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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이별은 언제나 아쉬워

인권오름 종간을 결정하기까지 참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꼬박 1년이 걸렸으니까요. 인권오름 발행은 사랑방 활동가들이 맡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글을 써주고 읽어주었기에 가능했던 만큼 종간 송별회를 12월 7일 열어 필자들과 독자들, 여러 인권단체들을 초청했어요. 고마웠다는 마음을 전하기 위한 자리였죠. 합정역 근처 공간을 빌려서 함께 저녁을 먹고 종간의 변도 나누고 종간을 맞이하는 서로의 마음을 나누었죠. 지보이스의 송별공연도 참 멋졌고 밥도 맛있었답니다. 사랑방 활동가들이 송별회를 준비하느라 많이들 고생했어요.

 

인권오름 종간 자료집에 많은 사람들이 인권오름을 떠나보내는 마음을 전해주셨는데 기억나는 건 이런 거예요. “인권의 역사저장소이자, 소식통이자 나침반의 역할을 해준 매체”, “함께 오르는 산”이라는 분, “대안적인 관점으로 인권의 상상력을 확장해준 인권오름”, “인권운동의 떨리는 거울”, “놓치고 있는 것, 미처 생각 못 했던 것, 다른 이들의 고민을 알게 해준 알람”이라는 활동가까지. 정말 많은 분들이 인권오름에 많은 애정을 표현해주셔서 고맙고 송구스러웠습니다.

인권오름을 함께한 세월이 길다 보니 송별회 때도 참여자들이 종간에 대한 아쉬움을 많이 표현해주셨어요. 인권오름에 무관심하고 잘 읽어둘 걸 하며 미안해하는 활동가들도 있었어요. 무엇보다 인권오름은 일간이었던 인권하루소식에서 주간 인권오름으로 변했듯이 이제 월간이나 계간으로 인권 매체를 만들면 어떠냐는 진담 반 농담 반 섞인 이야기에서 인권오름이 인권운동에서 차지했던 자리를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보았습니다. 작지는 않았구나 싶었어요. 조회 수가 그리 높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인권오름을 많이 언급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에 활동 속에 인권오름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이니까요. 인권 소식을 전하고 인권 담론 형성의 기반을 만들기 위한 글들이 많이 게재됐다고 느끼기도 하는 거 같고요. 송별회 때 특히 더 고마웠던 것은 인권교육센터 들 활동가들이 감사 인사를 전하는 현수막을 만들어준 거예요. 좀 더 잘할 걸 하는 때늦은 마음이 생겼어요.

 

그렇게 인권오름 종간송별회를 한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습니다. 송별회를 하면서는 조금 아쉬웠다면, 송별회가 끝난 다음 주에는 조금은 허전한 날이었습니다. 매주 인권오름을 발행하던 일을 하지 않게 된 편집인으로서는 좀 편한 날이었습니다. 원고가 들어왔는지, 사진은 어떤 게 좋은지, 시사에 맞는 인권 관련 주제를 뭘 청탁해야 하는지 등등을 안 하게 됐으니까요. 매주 수요일은 원고 교정을 보는 시간도 비워두던 습관도 사라지니 조금 편한 날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별에 관한 노래가 떠오르더군요. 알리의 노래 <365일> 가사에 “우리 이별을 말한 지 겨우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어/하지만 너무 이상하게도 내 맘은 편안해 자유로운 기분/이틀 이틀째 되던 날 온몸이 풀리고 가슴이 답답해”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런 상태인지도 모르겠지만요.^^ 지금은 이별을 실감하지 못하는 단계인가 싶은 거죠.

사랑방은 인권오름 종간 이후 다른 매체에 대해 고민을 하기로 한 게 아니라서 종간에 대한 주변의 우려도 있었지만 우리는 새로운 시간을 보내겠지요. 물론 우리의 입장을 벼리는 글을 쓰는 일을 지속할 겁니다. 인권 매체를 만들지 않아서 그만큼 많아진 시간에 무엇을 할지, 사랑방의 인권운동에서 수임은 무엇인지 생각하는 2017년을 보내야한다고 다짐해봅니다. 그러다 보면 하림의 노래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처럼 사람들의 아쉬움도 지워지지 않을까요? 그렇게 믿으며 2017년을 보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