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경찰개혁위원회는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 설치를 첫 번째 권고안으로 발표했다.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등 과거 경찰의 인권침해가 발생한 사건들에 대한 진상조사, 책임규명, 재발방지, 인권정책 개선 등을 위해 경찰청 내부에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권고한 것이다.
강정마을, 밀양행정대집행, 쌍용자동차 파업진압, 용산참사, 백남기 농민 사망 등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경찰’과 ‘공권력’이라는 이름하에 자행된 수많은 인권침해, 국가폭력 사례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진상이 제대로 밝혀진 바도 없고, 그 누구도 진심을 다해 사과하지도, 책임지지도 않았다. 아니, 경찰은 진상규명을 위한 최소한의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책임자였던 경찰 간부들은 마치 보상이라도 받듯이 승진과 영전을 거듭했다. 밀양행정대집행 당시 경남경찰청장이었던 이철성 경찰청장, 용산참사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이자 경찰청장 내정자로 거론됐던 김석기 의원이 대표적이다.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규명 없는 경찰의 개혁은 결국 경찰 스스로를 위한 허울에 불과할 뿐이다. 이런 점에서 경찰개혁위원회의 첫 번째 권고안이 인권침해 사례에 대한 진상조사라는 점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고, 그야말로 ‘비정상의 정상화’라 할 수 있다. 경찰이 항상 강조해왔던 독립적이고 성역 없는 조사의 칼끝이 경찰 스스로를 향해야 할 때이다.
그러나 경찰청 내부에 설치되는 진상조사위원회가 과연 얼마나 제대로 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우려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위 사안들은 모두 정권의 필요에 따라 국민들의 기본권 실현을 대대적인 공권력으로 막는 과정에서 발생했고, 전․현직 경찰간부들과 밀접하게 관련돼있다. 개별 경찰관들의 행위가 어떠했는지를 묻기 이전에, 이러한 국가폭력이 계속 반복되고 그럼에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 수 있었던 구조적인 문제점과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반드시 전제돼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철성, 강신명, 김석기 등 전․현직 경찰간부들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진행돼야하고, 경찰 조직 내부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경찰청 내부에 설치된 진상조사위원회에서 과연 얼마나 조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 이에 따라 어떤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민간위원을 2/3이상으로 하고 경찰조사관과 함께 민간조사관을 임명할 것을 권고했지만, 이철성 경찰청장의 지휘와 관리 하에 경찰과 함께 구성된 진상조사위원회가 과연 얼마나 투명하고 공정한 조사를 할 수 있을지, 그 태생적인 한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른바 ‘4대 권력기관’으로 일컬어지는 검찰, 국정원, 국세청, 경찰 중 수장의 교체에 대해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는 유일한 곳이 경찰이다. 이전 정권과 연속성을 가진 수뇌부가 여전히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기관의 내부 조직으로 진상조사위원회를 설치할 경우 그 활동에 대한 의심은 계속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찰 수뇌부와 완전히 독립된 조직적, 인적 구성을 갖추지 않는 한 진상조사위원회의 의지는 계속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찰이 진정한 개혁의지가 있다면, 진상조사위원회의 구성부터 모든 과정을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그야말로 성역 없는 조사를 진행해야할 것이다. 진상조사위원회의 설치는 경찰개혁과 적폐청산의 첫 발걸음이자, 경찰이 그토록 외치고 있는 ‘인권 경찰’이 되기 위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일 뿐이다.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국가폭력을 자행할 수 있었던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밝히고 해결하지 않는 한, 진상조사위원회는 경찰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는 도구일 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2017년 7월 21일
공권력감시대응팀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다산인권센터,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사랑방, 진보네트워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