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에 들어선지 1달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몇 년 전 사랑방을 찾았었던 적이 있습니다.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평택 대추리에서 경찰들의 폭력적인 진압이 이루어지고 있을 즈음이었어요. 사랑방 사무실에 들어서니 활동가 두 분이 저를 맞아주시면서 명함을 주시고,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이번 주말 집회가 있으니 오실 수 있으면 같이 하면 좋겠네요.’ 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주 주말 저는 전화기만 만지작거리다가 말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을 물리적 폭력에 대한 두려움이 저에게도 역시 정말 두려웠거든요.
그런데 2009년 말 사랑방을 다시 찾게 되었습니다.
다시 찾은 사랑방은 언덕을 올라야 하기에 여전히 접근권이 좋지는 않지만 예전 사랑방보다는 지하철역에서 가까워져서 좋더라구요. 역세권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몇 년 전 찾았던 사랑방의 조금은 어색한 분위기를 상상하며 쭈뼛쭈뼛 신발을 벗었습니다. 그런데, 딱딱한 일반상가 돌바닥이 아닌 가정집 마루가 있어서 인지 훨씬 안락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더군요. 따뜻하고 참 좋았습니다. 새로운 사랑방의 첫인상은 몇 년 전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사랑방의 모습이 조금 변했듯 저도 조금은 변했습니다. 졸업도 하고, 재미없는 일자리를 얻어 보기도 했고, 성격도 조금은 둥글해졌구요. 그리고 조금은 단단해 진 것 같기도 하네요. 아! 아직도 집회, 시위 현장에서의 공권력의 폭력이 무섭기는 합니다만.....
이렇게 조금씩 달라진 사랑방과 저는 ‘교감’중입니다. 사랑방 안에는 무엇이 있고,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그 속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를 생각중입니다. 얼마 전 인권영화제 하라 파티 때는 설거지를 했는데 참 기분이 좋더라구요.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육체노동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덕분에 팔목이 조금 아프긴 했지만요. 아직은 확신할 수 없지만 ‘행복’한 삶을 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조금은 들었습니다.
저는 부족한 사람입니다. 앞으로 많이 배우고, 읽고, 생각해야겠지요. 지금도 이 짧은 글을 써내는데 몇 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손을 꼬물거리고 있습니다. 부끄러워요. 다독, 다작, 다상량이 좋은 글을 쓰는데 기본이라는 어릴적 학교 교과서의 글귀가 갑자기 생각나는데 지금의 저는 한 것이 별로 없네요. 앞으로 이런 부족함을 채우고, 또 발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제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들의 당연한 권리를 위해 노력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처음 시작하는 이 순간부터의 제 생각들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초심을 돌아봐야할 때가 가끔씩 찾아 올 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시작해도 될까요?
활동가의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