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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집시법 11조 폐지! 어디서나 자유롭게 집회열자!

11월 27일 집시법 11조 폐지 선언대회가 열렸다. 이날의 부제는 이랬다. 1962년 집회시위에관한법률(이하 집시법) 제정 이래 국회 앞 1호 집회.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법제도, 예산이 국회에서 결정이 된다. 그러하기에 그동안 국회 앞에서 열린 집회는 무수했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1호 집회’라 이름 붙인 이유는 이랬다. 집시법에 규정된 신고절차에 따른 최초의 ‘합법’집회라는 것. 그간 진행해왔던 집회들은 집시법상 모두 미신고 불법집회였던 것이다. 그 이유는 집시법 11조 절대적 집회 금지 장소 규정 때문이었다.

 

제11조(옥외집회와 시위의 금지 장소) 누구든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청사 또는 저택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 미터 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국회의사당, 각급 법원, 헌법재판소

2. 대통령 관저(官邸), 국회의장 공관, 대법원장 공관, 헌법재판소장 공관

3. 국무총리 공관. 다만, 행진의 경우에는 해당하지 아니한다.

4. 국내 주재 외국의 외교기관이나 외교사절의 숙소. 다만,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외교기관 또는 외교사절 숙소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해당하지 아니한다.

가. 해당 외교기관 또는 외교사절의 숙소를 대상으로 하지 아니하는 경우

나.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

다. 외교기관의 업무가 없는 휴일에 개최하는 경우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집회를 개최할 것인가는 집회의 자유의 기본이다. 항의하는 대상이 보이고 들릴 수 있는 곳에서 집회하는 것은 집회의 목적, 내용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집회를 열며 우리의 목소리를 전하려는 곳들은 주로 국가권력기구들이다. 그런데 집시법 11조는 절대적 금지 장소에 대한 규정으로 청와대, 국회, 사법부 등 우리가 주로 항의해야 할 대상이 되는 국가권력기구들을 집회로부터 성역화 해왔다. 이런 집시법 11조에 대해 2016년 한국을 방문한 유엔 집회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법을 통해 집회의 시간과 장소에 제한을 두고 이에 대한 예외를 만드는 것은 자유와 제한의 상관관계에 반하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는 당연한 권리를 특권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러한 제한은 집회의 대상이 보고 들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집회를 할 수 있는 것 또한 제한한다”라며 “집회의 일시 및 장소에 대한 일률적 금지를 방지할 것”을 한국정부에 권고하기도 했다. 근본적으로 집회의 자유와 배치되는 집시법 11조에 대한 문제제기는 오랜 시간 이어져왔고, 집시법 11조를 이유로 탄압하는 공권력에 맞서면서 청와대로, 국회로, 사법부로 우리의 목소리를 전하려는 실천들도 계속 이어져왔다. 그 결과 올해 5,6,7월 헌법재판소는 각각 국회의사당, 국무총리 공관, 각급 법원 앞에서의 집회 금지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것이다.

 

헌재 결정에 따라 2019년까지 국회는 관련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장소만 삭제하는 집시법 11조 개정안이 여럿 발의되어 있다. 헌재 결정이 나지 않은 집회금지 장소들은 여전히 유지되는 안이며, 장소를 삭제하더라도 소규모인 경우에만 허용한다거나 '기능 및 업무를 저해시킬 우려가 있는 경우' 금지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두는 식이다. 공권력이 얼마든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적용할 것이란 우려가 드는 상황이다. 이에 집시법 11조 폐지를 위해 세월호 투쟁에서, 비정규직 정리해고 철폐 투쟁에서, 농민 생존권 투쟁에서 집시법 11조를 이유로 탄압받고 처벌받았던 당사자들이 함께 모였다. 그리고 집시법 11조 폐지 선언대회를 11월 27일 국회 앞에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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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취재를 온 기자들이 가장 궁금해한 것은 그동안 국회 앞에서 무수히 많은 집회가 있었는데, 오늘 이 집회가 1호 집회가 맞느냐 라는 것이었다. 집시법상 사전 신고하지 않아도 되는 기자회견, 플래시몹, 피켓팅을 할 때 공권력은 자신들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앉아서 진행하면, 구호를 외치면, 사람이 많으면 ‘집회’라며 미신고 불법 집회로 탄압하고 처벌해왔다. 집시법 11조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에도 여전히 경찰은 국회 인근이 집회 신고 예외 장소라며 아예 신고를 받지 않기도 하고, 신고 없이 집회를 하면 채증과 해산명령을 하면서 사후 처벌할 것이라 위협하기도 했다. 정권이 바뀌고 달라지는 것 같다고들 하지만, 여전히 국가권력기구들은 집회 금지 성역으로 보호되고 있고, 경찰 뜻에 따라 집회는 허용되기도 하고 불허되기도 했다. 집회라 이름 붙일 수 없어 기자회견이란 이름으로 무수한 집회들이 열리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에 좌우되는 것이 아닌, 근본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날 집회에 집시법 제정 이래 국회 앞 1호 집회라고 이름 붙인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데도 집회라고 말할 수 없는 현실을 꼬집기 위함이었다. 미신고 불법 집회냐, 집회를 빙자한 합법 기자회견이냐, 경찰 뜻에 따라 허용되기도 하고 불허되기도 하는 상황에서, 합법과 불법이라는 경계의 앙상함을, 집회의 자유 권리 위에 있는 공권력의 문제를 말하고자 했다. 여전히 집회의 자유가 기본적 권리로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드러내며 집회의 자유를 확장하기 위한 과제들이 계속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위헌적 내용이 가득한 집시법에 대해 국회는 이제껏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고, 헌재 결정이 나온 이후에도 집회의 자유 보장을 위한 제대로 된 입법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번 집시법 11조 폐지 선언대회를 시작으로 국회를 비롯해 그동안 집회 금지 성역이었던 국가권력기구들 앞에서의 집회의 물꼬를 트고, 입법 시한인 2019년까지 이어질 집시법 개정 국면에서 11조 전부를 폐지하는 활동을 이어갈 것이다. 이날 집회 참여자들은 함께 선언했다.

 

하나. 집시법 11조의 폐지와 함께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모든 성역의 폐지를 선언한다.

하나. 집회·시위를 통제하는 모든 법제도와 더불어 기득권 세력의 권력 유지 수단으로 전락한 공권력의 부당한 행태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저항할 것을 선언한다.

하나.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마음껏 말하고, 듣고, 보이게 할 자유를 누리기 위해 더욱 크고 강하게 연대해 나갈 것을 선언한다.

 

헌재 결정을 넘어 집회의 자유를 온전히 보장하기 위해 “집회금지 성역을 열자!”, “어디서나 자유롭게 집회하자!”는 외침은 계속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