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시법 11조 개악 저지 긴급 기자회견 열어 -
■ 일시 : 2020년 3월 6일(금) 오전 11시
■ 장소 : 국회 앞
■ 주최 : 집시법 11조 폐지 공동행동
1. 지난 4일 국회 행안위 법안소위는 작년까지 한 차례도 논의해오지 않았던 집시법 11조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고, 오늘(6일) 오후 2시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통과시킬 예정입니다. 절대적 집회 금지 장소 조항인 집시법 11조 관련, 2018년 헌법재판소는 1호 국회의사당 및 각급 법원, 3호 국무총리 공관 100미터 이내 장소에서의 집회 금지 규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해당 규정은 2019년까지였던 개정시한이 경과함에 따라 효력을 잃었습니다.
2. 인권단체, 민주노총, 전농 등으로 구성된 집시법 11조 폐지 공동행동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국회에 집시법 11조의 전면 폐지를 요구해왔습니다. 행안위 법안소위에서 합의한 ‘대안’은 전혀 대안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예외적 허용을 통해 집회의 자유와 공공의 안녕 사이에 조화를 모색한다고 그 취지를 밝히고 있지만, 경찰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언제든지 집회의 자유라는 기본권 행사가 금지될 수 있습니다. 해당 기관의 기능과 안녕을 침해할 ‘우려’, 대규모 집회나 시위로 확산될 ‘우려’처럼 실질적이고 명확한 위험 여부와 무관하게 집회를 허용하지 않을 수 있기에 사실상 기존 위헌적 조항의 존치에 다름 아닙니다.
3. 코로나19로 많은 시민들이 건강과 안전을 위협받고 있는 이 시기에 국회는 ‘민생법안’을 우선한다는 명목으로 집시법 11조 개악 처리를 강행하려고 합니다.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아닌 권력기관을 성역화하며 집회로부터 보호하려는 집시법 11조 개악 처리를 지금 당장 중단해야 합니다. 이에 집시법 11조 폐지 공동행동은 위와 같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4. . 오민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 재심 변호인단), 정진우 (권유하다 집행위원장, 국무총리공관 위헌제청 사건 당사자), 김준호 (기본소득당 대변인, 집시법 11조 재심 사건 당사자), 최석환 (전국농민회총연맹 대외협력부장), 랑희 (인권운동공간 활 활동가) 등 기자회견 참가자들의 규탄 발언 등 자세한 내용은 첨부파일을 확인 바랍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기자회견문]
집회의 자유 앞 성역은 없다
국회는 집시법 11조를 폐지하라
3월 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법안소위를 열어 집시법 11조 개정 처리를 합의했다. 오늘 오후 2시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집시법 11조 개정안을 상정해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2018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집시법 11조에 대해 그동안 국회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조속한 입법 활동으로 헌법상 기본권을 보장할 의무가 국회에 있지만, 개정시한이었던 2019년이 경과할 때까지 위헌조항 집시법 11조를 방치해왔다. 그랬던 국회가 코로나19로 많은 시민들이 건강과 안전을 위협받고 있는 지금, ‘민생법안’을 우선시한다는 명목을 내세우며 위헌조항인 집시법 11조의 존치와 다를 바 없는 개악 처리에 나선 것이다.
집회의 자유에는 어디에서 집회를 할 것인지 집회 장소를 선택하고 결정할 자유도 포함된다. 집회의 자유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집시법 11조에 대해 시민사회는 오랫동안 문제제기를 해왔고, 일률적으로 집회 장소를 금지한 집시법을 개정하라는 국제사회의 권고도 있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2018년 헌법재판소는 집시법 11조 1호 국회의사당 및 각급 법원, 3호 국무총리 공관 100미터 이내 장소에서의 집회 금지 규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집시법 11조 2호 중 대통령 관저, 즉 청와대 앞에서의 집회 금지 규정에 대한 헌법소원은 아직 계류 중이다. 따라서 기본권 보장을 위한 입법 활동을 제대로 하려면, 단지 헌법재판소 결정이 난 일부 장소에 국한하여 삭제 또는 수정에 그칠 게 아니라 집시법 11조에 대한 종합적인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국회에 촉구해왔다. 앞서 2016년에는 집회의 자유를 탄압하는 국가폭력에 의해 돌아가신 고 백남기 농민을 기억하며, 백남기법이라는 이름으로 집시법 개정안을 입법청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민사회의 요구에 그동안 국회는 어떠한 응답도 하지 않았다.
그런 국회가 지금 민생국회라는 가면을 쓰고 집시법 개악에 나선 것이다. 현재 행안위에서 합의한 ‘대안’은 전혀 대안이 아니다. 예외적 허용 요건을 신설하여 집회의 자유와 공공의 안녕 사이에 조화를 모색한다는 취지지만, 그 허용 여부는 공권력에 달려있다. 이는 두 가지 ‘우려’가 불식될 때만 가능하다. 첫째, 해당 기관의 기능과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어야 하고, 둘째, 대규모 집회나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어야 한다. 이러한 우려가 없다고 공권력의 판단을 거친 집회에 한해 허용해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먼저 해당 기관의 기능과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어야만 집회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질적이고 명확한 위험 여부와 상관없이 ‘우려’만으로도 집회를 금지할 수 있다. 이러한 ‘우려’를 떨쳐내고 집회를 하기 위해서는, 집회로 인해 해당 기관에 어떤 지장도 주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줘야 한다. 이는 결국 집회의 내용이 무엇인지, 집회의 성격이 어떠할지 미리 검사를 받아야만 비로소 집회 가능 여부가 결정되는 것과도 같다.
그리고 대규모 집회나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어야만 집회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수의 사람들이 공통의 의사 표현을 목적으로 모이는 것이 집회이고, 사안에 따라 규모는 다를 수밖에 없다. 대규모여도 평화로운 집회를 해온 숱한 경험들도 있다. 그럼에도 규모로 단순화 하는 건 공권력의 집회 관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다. 이는 집회가 반드시 ‘작은 규모’로 ‘조용히’ 이루어져야만 보호받을 수 있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공권력의 판단에 따라 집회 허용 여부가 좌우되는 것은 허가제를 금지하는 헌법상 집회의 자유 원칙과도 전면 배치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예외적 허용 규정을 두는 것이 이전보다는 일부 개선된 것이라고 국회는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2003년 위헌 결정 이후 예외적 허용 사유를 두는 방향으로 개정이 이루어진 외교기관의 경우를 보더라도 이는 개선이라고 할 수 없다. 예외적 허용 사유가 실질적 기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며 오히려 경찰의 금지통고 사유가 되는 형국이다.
입법을 하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기본권에 대한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평화적인 집회의 자유라는 기본권은 가능한 규제 없이 향유되어야 하고, 집회를 하기 위해 허가와 같은 작용이 있어서는 안 된다. 기본권을 보호하고 촉진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우선 고민하지 않고 여전히 집회를 통제하는 것을 최우선에 둔 개정안은 당장 폐기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 인권과 민주주의는 탄압에 맞서 집회의 자유를 지키고 확장해온 역사와 함께 자라왔다. 지금 행안위가 처리하려는 집시법 개정안은 집회의 자유가 아니라 권력기관을 집회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법이며, 헌법 위의 집시법이라는 천명에 다름 아니다. 행안위는 집시법 11조 개악 처리를 중단하라. 집회의 자유 앞 성역은 없다. 국회는 집시법 11조를 폐지하라.
2020년 3월 6일
집시법 11조 폐지 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