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일마다 인권운동은 한국의 인권현실을 알려왔다. 이번 72주년 세계인권선언일을 앞두고 어떻게 맞이하면 좋을지 더 고민이 됐다. 코로나19가 휩쓴 한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과 차별이 고스란히 드러났지만, 방역을 위해서라며 인권은 ‘나중’으로 여겨져 왔다. 누구나 감염될 수 있지만 그로 인한 영향과 위기가 모두에게 같은 무게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온 시간이었다. 한편 문재인 정부 후반부에 들어서며 약속했던 개혁과제들은 제자리이거나 후퇴하였다. 21대 국회가 시작됐지만 오랜 시간 싸우고 요구해온 법안들은 진전이 없고 오히려 왜곡되는 형국이다.
“모든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며 존엄하다” 전쟁과 학살이라는 인류의 비극을 더 이상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1948년 제정된 세계인권선언의 약속이 2020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사회가 함께 쥐어야 할 약속으로 이야기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감염병이라는 재난을 겪고 있는 지금, 위기는 인권을 포기해야 하는 이유가 아니라 오히려 더욱 인권을 외쳐야 하는 이유여야 한다. 이런 고민에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평등과 연대로! 인권운동더하기’가 함께 모였다. <지금 여기, 그래서 인권>이라는 슬로건으로 세계인권선언 72주년, 72인 공동행동을 진행하였다.
10명 이내로 조를 편성해 서울 곳곳에 분산되어 피켓팅을 했다. 피켓에는 사전에 참가자들이 보내준 인권의 외침을 담았다. “재난의 시대, 우리에겐 권리가 필요하다!” “무리한 코호트 격리 그만! 탈시설 추진하라!” “모두를 위한 차별금지법 지금 당장 제정하라!” “평등한 사랑, 평등한 권리, 동성결혼 NOW!”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당장 제정! NO MORE DEATH” “낙태죄 폐지하고 안전한 임신중지 보장하라!” “기후위기, 자본이 아닌 우리가 전환의 주체” “세월호참사의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촉구한다” “경쟁의 신화를 넘어서자! 학력학벌 차별철페!” “가족의 의무 아닌 국가의 의무!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 올 한해 인권운동이 함께 대응해온 이슈들을 72가지 인권의 외침으로 곳곳에서 알리고 외치며 함께 몸짓을 맞췄다.
서울 외에도 광주, 대구, 전주, 울산, 충남지역에서 세계인권선언일을 맞아 행동하며 이를 영상으로 보내줬다. 이를 모아 하나의 영상으로 만들었다. 영상에 사용한 음악은 ‘벨라차오’ 파시즘에 반대하면서 부른 이탈리아 노래를 번안한 거였다. 코로나19로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모이기는 어렵지만, 인권의 외침을 함께 하면서 서로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영상을 통해서 같이 나누고 기억하면서, 함께 만들어갈 내일을 기약하고 싶었다. “변해 있을 세상에서 당신과 만나고 싶어”로 끝나는 노래 가사말이 맴돈다. 그 변화를 향해 인권의 외침은 계속된다.
세계인권선언 72주년, 72인 공동행동 영상 https://youtu.be/P371Hzg1Jkw