했던 일, 국제인권기준상의 고문행위를 장애인권활동가들에게 저지른 현병철 씨가 인권위원장으로 있는 상태에서 유엔고문방지협약에 대한 인권위의 의견을 모은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렇더라도 무자격 인권위원장 현병철 씨뿐 아니라 그보다 더 가관인 인권위원들이 막말을 하지 않게, 인권기준에 역행하는 의견을 마음대로 낼 수 없도록 모든 회의록은 공개되어야 할 것이다. 국회도, 방송통신위원회도 회의록을 공개하는데 왜, 인권위만 공개를 하지 않는 것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어느 국가기구보다 투명성과 민주성이 있어야 하는 만큼 인권위 회의록은 진정인의 개인정보와 사생활이 드러나지 않는 안건에 한해서는 공개해야 할 것이다.
덧붙임

명숙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이자 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 집행위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